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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者들의 정치②] 박정희가 남긴 것들
지역적·연령별로 균열의 매개체 '논란'
2016년 02월 15일 (월)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정치판엔 늘 새로운 세대가 탄생한다. 아무리 큰 거목(巨木)이 져도, 그 후신들이 정치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가끔 이미 사라진 사람들이지만 영향력이 아주 강력했던 경우, 혹은 치열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 그들은 현실의 정치판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승만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대표적이다. 과연 죽은 자들의 정치는 끝나지 않았는지, <시사오늘>이 짚어봤다.

   
▲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의 사진 전시물 ⓒ뉴시스

◇ 박정희가 남긴 것들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압도적인 그의 영향력만큼 빛과 그림자도 뚜렷하다. 도서관이나 대형 서점 서가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극과 극에 선 평가서가 나란히 꽂혀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독재자로서 민주화를 막았던 박 전 대통령의 과(過)에 무게가 실리지만, 그의 경제적인 공(功)을 들어 향수를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반적으로 경제발전에 공로가, 민주주의엔 과실이 있다는 것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다.

이는 역대 대통령 관련 여론조사에서 드러난다. 지난 2008년 <세계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등에서  ‘경제발전을 가장 잘 시킨 대통령’ 부문에서 박 전 대통령은 90%를 넘겼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공로가 있던 정치인’부문에선 5%도 기록하지 못한다. 그 종합이 전‧현직 대통령을 통틀어 호감도 2위라는 결과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1월 29~31일 3일간 정기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ㆍ현직 대통령 호감도에서 박 전 대통령은 29.2%를 얻었다.(1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 35.3%)

“박정희는 서거 이후 편견‧오해 속에 바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가 한국의 오늘을 만든 주인공이라는 점에선 논란의 여지가 없다. 박정희는 뚜렷한 성적표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정희에 대한 저평가 현상은 크게 의아스럽다.” - <박정희 한국의 탄생> 中 (조우석 지음)

“박정희는 가장 후진적 작태인 군사반란을 일으켜 대한민국을 암흑천지에 들게 했다. 18년 동안 그가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부정하지 않지만, 박정희의 군사반란, 불법, 무법, 끝없는 부정부패와 반민주적 폭력정치의 오명이 벗겨지는 것은 아니다” -김영삼과 박정희 中 (노병구 지음)

평가가 워낙에 갈리니 만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총평은 정치권보다는 학계와 국민 개개인의 인식에 맡기는 추세였다. 현 정가의 핵심인물들 대부분은 민주화운동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다. 때문에 유신 시대를 강하게 비판할 지언정 어지간해선 ‘박정희’라는 이름을 잘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故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례와도 같이, 정치권에서 박 전 대통령은 보수의 아이콘이자 산업화의 유일한 상징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특히 마치 민주화가 이뤄졌으면 산업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이와 관련, 여권 정계의 한 원로 정치인은 얼마 전 기자에게 “산업화와 민주화가 왜 반대 단어인가. 이게(민주화) 이뤄지면 저게(산업화) 안 되는 개념인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는 뚜렷하게 정치적으로 유형화됐다. 지역적으로, 연령별로 균열의 매개체가 된 것이다. 여권과 야권, 영남권과 호남권, 상대적 고령층과  상대적 저연령층 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뚜렷이 갈렸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정치 전면에 등장한 뒤, 박 전 대통령은 그 딸인 박 대통령을 향한 공세의 매개체로 사용됐다. 지난 대선 땐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 중 하나였다.

지난 2012년 대선 마지막 TV토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향해 “박정희는 충성혈서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의 한국이름이다. 해방되자 쿠데타로 집권하고 한일 협정 밀어붙였다”, “박근혜는 유신독재의 퍼스트 레이디”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 토론은 상반된 반응을 얻었다(결과적으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며, 정계 일각에선 이 맹공이 역효과가 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나는 솔직히 대선 TV 토론이 끝나고 ‘아 이제 됐다. 선거에서 이기겠다.’라고 생각했다. 상대(이정희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이야기를 끄집어내며 상당히 과한 공세를 폈고, 대통령께선 침착하게 대응했다.” - 2013년 새누리당 박창식 의원 <시사오늘>과의 인터뷰 中

“이 후보의 토론은 속시원한 측면도 있었지만, 그 당시에도 난 걱정했다. 박근혜 후보를 싫어해도 박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은데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당하는 쪽(박근혜 후보)을 지지하게 된 무당파층이 꽤 됐다고 본다. 그게 문재인 후보의 패배를 가져왔다.” - 2014년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던 야당 당직자 <시사오늘>과의 만남 中

   
▲ 2015년 11월 경북 구미에서 열린 ´제98회 박정희 대통령 탄신제´에서 축사하는 김관용 경북도지사 ⓒ뉴시스

지역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는 대구경북(TK)에서 두드러진다. 이는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열렬한 지지로 그대로 이어졌다. 지난 2014일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출마한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정희 컨벤션센터 건립에 찬성하며 광주의 김대중 컨벤션센터와의 교류를 통해 지역주의 희석의 일환으로 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박정희라는 이름이 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일화다.(당시 김 전 의원은 대구 여권의 지지와 야권의 지탄을 동시에 받았다).

오는 총선을 앞두고선 서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밀도를 강조하다 보니 진박(眞朴)논란이 나올 정도다. 지난 6일 대구의 한 예비후보는 자신의 선거사무소에 걸린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SNS에 올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1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를 만들었느냐는 부분에는 사가(史家)들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존하는 지역주의가 유지되는 데는 도움을 주고 있다는 증거들이 속출 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다음으론 연령층이다. 지난해 11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역대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를 조사한 결과에서 60대 이상(65.1%), 50대(61.0%), 40대(40.2%)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발전에 가장 기여한 인물로 꼽았다 반면 30대(50.4%), 20대(47.5%)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정당별로도 나뉘었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76.0%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새정치연합 지지층(53.4%)과 무당층(36.6%)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위)

   
▲ 서울 중구 신당동 '박정희 공원'논란이 있는 곳의 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뉴시스

한편 최근엔 일명 ‘박정희 공원 논란’도 일었다. 서울 중구는 박정희 가옥 연계 역사문화공원 사업을 2016년 자체 예산으로 재개한다. 해당 사업에 대해 중구는 2년 전 중앙정부, 서울시와 예산을 분담하고자 했지만 서울시와 협의는 불발됐다. ‘박정희 기념공원’이라는 이름은 구의회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으며, 결국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을 들여 기념공원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그러자 중구는 올해 자체예산 약 100억을 편성해 `동화동 역사문화공원 및 주차장 확충계획`으로 우회했다. 중구는 "지하에 주차공간을 만들다 보니 지상 공간이 나와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지 박정희 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박정희 공원'이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17일 보도를 통해 연계된 문화시설 등이 박정희 생가 뿐인 점 등을 들어, 여전히 박정희 기념공원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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