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여권이 '손학규 러브콜'에 가세했다.
진영을 뛰어넘는 영입 제안이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의 정계 복귀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이목이 쏠린 상황이다.
당초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에 공을 들여온 것은 야권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4·13 총선 직전 "손 전 고문도 우리 당의 당원"이라며 "선거를 지원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손 전 고문의 거절에 일각에서는 '복귀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이 나왔지만, 20대 국회와 함께 야권에서는 손 전 고문을 두고 쟁탈전이 시작됐다.
국민의당은 외연확대 일환으로 손 전 고문의 영입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6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저와 안철수 전 대표는 손학규 전 고문의 영입을 위해 수차례 노크했다"며 "더민주에는 문재인 전 대표가 있기 때문에 우리 당으로 와서 경쟁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말했다.
손 전 고문의 대권가도 행보에 초점을 맞춰, 국민의당이 적절한 텃밭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더민주도 발 빠르게 견제하는 모양새다.
더민주 당권주자인 추미애 의원은 같은 날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손 전 대표는 우리 당의 상임고문이고 주요 대선 후보"라면서 "돌아오셔서 당의 정치자산이 되는 행보를 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손 전 고문이 정계 복귀를 공식화하면서 여권에서도 영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새누리당 친박계 당권주자인 이주영 의원은 2일 SBS <한수진의 시사전망대>에 출연, 손 전 고문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여권 대선주자로 영입할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은 "당 정책 철학과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만나보고 필요하면 영입을 해서라도 강력한 대선주자들을 내놓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손 전 고문이 이를 놓고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여야를 뛰어넘는 폭넓은 지지로 손 전 고문이 성공적인 복귀식을 치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야권 잠룡으로서 정체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 전 고문의 정체성 논란은 그의 정치적 이력과 관련 있다.
손 전 고문은 지난 1992년 민자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지난 2002년에는 한나라당 차기 대선후보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이적, 민주당 대표와 상임고문,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등 야권 중진으로 변신했다.
이때문에 야권에서는 손 전 고문의 정치적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대선후보로서는 전통적 지지층을 이끌 수 없다는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앞서 손 전 고문이 지난 2014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굳이 전남 강진의 토굴에서 칩거한 이유 역시 야권의 전통 지지층인 '호남의 선택을 기다리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계 중론.
이에 새누리당에서 '당 정책 철학과 같이 할 수 있는 분'이라며 보낸 러브콜이 대권가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 손 전 고문에게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이 됐다.
이와 관련, 한 호남 정계 인사는 2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정치인으로서 폭넓은 지지를 얻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정치적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뜻도 된다"면서 "야권의 대선주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정계복귀 후 정치적 비전을 명확히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좌우명 : 本立道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