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①] 오아시스인가 신기루인가
[제3지대①] 오아시스인가 신기루인가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09.09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생각은 실패…관건은 현역 탈당
어려운 와중에 ˝대선 가 봐야 안다˝

손에 잡힐 것 같은데 빠져나간다. 가까워진 듯싶은데 도달하진 못한다. 그야말로 신기루(蜃氣樓)다.

정치권에서 제3지대란 그런 것이었다. 각 당의 지지율을 훨씬 상회하는 부동층(浮動層)의 규모를 볼 때, 제3지대는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낀 이들을 위한 오아시스가 되어 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여러 번 도전장을 던진 이들이 있었지만, 정치인 동료들과 국민들에 외면당하며 무너졌다. 이렇게 제3지대 형성은 매번 실패한 실험으로 끝났다.

그런데 또 다시 제3지대 바람이 불어온다. 거대 양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각각 친박, 친문 주류가 확실하게 장악하면서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꿈을 꾸는 비주류들이 수면 아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개헌을 꿈꾸는 자, 대권을 바라는 이, 소명과업을 이루려는 사람들 등 각양각색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 판을 흔들고 있다. 다시 한 번 제3지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오아시스인가, 신기루인가. 정치권을 강타한 제3지대론을 <시사오늘>이 분석했다.

▲ 정치권에서 제3지대란 신기루와 같았다. 각 당의 지지율을 훨씬 상회하는 부동층(浮動層)의 규모를 볼 때, 제3지대는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낀 이들을 위한 오아시스가 되어 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여러 번 도전장을 던진 이들이 있었지만, 정치인 동료들과 국민들에 외면당하며 무너졌다. 이렇게 제3지대 형성은 매번 실패한 실험으로 끝났다. ⓒ시사오늘 이근

제3지대론, 어떻게 시작됐나?

제3지대론은 비주류 대권 주자들의 존재로 인해 촉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약 20여일의 간극을 두고 친박계 핵심 이정현 대표와 친문계가 밀었던 추미애 대표를 선출했다. 최고위원 등 지도부 역시 양 당의 주류가 장악했다. 그리고 사실상 양 당의 대권주자 윤곽이 제시됐다. 새누리당은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염두에 둔 ‘외부 영입론’을 펼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세론’에 불을 지피는 중이다.

문제는 각 당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 대권 주자들의 존재감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현 비박계에서 가장 중량감 있는 대선 후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모병제’카드를 빼 들며 참전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의원, 나경원 의원 등도 조용히 흐름을 관망하고 있다. 야권은 더 많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사실상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국민의당 쪽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정계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간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도 있다.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개헌을 위한 제3지대의 형성을 모색 중이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은 일생의 과업인 경제분야에서의 일획(一劃)긋기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지금껏 언급된 인사들만 모두 모아도 내각을 꾸릴 수 있을 정도다. 제3지대론은 여기서 출발한다. 이들의 다양한 이해가 맞물려, 현 정당구도에 파문을 던질 수 있을 만한 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원천이다. 정계 일각에선 ‘친박·친문 빼고 다 모여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을 포착한 국민의당은 ‘제3지대는 바로 국민의당’이라며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국민의당은 제3지대일까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목표를 초과달성하며 제3당의 깃발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국민의당이 ‘제3지대론’을 들고 나와서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다. 지역구 대부분을 호남에서 얻으며, 과거 충청도를 기반으로 했던 정당인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호남판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정당득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앞질렀지만, 중도층을 모두 껴안아서 생긴 결과라고는 볼 수 없다. 야권이 대승하는 선거에서 야권의 표를 나눠갖고, 일부 여권의 이탈표를 더해서 얻은 성과에 가깝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엄밀히 말해 국민의당은 제3지대의 일부만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권의 한 원로 인사는 지난 총선 직후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국민의당의 성공 바탕에는 제3당에 대한 열망보다는 정권을 심판하려는 국민들의 목표가 영리하게 작용했다"며 "국민의당이 지지율이나 득표율이 곧 그 숫자만큼의 부동층, 중도층을 흡수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 지난 2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공원에서 열린 '손학규와 함께 저녁이 있는 빛고을 문화한마당' 행사에 참석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이 자리에서 손 전 고문은 "어려움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저를 던지겠다"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손 전 고문은 당적을 유지한 채 오늘 10월께 정계 복귀 뒤, 독자적으로 제3지대 세력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국민생각을 통해 보는 제3지대론의 미래

