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②]이곳에서 부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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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②]이곳에서 부르는 사람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9.10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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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비문 대권 주자들에 ‘러브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방향은 다르다. 그러나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각각 전당대회를 열고 ‘친위(親衛)체제’ 지도부를 구성했다. 새누리당은 ‘친박(親朴)’이, 더민주당은 ‘친문(親文)’이 당을 장악한 모양새다. 이로써 양당은 차기 대선 경선을 주류 지도부 관리 하에서 치르게 됐다.

자연히 ‘밀려난 자’들을 중심으로 지형 재편 이야기가 나온다. 이른바 ‘제3지대론’은 그 중 가장 현실성 있는 설(說)로 꼽힌다. 친박과 친문의 지원 없이는 대권을 노릴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여야 비주류 대권 주자들이 제3지대에서 결합,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시나리오다.

‘양극단 배제’를 내건 만큼, 후보군도 광범위하다. 친박이 지원한다고 알려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친문 수장(首長)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권 주자들이 하마평에 오른다. 이미 이재오 전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은 제3지대에서 세력화를 시작했다. 〈시사오늘〉에서는 제3지대 합류 가능성이 제기되는 인사들의 면면과 실현성을 짚어봤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 친박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비박 수장’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제3지대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 뉴시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여권에서 가장 먼저 대권 출사표를 던졌다. 민생 투어, 중국 방문, 경제 강연 등 대권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러나 그가 내년 대선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4·13 총선에서 심각한 내상(內傷)을 입은 데다, 친박이 당권을 장악하면서 당내 경선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놓인 까닭이다.

김 전 대표의 제3지대 행(行)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친박이 주류를 형성한 새누리당에서 김 전 대표가 대선으로 가는 티켓을 거머쥐기는 어렵다. 더욱이 내년 총선에 ‘올인’하다시피 한 김 전 대표에게는 차차기 대선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다만 그가 실제로 새누리당을 떠날 확률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탄탄한 조직을 갖춘 김 전 대표 입장에서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당내 경선에서 승부를 보고, 새누리당 후보라는 ‘후광’을 동원하는 쪽이 더 현실적인 길일 수 있다. 김 전 대표의 최측근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도 지난달 30일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전 대표가 대권 경선에서 불리한 입장이라 해도 ‘새판 짜기’에 본인이 쉽게 참여해선 안 되며, 본인도 그러지 않을 걸로 본다”고 전망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 번번이 친박과 각을 세워온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여권 내에서 제3지대에 가장 어울리는 인사로 꼽힌다 ⓒ 뉴시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여권 내에서 ‘제3지대’에 제일 어울리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정책적으로나 철학적으로 중도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공천 파동’의 최대 피해자기 때문이다. ‘친박의 적’으로 규정된 그가 새누리당을 떠나 제3지대 중도 정당에 합류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그려볼 수 있는 그림이다. 실제로 더민주당은 최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연설 직후 논평을 통해 “할 말은 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그립다”며 이름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있었던 한림대 강연에서도 유 의원은 “정부가 계속 ‘서별관 회의’에서 돈을 대줬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거나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요구를 안 받을 요구가 없다”며 야권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유 의원 역시 새누리당을 떠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는 지난달 2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안에서 노선과 이념, 뜻을 같이하는 분들을 찾아 힘을 합칠 생각”이라며 “(당을) 벗어나서 그럴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TK(대구·경북) 지역이 기반인 데다, 1958년생으로 아직 만58세에 불과한 유 의원이 굳이 제3지대 합류라는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 최근 대권 욕심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세력이 없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제3지대 행이 가능한 후보 중 한 사람이다 ⓒ 뉴시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최근 대권 욕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모병제 토론회에서는 “지금은 도지사라서 대권 도전을 선언하기에는 시기가 맞지 않다”면서도 “내년에 공식 선언하겠다”며 대권 도전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친박과 거리고 멀고, 당내 기반도 없다시피 한 그가 새누리당 대선 주자로 선출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남 지사가 제3지대론의 주요 후보로 언급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럼에도 남 지사가 제3지대로 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1965년생으로 만51세인 남 지사는 차차기는 물론 2027년 대선을 기약할 수 있을 만큼 젊다. 차기 대선 경선에서 이름값을 올려놓고, ‘미래의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쪽이 남 지사에게 유리하다는 의미다. 남 지사는 지난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새누리당에 문제가 있다면 바꿔서 개혁하는 게 맞다”며 제3지대론을 일축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 차기 대선에 욕심을 드러내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상황을 관망하면서 제3지대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 뉴시스

최근 야권에서 가장 강하게 대권 도전 의사를 드러내고 있는 인물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청년수당 사업’으로 이슈를 주도하면서 한편으로 싱크탱크 ‘새물결’을 창립, 대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찾아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서 역사의 부름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겠다”며 대선 출마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친문이 당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당내 기반도 취약한 박 시장이 대권 후보 자리를 거머쥐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러다 보니 박 시장도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기보다는 관망하면서 제3지대론을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실제로 더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시사오늘〉과 만난 야권 관계자는 “예상대로 친문이 당을 장악했다”며 “지켜봐야겠지만, 친문 지도부가 대놓고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들어가면 제3지대든 뭐든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또한 대권 출마를 공식 선언했지만 친문의 벽을 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입장도 박 시장과 다르지 않다.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SNS를 통해 “나는 당권 불출마 선언 이후 사실상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해왔다”며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4·13 총선을 통해 어렵사리 여의도 복귀에 성공한 김 의원에게는 ‘세력이 없다’는 우려가 따라붙는다. 험지(險地) 대구에서 4년간 지역구를 다지며 ‘지역주의 극복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여의도에서 멀어져 있었던 까닭에 대권 도전에 필요한 세력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제3지대론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단, 김 의원은 제3지대 합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3지대라는 게 탈당하거나 신당을 창당해야 된다는 그런 말 아닌가”라며 “이 당에서 안 되면 또 나가서 저 당 가고, 또 저 당에서 안 되면 또 다른 데 가서 뭐하고 그런 방식을 제3지대라고 한다면 나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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