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벤치마킹 정치’,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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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의 ‘벤치마킹 정치’, 성공할 수 있을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8.16 15: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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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때는 YS의 칩거·대선 때는 박 대통령의 좌클릭 벤치마킹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동상을 둘러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 뉴시스

“김무성 전 대표는 타고난 정치인이다. 정치인에게 정권 획득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숙일 때는 숙일 줄도 알고, 물러서야 할 때는 물러설 줄도 안다. 다른 정치인들의 좋은 전략을 받아들이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4·13 총선과 8·9 전당대회에서 상처를 입은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16일 기자와 만난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표의 장점을 열거하면서, ‘열려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故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밑에서 정치를 배운 김 전 대표는 ‘보스’같은 이미지가 강하지만, 상대를 배려할 줄 알고 충고를 귀담아들을 줄 아는 도량을 지녔다는 평가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벤치마킹 정치’라고 할 만큼 선배 정치인들과 닮은꼴 행보를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는 ‘정치적 아버지’ YS의 발자취를 따랐다.

1990년 YS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며 3당 합당을 결행했고, 이후 다수파인 민정계를 하나하나 무력화시켰다. ‘내각제 합의 각서 유출 파문’ 때는 이를 정치공작으로 몰아붙이며 마산으로 내려가 칩거, 여론을 등에 업고 당을 장악했다.

김 전 대표의 총선 때 모습은 이와 판박이다. 그는 총선 과정에서 철저히 침묵을 지켰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독단적인 ‘공천 학살’을 자행하는 와중에도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이러한 ‘침묵 정치’로 ‘김무성계’를 대거 생환시킨 뒤, 이른바 ‘옥새 파동’이라는 승부수를 던지고 부산으로 내려가 칩거했다. 실패로 귀결되긴 했으나,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김 전 대표가 활용한 전략은 ‘호랑이 굴에서 호랑이를 잡은’ YS를 떠오르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런 김 전 대표가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과정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은 보수여당의 후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한 움직임을 보였다. 우선 김종인 대표를 국민행복추친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해 적극 활용했다. 자유주의와 시장주의를 ‘절대 불가침 영역’으로 규정하는 보수정당이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 대표를 영입한 것은 파격(破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 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이희호 여사와 권양숙 여사를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펼쳤다. 과감한 ‘좌클릭’으로 외연을 확장했던 것이다.

김 전 대표의 최근 활동도 이와 비슷하다. 그는 지난 1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만나 위로한 뒤, 페이스북에 ‘이 시대 최고의 슬픔을 함께 하기 위해서’ 팽목항을 찾았다며 ‘하루빨리 배가 인양돼 바다에 남은 9분이 가족 품에 돌아가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고 썼다. 2일부터 4일까지는 순천·화순·광주·담양·여수 등 호남 곳곳을 누비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보수우파가 이 노래에 대한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방문해서는 방명록에 ‘지금 대한민국에 김대중 대통령님의 지도력이 필요합니다’라고 적었다. 진보진영을 ‘좌파’로 지칭하며 비난의 공세를 높였던 이전과 달리, 대선을 염두에 둔 발걸음을 시작한 셈이다.

다만 김 전 대표의 ‘벤치마킹 정치’가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YS의 경우 오랜 민주화운동으로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은 정치인이었던 반면, 김 전 대표는 여론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지지세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 전 대표의 ‘옥새 파동’은 YS와 달리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옥새 파동’ 이후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수행해 3월 28일 발표한 결과에서 김 전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도는 전주 대비 2.2%포인트 하락한 14.4%에 그쳤다. 마산 칩거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당권을 장악했던 YS와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좌클릭’ 벤치마킹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많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박정희의 딸’이라는 확실한 브랜드가 있었다”며 “아무리 좌클릭을 해도 박 대통령의 정통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상황이 다르다”며 “보수진영 내부에서조차 전폭적인 지지를 못 받는 김 전 대표가 지금처럼 좌클릭을 하면 결국 여기서도 저기서도 외면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에 맞지 않는 벤치마킹은 자칫 대권 가도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https://www.nesdc.go.kr/portal/main.do)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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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곡 2016-08-16 18:06:08
배신의 아이콘 김무성, 대통령을 상대로 교활한 수를 부리지 않나(헤럴드 신문보도), 큰 덩치에 잔머리만 굴리고, 국민을 바보로 아는 자, 이런자는 기초의원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