그렇다면 작금의 제3지대론에 가장 가까운, 과거의 시도는 무엇일까. 바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지난 2012년 만들었던 ‘국민생각21(국민생각)’이다. 국민생각은 초창기에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결합을 기치로 내걸고 야심차게 출발했다. 그러나 그 해 4월 11일에 실시된 제19대 총선 결과, 국민생각은 지역구에서 전패를 당하고 정당지지율 득표에서도 등록취소 요건(2%) 미만인 0.73%에 그쳤다. 그렇게 국민생각은 비례대표도 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물론 국민생각과 이번 제3지대론은 상황도, 성격도 다르다. 국민생각의 실패 요인으론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가장 큰 부분은 대선주자의 부재였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국민생각의 실패 이유에 대해, “당시 국민생각은 여러모로 빈곤했다고 할 수 있겠다”면서 “대권후보의 유무가 중요하다”고 평했다.

제3지대론이 꿈틀대는 지금의 환경은 당시와는 정반대다. 대권주자가 넘쳐난다. 대권 주자들만 모아도 '대선주자당'을 하나 꾸릴 수 있다는 농담도 들리는 판국이다. 게다가 총선이 아닌 대선을 약 1년여 앞두고 있다. 지역구와 정당득표 등, 신경쓸 곳이 많아 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어필하는 데도 힘이 벅찼던 국민생각과는 해야 할 일이 다르다. 이번 제3지대에선 핵심 주자를 중심으로 인물론을 펴 대선서 승리할 경우, 모든 것을 얻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국민생각과 비슷한 점은, 제3지대의 구성원들로 원외 인사들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는 부분이다. 국민생각은 출범 당시 현역 의원이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 단 한사람이었다. 김덕룡(DR)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대권 후보급’이었던 박찬종 전 국회의원 등이 돕고, YS의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 인명진 목사를 비롯한 김경재, 배일도, 박계동, 윤건영, 이신범, 이원복 등 비중 있는 전직 의원들이 합류해서 지원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원외인사였다. 원내 인사들의 탈당 후 합류가 절실했던 상황이지만,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을 나와 국민생각의 손을 잡은 이들은 없었다.

이런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지금 제3지대의 영입인사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에서 과연 탈당이라는 강수를 강행할 사람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함께 하겠다고 이야기를 한 뒤라도, 막상 나가려니 주변에서 말리거나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너무 커서 선뜻 움직일 수 없다. 현재 또다시 제3지대론이 거론되는 인물들 중 김무성 전 대표 역시 지난 2012년 탈당 후 국민생각에 합류키로 했었지만, 결국은 당을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정계의 한 원로 인사는 지난 5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당시 국민생각 만들 때 김무성 전 대표도 나와 함께 탈당해서 합류하기로 했었다”면서 “그러나 결국 이뤄지지 않았고, 국민생각은 원내 인물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며 주저앉았다”고 밝혔다.

▲ 6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늘푸른한국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특강하는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이 전 의원은 개헌을 목표로 하는 제3지대 정당 창당을 추진 중이다. ⓒ뉴시스

비슷한 맥락으로 이번에 제3지대론의 핵심 인물로 거론되며 탈당설이 흘러나왔던 손학규 전 고문 역시 결국 더민주 당적을 유지한 채로 우선 복귀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 있는 손학규계 의원들을 탈당 후 합류시킨다는 모험보다는, 조금 애매한 포지션이라도 안전한 길을 택하기로 한 셈이다. 실제로 손학규계 의원들이 탈당을 하느니 '탈 손학규계'를 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도 있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점점 승부수보다 안정감을 중시해가는 정치풍토상, 모호한 윤곽의 제3지대에 정치생명을 걸고 탈당을 감행할 인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원내 인사들이 달려와 줄 것이라는 기대는 접는 것이 낫다는 것이 중론이다"라고 내다봤다.

가 봐야 안다…어렵다는 의견이 대세

이러한 국민생각의 실패경험을 배경으로 제3지대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치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제3지대가 성공하기 위해선 현 지자체장들 뿐 아니라 원내에서도 활발한 합류 움직임이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게다가 대권주자가 너무 많다. 현실적으로 교통정리가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에 이번에도 제3지대는 신기루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번 제3지대론은 기존의 시도와 아예 궤를 달리한다는 주장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지난 7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새누리당이 밖에서 보는 것보다 불안한 상태”라며 “제3지대에 가지 않는다고 잔류를 선언한 분들이 많지만, 당이 제대로 유지될 때 이야기다. 대선 판에 가 봐야 안다”고 여운을 남겼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같은 날 “사실상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이탈해서 정체도 불분명한 집단에 갈 사람이 있겠느냐”면서도 “유권자들의 수준이 높아져서 과거의 (제3지대)시도와는 또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공기업·게임·금융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