안철수도 한 발 물러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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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도 한 발 물러설 때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5.12.05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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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양보의 미덕 발휘해 감동의 정치 보여주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4일 안철수 의원의 ‘10가지 혁신안’을 전면 수용해 당헌·당규에 반영키로 했습니다. 전날 혁신전대를 거부하며 ‘마이 웨이’를 가는 듯했던 문 대표가 협력의 여지를 열어놓은 것입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측근들에 의하면 ‘너무 늦은 결정’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탈당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기자는 이제 안 의원도 한 발짝 물러서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권 다툼 과정에서 생긴 좋지 않은 감정들을 제쳐두고 핑퐁게임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초 안 의원의 요구는 ‘10가지 혁신안’ 수용이었습니다. ‘김상곤 혁신안’을 비판하며 독자적인 혁신안을 제시했고, 문 대표가 이를 거부하며 ‘文·安·朴 연대’ 카드를 내놓자 대응하기 위해 ‘혁신전대’를 제안한 것이었지요.

안 의원의 혁신안에는 부패혐의 기소 당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부패혐의로 최종 유죄확정이 된 당원 제명조치 등의 항목이 들어있었습니다. 이 안을 받아들일 경우, 한명숙 전 총리는 제명되고 정청래 의원과 신계륜 의원의 공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친노 인사들도 직격타를 맞게 되는 셈입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문 대표는 또 다른 친노 인사인 노영민 의원과 신기남 의원에게도 “당무감사원이 엄정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해 계파와 관계없이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혁신전대 요구를 거절하는 대신 안 의원의 혁신안을 전면 수용함으로써 한 발 양보한 것이지요.

이런 상황인 만큼, 안 의원도 이제는 협력의 제스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그에게는 명분이 없습니다. 문 대표는 정당한 과정을 거쳐 선출된 당대표고, 자신이 혁신 방법론으로 제시한 10가지 안도 수용됐습니다. 더욱이 이제 총선까지는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으로 전당대회를 치르고 총선 준비 체제를 가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전대를 요구한다면 문 대표를 사퇴시키고 ‘안철수 비대위원장 체제’를 출범시켜 공천권을 휘두르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대안도 없습니다. 혁신전대는 문 의원이 거부했고, 文·安·朴 연대는 자신이 거부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지금 안 의원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탈당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안 의원에게는 지역 기반도, 친노와 같은 탄탄한 지지층도 없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따라와 줄’ 후원자를 확보하지 못한 그가 탈당을 감행할 경우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기 손으로 만든 당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뛰쳐나온다는 꼬리표도 정치인에게는 엄청난 부담입니다. 차라리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명분도 실리도 챙기는 유일한 방법인 셈이지요.

문 대표와 안 의원은 야권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런 그들이 ‘정치 초단’ 단계에서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은 기자라는 직업을 떠나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도 아쉬운 일입니다. 두 사람 모두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 감동적인 타협과 합의의 정치의 바람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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