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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박근혜와 ‘거짓 애국자’
<기자수첩> 애국의 배신, 특권의 남용
국정농단 만든 건 결국 국민들의 박정희 지지
2016년 12월 07일 (수)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여론이 절정에 달한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평행이론’도 주목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과거 재벌들과의 정경유착을 통해 통치자금을 마련했던 사실과 이번에 그 딸인 박 대통령이 과거 그 재벌들의 2세, 3세에게 사실상의 모금(募金)을 했다는 의혹이 맞물려서다. 덕분에(?) 6일 국민들은 청문회를 통해 한국의 손꼽히는 재벌가의 수장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 드러난 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이러한 행태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그 기저에 깔린 생각의 구조다.

대통령 부녀의 생각은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바로 국가만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하지 못하는, 잘못된 애국(愛國)이다. 심지어 입으로 애국을 외치지만 사실 그 특권을 남용해서 자신의, 혹은 그 측근들의 이익을 챙기는 이면성까지 느껴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민족중흥과 경제발전을 내세웠다.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박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논하며 ‘수단이 옳지는 않았지만 진정성은 있었다’라고 평한다. 그러나 반(反) 민주주의를 차치하고라도,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밤에 안가(安家)로 어린 여성들을 불러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는 이야기가 파다한 박 전 대통령의 행적에서 진정성을 찾을 수 있을까.

안가에서 유흥을 즐겼던 박 전 대통령의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때문이다. 노병구 전 민주동지회장은 YS가 남산 고문실을 없애고, 안가를 모두 철거했을 때 “그래도 한 두 개는 남겨두시지 그러셨습니까. 후세 사람들이 보고 박정희의 흑심을 상기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로부터 약 30여년 후, 박 전 대통령의 장녀는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임기 4년차에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 게이트에 직면하며 하야를 눈앞에 둔 상태다. 주말 거리엔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숫자인 2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박 대통령을 성토하기 위해 나섰다.

그 와중에도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일관적이었다. 국민들에게 송구하긴 하나, 자신은 ‘오직 국가를 생각했을 뿐’이라는 항변이다. 여기서 부녀의 모습이 시대를 뛰어넘어 겹친다. 그토록 나라를 사랑하는 대통령은 왜 국민들이 분개할 부정을 저질렀으며, 역으로 자신의 애국을 면죄부로 내세우는 모순을 범하고 있을까.

박 전 대통령은 아마도 ‘나는 이렇게도 나라를 생각하니 이정도 특권은 누려도 된다’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과 태도가 지금의 박 대통령에게 그대로 이어진 모습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밝혀진 내용들이 그 증거다.

강산이 세 번 변한다는 30년 세월, 시대는 숨가쁘게 격변했지만 대통령의 시간만은 유신의 영애에 멈춰버린 느낌이다. 그가 주변에 입바른 소리를 하는 충신들은 모두 내치고, 자신을 조종하는 오랜 측근과 비위를 맞추는 혼 없는 하수인들로 가득 채웠다면 더더욱 그렇다.

박 전 대통령을 칭송하며 ‘그 옆에서 배운 게 있으니 잘 하겠지’라면서 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수도 꽤 많다. 아주 오산은 아니었다. 아주 잘 배운 것이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바로 달콤한 권력을 제공하는 국가를 사랑하고, 그 국가를 이루는 국민들을 사랑하지 못하는 뒤틀린 애국심이다.

권력자가 부정을 저질러도 ‘나랏님은 좀 그래도 된다’는 이해하기 힘든 관용이 있던 시대는 조선에서 마감했어야 했다.

국민들의 잘못된 향수에서 시작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결국 박 대통령을 만들었고, 발전은커녕 후퇴한 참상을 30년 만에 목도해야 했다.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이 신민(臣民)에 머물러 있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다행히 우리에겐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향수(鄕愁)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 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모두 ‘입으로만 나라를 사랑하는’ 거짓 애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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