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지 못하는 친박, 떠나가지 못하는 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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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지 못하는 친박, 떠나가지 못하는 비박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6.12.17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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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금전문제·명분 때문에 ´불안한 동거´
親朴, 여론 질타에 위기감…일단 뭉치기
非朴, 역습 맞아도 탈당 못하고 고심 중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새누리당의 혼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6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현재 의원이 당선되며 사실상 지도부가 교체됐다. 그러나 이미 분당(分黨) 직전까지 갔던 골이 메워지긴 요원해 보인다. 우선은 한 당 안에 몸담고 있지만 친박계도, 비박계도 껄끄럽긴 마찬가지다. 유명 노래 제목이 겹쳐진다. 친박계는 헤어지지 못하고, 비박계는 떠나가지 못한다. 그 이유로는 불안감, 재산문제, 그리고 명분싸움이 꼽힌다.

▲ 새누리당의 혼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친박계는 헤어지지 못하고, 비박계는 떠나가지 못한다. 그 이유로는 불안감, 재산문제, 그리고 명분싸움이 꼽힌다. ⓒ뉴시스

촛불 그림자에 일렁이는 불안감

새누리당은 이번 탄핵정국을 전후해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친박계는 비난의 표적이 됐다. 새누리 당사 앞에선 시위와 함께 당기(黨旗)를 찢는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인터넷에선 이정현 대표의 패러디 저작물이 화제를 몰았다. 이번 정우택 신임 원내대표는 계파색이 옅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구 사무실이 계란세례를 당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3일 역대 최대의 촛불집회가 벌어지자, 새누리당은 ‘4월 퇴진’ 당론을 황급히 철회하고 자유 투표로 전환했다. 그리고 9일 탄핵 소추안은 가결됐다. 친박계의 해체가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친박계는 위기에서 다시 뭉친다. 13일 ‘혁신과통합보수연합’이라는 모임을 출범시키며 결속을 다졌다. 그리고 3일 뒤 원내대표 선거에서 모임의 발기인 수와 거의 일치하는 득표를 해내며 비박계 후보들을 누르는 데 성공했다.

그 배경으로는 불안감이 지목된다. 이대로 밀려나면 친박계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대선정국과 남은 임기를 통해 반전을 꾀해보지도 못하고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친박계가 당 주류인 상황에서 비례대표로 입성한 초선의원들은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비례대표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17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정치적인 목적보다 원내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들어온 분인데, 친박계라고 무작정 매도당해 억울하고 불안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의리나 정리라기 보단 당헌과 당규, 원칙에 입각해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비박계의 불안감은 약간 양상이 다르다. 친박계가 몰락할 경우 함께 휘말려 들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하지만 막상 당을 박차고 나가기도 불안하다. 보수 지지층의 동향을 짐작할 수 없을뿐더러, 아직 비박계 내의 피아(彼我)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김무성 전 대표 등이 그나마 가장 큰 구심점이 되고 있지만, 한 목소리를 내는 친박계완 달리 비박계는 조직력이 정비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비박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 날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친박계가)입으로는 화합과 통합을 외치면서 당의 패권과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데, 얼마나 더 같이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면서도 “비박계라고 어찌 당에 애정이 없겠느냐. 다만 왜 우리(비박계)가 책임을 지고, 탈당이라는 불투명한 모험을 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 친박계와 비박계의 이별에는 현실적인 문제도 함께한다. 새누리당이 가진 거액의 재산과 선거보조금 등, 금전적인 혜택의 포기 내지는 상실이다. ⓒ뉴시스

현실적인 문제, 당 재산과 선거보조금

친박계와 비박계의 이별에는 현실적인 문제도 함께한다. 새누리당이 가진 거액의 재산과 선거보조금 등, 금전적인 혜택의 포기 내지는 상실이다.

일각에서 비박계가 탈당하지 못하는 이유로 금전 문제를 지적하자, 김무성 전 대표와 나경원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며 “새누리당 재산을 모두 국고에 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쳐야 할 절차가 많아,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재산을 분할 혹은 국가 귀속시키더라도 상당한 수의 선거보조금을 포기해야 한다. 선거보조금 대상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임기만료 국회의원 선거(총선), 임기만료 동시 지방선거다. 보조금액은 공직 선거가 있는 연도에 선거마다 ‘최근 있었던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권자 총수에 보조금 계상단가를 곱한 금액’이다. 의원 수에 비례해서 나오는 돈이기 때문에, 대폭 축소를 감수해야 한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친박계와 비박계 모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잘못은 너의 것…치열한 명분전쟁

정쟁(政爭)의 많은 부분은 명분싸움으로 구성된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서로 ‘결정적 명분’ 확보를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간 이하의 처신’(친박계 이장우 의원)‘정치적 노예’(비박계 김무성 의원)이라는 날선 비판을 주고받을 정도다. 하지만 결정적인 명분을 확보하는 데 실패해서 위태로운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 역시 친박계와 비박계는 시각차와 해석은 달라질 수 있으나, 결국 탈당은 보류됐다. 친박계는 정당한 경선결과에 불복한다는 지적과 함께 탈당을 만류 내지는 비난할 수 있다, 비박계는 ‘도로친박당’이 됐다며 새로운 탈당 명분을 제시할 수 있지만 우선 중간표의 이탈로 인한 중간지대의 동향이 신경 쓰인다. ‘불복 프레임’도 부담이다. 게다가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반전카드’가 한 장 남아있는 상태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1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분당이 이뤄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박계가 확실한 탈당내지는 친박계 출당 명분을 아직 쥐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원내대표 경선 패배는 이런 교착상태를 최소한 연장시키는 결과”라고 풀이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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