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자금난에 계열사까지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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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자금난에 계열사까지 '휘청'
  • 최준선 기자
  • 승인 2016.03.2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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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준선 기자)

▲ 업계 불황으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한 건설사의 자금난에 그룹 계열사들까지 휘청대는 모습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뉴시스

업계 불황으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한 건설사의 자금난에 그룹 계열사들까지 휘청대는 모습이다. 건설사 지원 부담에 계열사들의 주가까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 속에 발행했던 전환상환우선주(RCPS)가 재무부담 증가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자부적격’ 두산건설 지원부담, 모회사 신용등급·주가하락으로 이어져

건설사의 실적 부진이 계열사의 지원 부담으로 이어진 것은 최근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락조정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두산그룹의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3.5% 감소한 2646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7% 줄어든 18조9604억 원, 당기순익은 적자로 전환해 1조7008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두산 측은 계열사 구조조정 등에 따른 일회성 비용 발생의 영향인 것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나이스신용평가는 그룹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했다. 대규모 손실에 따른 자기자본 감소의 영향으로 두산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014년 말 252.4%에서 2015년 말 276.0%로 증가했으며 순차입금의존도도 같은 기간 34.3%에서 35.9%로 증가하는 등 그룹의 재무안정성 지표가 저하됐다는 분석이었다.

결국 두산그룹은 지난해 10월에 이은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두산과 계열사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 4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그룹 전반의 재무안전성 저하와 일부 계열사의 수익구조, 유동성 대응능력 약화에 따른 부담요인이 조정의 원인이었다. 지난 18일 나이스신용평가도 이들 4개 기업에 두산엔진까지 더해 5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내렸다.

특히 두산건설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 1조3359억 원 중 올해 만기를 앞둔 것만 1조789억 원이다. 단기 상환부담이 크다는 평이다. 배열회사보일러(HRSG)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나이스신용평가에 의해 신용등급이 BB+(투자부적격) 등급으로 조정됐다.

이 가운데 두산건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다. RCPS는 사전에 약속한 기간이 되면 발행 회사로부터 상환을 받거나 발행 회사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다. 채권과 성격이 비슷하지만 주식으로 발행했기 때문에 ‘자본’으로 분류된다. 부채비율 등의 부담이 적어 재무구조가 불안한 기업의 요긴한 자금 조달 수단이었다.

그러나 보통주와 달리 상환기간이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부채’의 성격이 짙다. 실적 악화가 지속되는 기업에게는 높은 배당액까지 더해진 재무부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두산건설은 2013년 12월 4000억 원 규모의 RCPS를 발행한 바 있다. 주가가 RCPS 발행가 이하로 하락할 경우 두산중공업이 손실 보전 의무를 갖는 구조였다. 이에 두산건설은 보증을 선 두산중공업에 대한 신용평가 3사의 유효한 신용등급 중 2개 이상이 A- 이하로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이 조기정산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달 한기평이 두산중공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이달 나이스평가가 두산중공업의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조정한 이후 RCPS 주주들이 만기일 전에 상환을 요청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문제는 두산건설이 RCPS를 자체적으로 상환할 여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이 나서서 두산건설의 RCPS를 인수해 만기를 2~3년 연장하는 주주간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산건설 지원이 두산중공업에 대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 하락 요인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등 주요 자회사에 대한 지원 부담이 주가 하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산건설 지원방침을 밝힌 지난 21일 삼성증권은 두산중공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종전의 ‘매수’에서 ‘중립’로 하향하고 목표주가 1만8600 원을 유지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중공업은 전일 대비 1.4% 하락한 2만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5.7% 하락하며 2만 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존 시장은 두산건설이 자산과 사업부를 매각해 해당 RCPS를 자체적으로 상환할 것으로 기대해 왔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의 두산건설 RCPS 관련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해 온 투자자에게는 실망스러운 뉴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가 추진하는 밥캣 상장과 공작기계 사업 매각, 두산건설의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와 렉스콘 공장 매각이 그룹 분위기를 개선할 수 있는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차입금 규모가 워낙 커 당사의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시킬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의 신용도 개선에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계열사들 중 자체 신용도로 차입성 자금 조달이 가능한 유일한 회사는 두산중공업이기 때문에 두산중공업의 신용도 하락 방어는 두산그룹이 포기하지 말아야 할 과제”라고 분석했다.

SK·한화·롯데건설·코오롱글로벌도 RCPS 발행…재무부담 우려

두산건설 외 건설사에서도 RCPS의 상환이 재무부담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발행회사가 회사채 금리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약정하는 경우가 많아 고정적인 금융비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2013년 이후 RCPS로 자금을 조달한 건설사는 △SK건설 △한화건설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 등이다.

SK건설은 지난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1750억 원과 1500억 원 규모의 RCPS를 발행했다. 지난해에도 2000억 원을 RCPS 발행으로 조달했다. 지난해 한국신용평가는 SK건설의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지난해 9월 기준 301.6%인 SK건설의 부채비율이 상환우선주를 차입으로 간주할 경우 551%에 달한다며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전환상환우선주의 경우도 잠재적인 재무구조 부담요인으로 평가된다.

한화건설도 2014년 4000억 원 가량을 RCPS 발행을 통해 확보했고, 코오롱글로벌도 같은 해 1000억 원 규모의 RCPS를 발행했다. 한화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조기상환 요청을 받을 수 있다. 2013년 130억 원 가량을 RCPS 발행으로 확보한 롯데건설은 지난해 같은 방식으로 500억 원 가량을 추가로 모집했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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