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의 긴급진단>테러방지법과 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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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긴급진단>테러방지법과 필리버스터
  •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 승인 2016.02.25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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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지난 2월 23일 제340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하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으로 부의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08명이 테러방지법의 표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Filibuster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신청했다. 이는 1964년 김대중 신민당 의원의 필리버스터 이후 52년 만에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5월 12일 국회법 개정을 통해서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할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고, 해당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한다는 조항(국회법 제106조 2)을 신설함으로써 필리버스터를 허용했다. 필리버스터는 의원 1인당 1회에 한정해 토론할 수 있고, 재적 의원 5분의 3이상의 서명으로 무제한 토론의 종결동의를 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2월 23일 본회의가 시작되고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의 국회 발언시간이 이어졌다. 지금 실정법상의 절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일각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국회의원의 발언시간 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은 국회 발언의 ‘내용’과 ‘질’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여야의 정치적 행태가 바람직한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가 5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여야 대표의 합의에 의한 국회 선거구 획정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것도 부족해, 테러방지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여야의 지금 모습은 비판받기 충분하다.

앞으로 계속될 야당의 의사진행 방해는 아까운 국회일정만 소모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낳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임기가 6월로 끝나는 제19대 국회가 끝까지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갈등과 대립의 국회상을 노출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 부의한 테러방지법에 대해서 냉정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테러방지법에 의하지 않으면 테러행위를 사전에 체크하고 방지하지 못하는가. 국정원은 물론 경찰청, 그리고 일선 행정기관의 일상적인 업무활동만 제대로 해도 국가 치안에 대한 이상 징후는 발견할 수 있으며, 테러방지법이 아니라도 일련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하다. 따라서 정부여당이 야당의 극한 반대와 대립이 있을 것이 뻔한 상황인데도 경제와 민생문제를 도외시하고 이를 국회 본회의에 통과시키고자 강행처리해야 하는가 하는지 의문이다.

둘째, 경제와 민생문제 등 시급한 국회 입법 처리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방치하고 있던 더민주당 등 야당이 지금처럼 테러방지법 하나에 이렇게 당의 전력(全力)을 모아서 의사일정을 지연시키는 것이 타당하고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셋째, 테러방지법에 명시된 대로, 정보수집권을 국정원이 갖도록 한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정부여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국정원이 국가의 정보 수집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 법안 제9조에 명시됐듯, 국정원장은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출입국·금융거래 정지 요청 등 통신 이용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야당은 국정원이 아니라 국민안전처가 업무를 담당하고자 하고 있다. 과연 이에 대한 대안은 없는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원이 도·감청 등 정보수집 권한을 남용할 소지를 최대한 줄이고, 국정원에 주어진 정보수집 업무와 감청 권한이 포괄적으로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없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분석해야 한다.

테러 의심 의혹이 있는 자들은 기존의 현행법에 따라서도 출입국과 금융거래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다. 한 예로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과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끝으로 여야는 지금 이 시기가 우리 국가가 평안한 시기인지 남북한이 대치하는 비상시국인 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남북한 경제협력과 개성공단사업이 중단되고, 군사적인 긴장관계가 발생하고 있으며,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과 UN을 통한 북한 제재 추진 등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긴박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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