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사태]학생소환 통보에 교내여론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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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사태]학생소환 통보에 교내여론 악화
  • 오지혜 기자 정은하 기자
  • 승인 2016.08.24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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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만나자" vs. 학생, "서면으로"…‘진퇴양란’
"총장 사퇴해야" 움직이는 교수진에 '수세 몰린' 학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정은하 기자)

▲ 점거 농성 28일째를 맞은 이화여대가 소통 방식에 갈등을 겪으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 시사오늘

점거 농성 28일째를 맞은 이화여대가 소통 방식에 갈등을 겪으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학교 측은 24일 교내 ECC 이삼봉홀 앞에서 '총장과의 열린 대화'를 진행했다. 최경희 총장은 이 자리에서 "경찰 진압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참여율에 반향은 크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 앞서 일부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학교 측이 마련한 '총장과의 열린 대화'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또다시 졸속으로 진행되는 행사"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총장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점거 농성 사태 초반과 상반되는 풍경이다. 당초 대면 대화를 요구하던 학생들은 현재 서면 대화로 선회했다. 농성의 대표자가 없는 상황에서 대면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생 측 입장이다.

▲ 학교 측은 24일 교내 ECC 이삼봉홀 앞에서 '총장과의 열린 대화'를 진행했다. 최경희 총장은 이 자리에서 "경찰 진압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참여율에 반향은 크지 않았다. ⓒ 시사오늘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20여 명 내외로 알려졌다. 참여 학생에 따르면, 교내 기자단을 제외하면 대부분 학부생이 아닌 대학원생이었다.

최경희 총장은 이 자리에서 "1600명의 경찰이 학내로 투입돼 학생들을 진압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고 밝혔다. 최 총장을 비롯한 학교 측 인사가 '사과'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점거 농성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총장이 경찰 1600명을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정책포럼 TF팀을 구성해 학내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나가겠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일부 참여 학생들과 언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 대학원생은 "현재 시위대가 총장과의 대면 대화는 거부하고 서면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오히려 시위대가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시위의 목적도 처음에는 미래라이프사업 전면 폐지였는데 지금은 총장 사퇴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학교 측은 점거 농성 중인 본관 서문에 천막을 설치해 '학생들과의 대화를 기다리는 장소'를 운영하고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최 총장이 직접,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부총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 총장은 이날 오전에도 천막을 찾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코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일방적인 면대면 대화요구는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적극 대화에 나서는 배경에 급격히 악화된 교내 민심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점거 농성의 이유였던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사업이 철회되면서 교내 여론은 두 쪽으로 갈리는 듯했다. 최 총장이 모든 논란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문제가 해결됐으니 정상적인 학사운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 5일 기자와 만난 인문대 교수는 "대다수 선생님들이 이번 사태를 두고 초유의 사건이라고 한다"면서도 "그러나 기본적인 마음은 사태가 빨리 해결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초창기에 요구했던 바가 거의 수용됐으니, 농성을 푸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이 농성 학생 3명을 주동자로 보고 소환 통보에 나서면서 여론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학생을 상대로 한 사법처리가 현실화되자, 교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화여대 교수진은 경찰조사 사실이 알려진 다음 날인 지난 23일, 전체 간담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2차 성명서를 내고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총장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데 그쳤던 1차 성명서에서 더 나아간 셈이다.

이대교수비대위에 따르면, 2차 성명서에 참여한 교수는 총 191명으로, 그 중 130명이 기명으로 서명했다.

2차 성명서에 참여한 익명의 교수는 이날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개강을 앞두고 있는데 오히려 사태가 악화되고 있어 교수진 전원이 논의에 나선 것"이라면서 "참여자 비율보다 상당수의 교수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다는 점을 주목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교내 여론이 악화된 데 대해 "학생과 교수 모두 총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애초에 학교 측이 지난 30일 경찰병력 투입을 요구한 것은 학생들을 범법자로 봤다는 의미"라면서 "집회나 시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돼 있는 가운데, 학내 구성원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의견 개진에 사법처리와 경제적 배상을 운운한 것은 학교와 총장의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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