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진화…타이밍 정치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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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진화…타이밍 정치 '눈길'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7.14 17: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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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입장 발표·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언급·히말라야 첫 메시지 '안보'까지…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진화했다. 여의도 정치에 서툴었던 '초보' 문 전 대표가 최근 '정치9단'의 면모를 보이면서 정치력을 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누군가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13일 사드 배치 입장 발표, '文의 기막힌 타이밍'…安과 대조

▲ 네팔 히말라야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히말라야에서 "도를 닦겠다"던 문 전 대표가 정치력을 닦고 온 눈치다 ⓒ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 SNS 캡처

문 전 대표는 지난 13일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는 '사드 배치 결정의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청한다'는 글을 통해 "사드 배치는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문 전 대표는 차기 대선 주자로서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정치 공세를 받았다. 같은 야권인 국민의당조차 "국민을 위해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그를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는 침묵을 굳게 지켰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천명했던 이날 입을 열고 원점 재검토와 공론화, 그리고 국회 비준을 요구하고 나섰다.

타이밍이 절묘했다는 평가다. 정부의 발표 직전 입장을 밝혀 국가적 중요 현안에 입을 닫았다는 비판을 철저히 방어하면서도,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일 수 있는 틈을 최대한 줄였기 때문이다.

이른 시점에서부터 국민투표를 주장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대조적인 모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3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문 전 대표와 비슷한 타이밍에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면 여론이 부정적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문 전 대표의 발언도 뜯어보면 비판의 여지가 많은데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와 맞물리면서 이목이 크게 집중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민주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기존 야권 지지층과 야권 의원들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다른 견해를 피력해, 전당대회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효과도 누렸다는 말도 나온다.

더민주의 한 중앙당직자는 1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현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이견을 보이지 않았느냐. 문 전 대표가 사실상 의원들과 지지층의 편을 들어준 셈이 됐다. 전대에 간접 관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의역은 제2의 세월호"…여당 치고 박원순 잡고 '일거양득'
히말라야에서의 첫 메시지 '안보'…김종인 치고 표 잡고 '일석이조'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9단'의 정치력을 발휘한 건 이번 사례뿐만이 아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6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SNS에 밝히며 박근혜 정부를 질타한 바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무책임과 무반성이 또다시 구의역 사고를 낳았다"며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인 점에서 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였다"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인해, 문 전 대표는 우선 여권의 정치적 공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문 전 대표가 해당 글을 SNS에 게시하기에 앞서 새누리당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 대해 문 전 대표의 측근이 서울메트로 감사로 임명된 점을 들어 '문재인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낙하산 인사가 사고의 원인이다. 문 전 대표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의 타이밍이 새누리당보다 조금 더 빨랐고, 여당은 '민생 현안들에 대해 물타기를 하려든다'는 비판과 직면해야 했다. 만약 새누리당이 '문재인 책임론'을 먼저 제기했다면, 문 전 대표의 글은 책임회피용이라는 뭇매를 받았을 공산이 컸다.

또한 당시 여의도 정가에서는 문 전 대표가 사실상 같은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해 글을 올린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의 1차 책임이 박 시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가 박 시장을 박근혜 대통령으로, 구의역을 세월호로 빗댄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본인밖에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박 시장은 구의역 사고로 인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 (왼쪽부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 뉴시스

네팔 히말라야에서의 첫 메시지로 '안보'를 선택한 점도 '정치9단'의 면모라는 말도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히말라야에서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미군에 의존하는 약한 군대, 방산 비리의 천국, 이것이 자주국방을 소리 높여 외치는 박근혜 정부의 안보 현주소다. 자주국방의 구호가 부끄러운 2016년 6월 25일"이라며 현 정권의 안보 정책에 대해 날 선 발언을 했다.

그가 안보를 언급함으로써 표의 확장성을 꾀하는 동시에,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견제한 것이라는 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 무렵, 김 대표는 주 종목인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안보 분야에도 힘을 쏟고 있었다. 보훈단체장 간담회, 경기 파주 임진각 현장 비상대책회의 주재, 당 안보 싱크탱크 국방안보센터 창립회의 개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격려, 북한 미사일 발사 국방부 보고 등 안보 행보를 거듭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킹메이커'를 자처하며 문 전 대표의 대항마를 찾았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손학규 전 대표와 연이어 회동을 가졌고, 김부겸 의원과의 소통을 늘리기도 했다.

당시 더민주의 한 당직자는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문 전 대표 측이 일부러 6·25에 맞춰서 첫 메시지를 준비한 것 같다"며 "존재감을 피력하면서, 안보를 강조해 전당대회 정국에도 영향을 주겠다는 심산 같다"고 풀이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원로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문 전 대표가 누구한테 과외라도 받는지, 정치에 눈을 뜬 것 같다"면서도 "꾀만으로는 국가와 국민을 책임질 수 없다. 그것보다는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큰 정치인으로 이름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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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문까 2016-07-17 15:13:34
꾀라니- 대통령감이면 정치려도 당연히가춰야지

sori 2016-07-14 21:18:24
언론이란 것이 이렇게도 장난을 칠 수가 있구나! 국민행복지수가 뭔지를 모르고 귀국하여 첫 일성으로
구의역 사건이 박근혜정부의 육지에서의 세월호 사건이라는
말을 하는 걸 보고는......
정말 저러면 안되는 데.....
하고 걱정했네.
저런 짓거리들 보면서
참으로 우리에게 미래가 없구나! 하고
힘들었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