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당´ 실험은 성공할까…국민생각과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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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당´ 실험은 성공할까…국민생각과 국민의당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2.04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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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정치 비판하며 보수와 진보 중간지대 추구 '닮은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위,왼쪽)과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아래) ⓒ뉴시스

국민의당이 화려한 닻을 올리며 ‘제3당’의 탄생을 선언했다. 성패와 별개로 한국에 그간 제3세력 형성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의당은 과거의 실험들과 차별화를 내세웠다. 그런데 당의 행보나 색깔을 볼 때, 겹쳐 보이는 한 당이 있다. 바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4년 전 만들었던 ‘국민생각’이 그것이다.

우선 국민생각과 국민의당은 당의 색채가 유사하다. 기성정당에 대한 반발과 함께 제3지대를 지향한다. 현 여당과 야당의 절충점, 소위 보수와 진보가 만나는 곳이다. 이전까지의 제3당은 정치적 견해차로 인한 결별로 형성되거나, 영호남의 패권다툼에서 소외된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성립됐던 것과 다르다.

국민생각은 지난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만들어졌다. 한 때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에 몸을 담았다 나온 박 이사장은 2011년 6월 ‘선진화’와 ‘통일’이라는 주제를 화두로 ‘선진통일연합’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든다. 이 단체가 모태가 되어 출범한 것이 ‘국민생각’이다. 박 이사장은 진보적 색채의 재야인사 통일 2016포럼 장기표 대표와 함께 출발했다(당시 녹색사회민주당을 이끌던 장 대표는 박 이사장과 손을 잡고 국민생각을 함께 추진했지만 공식 창당 직전 결별, 녹색통일당을 창당한다).

국민생각은 박 이사장과 장 대표가 각각 상징하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결합을 기치로 내걸었다. 국민생각은 새누리당을 ‘헌나라당’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이 야합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이명우 전 국민생각 초대 대변인은 2012년 2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생각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함께 탄 정치적 노아의 방주”라고 표현했다.

국민의당 역시 현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날선 비판과 함께 탄생했다. 애초 ‘중도개혁 ’을 자임했던 안철수 공동대표는 거대야당에 2년여 간 몸을 담았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 신당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연합을 이끌던 안 대표는 통합민주당과 합당이라는 결단을 내렸지만 결국엔 20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뛰쳐나온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2일 국민의당 창당대회에서 "오만한 여당과 무능한 야당은 이제 그만 됐다고 명령해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으로 두 당의 닮은 점은 정치권 저명인사들의 합류다. 국민생각 창당 당시 축사를 위해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대권 후보급’으로 평가되는 박찬종 전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현역 의원은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 한 사람 뿐이었지만 YS의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 인명진 목사 등 재야 인물들도 국민생각을 지지했다. 또 김경재, 배일도, 박계동, 윤건영, 이신범, 이원복 등 나름 비중있는 전직 의원들이 합류했다. 당시 ‘토크콘서트’로 인기몰이를 하던 안철수 교수도 국민생각의 영입대상이었다. 하지만 대권후보로의 길을 걷던 안철수 교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 새정치연합이라는 신당을 추진한다.

국민의당의 '프로토타입'이라고 할 수 있는 새정치연합도 이념 정체성에서는 국민의당과 유사한 출발을 한다. 하지만 재보궐로 국회에 입성한 안철수 의원 외에 원내에 동료라곤 무소속 송호창 의원 한 사람이었다. 그 때에 비해 이번 국민의당은 더욱 화려하다. 분당하며 현역 의원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교섭단체 여부가 관심사가 될 만큼 본격적이다.

국민생각은 창당대회 직전에 장기표와 결별하면서 중도지대에서 보수 쪽으로 몸이 기울었다. 국민의당은 호남 현역 의원들의 대거 합류로 무게중심이 '호남정당'으로 치우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다만 현역 의원들의 합류가 중단되며 기호 6번으로 선거를 치렀던 국민생각과 달리, 이미 사실상 3번을 확보한 국민의당은 훨씬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12년 4월 11일에 실시된 제19대 총선 결과, 국민생각은 지역구에서 의석 획득에 실패한다. 정당지지율 득표에서도 등록취소 요건(2%) 미만인 0.73%를 얻어 비례대표도 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국민의당은 오는 4월 13일 실시될 제20대 총선을 앞둔 상태다.

국민생각 전 관계자는 지난달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생각은 (시대를)너무 앞서간 면이 있었다. 그 때 국민들에게 제3지대를 인식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고, 진보측 인사들이 있긴 했지만 창당 땐 보수정당쪽으로 쏠렸고, 그 보수표는 새누리를 많이 떠나지 않았다. 신선한 시도였지만 부족한 점이 많아 실패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국민생각과 국민의당은 그 취지는 비슷했을 수 있으나 상황은 전혀 다르다. 굳이 비유하자면 당시 국민생각이 국민의당보다 여러모로 빈곤했다고 할 수 있겠다. 박세일 이사장과 안철수 대표의 인지도 차이, 정치적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입지가 차이난다. 대권후보의 유무도 중요하다”고 평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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