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당선]미리 대비한 기업들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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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당선]미리 대비한 기업들 '눈길'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11.10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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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9일 새벽(현지시각)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돼 한국 경제에 후폭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를 사전에 대비한 국내 업체들이 있어 이목이 쏠린다.

▲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 뉴시스

트럼프의 당선으로 향후 국내 경제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번 미국 대선 유세 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했다. 그가 자국 시장을 보호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는 우리나라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시장이 위축되면,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에도 지장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1371억 달러 가량으로 무역 대상국 중 가장 많은 규모를 차지한 바 있다.

'1달 전' 보호무역주의 강연 들은 삼성 사장단

▲ 삼성그룹은 지난달 수요사장단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 삼성CI

삼성그룹 사장단은 지난달 5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회의 때 정인교 인하대 교수를 초청, '세계 무역질서 변화와 신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미국 대선이 마무리되면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확산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미국 대선이 열리기 한 달여 앞서 관련 강연 일정을 잡은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이날 연단에 선 정 교수는 신보호무역주의의 위험성과 문제점, 그리고 향후 전망 등을 세계 시장질서의 변화 흐름과 연관 지어 삼성 사장단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는 미국 미시간주립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FTA 농업통상포럼 위원을 역임한 인사로, 학계에서 대(對)미 무역·통상정책 전문가로 통한다.

정칠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사장은 이날 강연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세계보호무역 트렌드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었다. 많은 사업 분야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화 전략' 빼든 현대차…정몽구, 직접 북미 순방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대선이 열리기 2달 전 북미 지역을 순방해 직접 현지 시장 검토에 나선 바 있다 ⓒ 뉴시스

현대자동차는 트럼프 당선으로 당장 직격타를 맞을 가능성이 높은 업체다. 트럼프가 보호무역 강화 차원에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여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를 사전에 파악한 듯, 현대차는 미국 대선에 앞서 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다.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글로벌 시장 진출 모색에 시동을 건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8월 제네시스 브랜드 중형 럭셔리 G80, G90 등을 미국에 본격 출시했다. 이들 차량의 시작 가격은 4만 달러 이상으로 책정됐다. 통상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중형 럭셔리 시작가 기준이 4만 달러 미만임을 감안했을 때, 고급화 전략 차원의 행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대미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동, 러시아, 유럽, 중국 등지에 순차적으로 제네시스 브랜드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북미 지역 순방도 회자되는 모양새다. 정 회장은 지난 9월초 미국과 멕시코를 잇달아 방문한 바 있다.

기업 총수가 직접 현지 시장 현황과 판매 전략을 점검함으로써, 미국 대선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임직원들에게 환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당시 정 회장은 미국판매법인을 찾은 자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 변화다.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 혁신, 고객, 품질로 시장을 앞서가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현상' 예고한 LG, 기업 체질 개선 나설듯

▲ LG그룹은 '트럼프 현상'을 미국 대선 전 예고한 바 있다 ⓒ LG CI

LG(엘지)그룹은 미국 대선을 이틀 앞둔 지난 6일 이미 '트럼프 현상'을 국내 재계에 예고한 바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날 '반세계화 시대의 세계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반세계화 흐름의 대표적 사례로 미국의 '트럼프 현상'을 꼽았다.

LG경제연구원은 "(트럼프 현상 등으로 인해) 우리 경제와 기업활동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기업활동에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매우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국경제의 체질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내수부문을 확충해 외부변수 악화에 경제가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며 "기업은 공정경쟁을 통한 혁신으로 사회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당 보고서는 업계에 공개되기에 앞서 LG그룹 주요 임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의 대대적인 기업 체질 개선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그룹 핵심 계열사 LG전자는 최근 "단순히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비용절감 작업이 아니라 미래준비 차원의 구조개선 활동을 추진할 것"이라며 "목표 창출, 플랫폼 모델 정리, 지역·유통 구조 합리화 등 차원에서 본질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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