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기존과 다른 입장을 비치자 정치권에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6일 공개된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 문제는) 공론화를 하고 결정하자는 거다. 반드시 철회하는 것을 작정하고 (다음 정부로) 넘기라고 하는 건 아니다. 한ㆍ미 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그렇게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를 강경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생각이 바뀌었다고 해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 이와 함께 평소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강조해온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의 생각과 분명히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은 ‘늦게나마 문 전 대표의 생각이 바뀐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라는 논평을 내는 게 정상이다. 앞서 문 전 대표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옳지 않다’고 규정하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해온 게 두 당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인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오락가락 하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 이상으로 자신들과 비슷한 방향으로 입장을 바꾼 점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우리 당의 핵심 사안인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또 말을 바꿨다”며 “사드 배치에 대해 ‘반드시 철회하는 것을 작정하고 다음 정부로 넘기라는 건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했는데, 세태에 따라 말 바꾸기를 하는 것 같아 종잡을 수 없다”고 비난만 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도 “요새 문재인 전 대표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다”며 “지난해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정부를 맹비난하더니 이번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간 합의한 사드 배치를 ‘반드시 철회하도록 다음 정부로 넘기자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또 다시 말바꾸기를 했다”고 공격만 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평소 사드 배치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했던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이 조용하다는 점이다. 상식적이라면 문 전 대표의 입장 변화를 강하게 성토해야 한다. 지지철회 선언도 나올 만하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가 여전히 정책이 아닌 패거리로 좌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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