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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톺아보기⑩]술 마셔도 안 봐준다
이원욱 의원, ‘심신미약’ 이유 형량 감경 막는 ‘주취폭력 방지 2법’ 대표 발의
2017년 03월 21일 (화) 정진호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지난 2월 ‘주취폭력 방지 2법’을 대표 발의했다 ⓒ 뉴시스

대한민국 형법 제10조 제2항.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지난 2008년, 조두순은 경기도 안산에서 등교 중이던 초등학교 1학년 아동을 성폭행했다. 이 아동은 대장·항문·성기 등에 영구적 손상을 입었고,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떠안았다. 그러나 조두순에게 선고된 형량은 겨우 징역 12년. 당시 재판부는 “조두순의 죄질이 매우 나빠 무기징역에 해당하지만, 만취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형을 감경했다. 앞으로 3년 후인 2020년, 우리는 거리에서 조두순의 모습을 봐야 한다.

이처럼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범죄자들이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을 받는 일이 종종 있다. 우리 형법 제10조 제2항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무조건 형을 감경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조두순 사건’ 이후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국회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성폭력범죄에서는 형법상 감경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는 특례 규정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성폭력범죄에만 해당해, 일반 범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음주를 이유로 죄질에 비해 턱없이 낮은 형량이 선고되는 경우가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지난 2월 ‘주취폭력 방지 2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성폭력범죄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또는 가정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감형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현행 형법 제10조에는 음주나 약물 등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형을 반드시 면제 또는 감경하는 내용의 규정이 있다. 이는 형사법 체계의 기본 원칙으로서 행위 시에 책임능력이 있을 것을 요구하는 행위책임주의에 따른 규정”이라며 “그러나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음주 등의 심신장애를 주장하여 감형되는 등 국민 법감정과 크게 괴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아동폭행과 유기·학대, 인신매매 등의 아동학대범죄와 가정구성원 사이의 폭행과 유기·학대, 체포·감금 등의 가정폭력범죄는 성폭력범죄와 같이 따로 특례법이 제정되어 있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범죄”라며 “범행동기 및 죄질과 사회적 지탄의 정도 등을 고려해볼 때, 성폭력범죄와 마찬가지로 음주 등의 심신미약을 이유로 형을 감경해주는 것이 오히려 불합리한 점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된 아동학대범죄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가정폭력범죄에는 형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 제11조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대검찰청이 공개한 ‘2016년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가정폭력범죄 중 정신장애·주취 비율은 30.9%로 성폭력범죄(32.5%)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아동학대의 실태와 학대피해아동 보호법제에 관한 연구’에서는 아동학대범죄 가해자의 23.9%가 음주 상태였고, 특히 가정 내 학대는 가해자의 40%가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아동을 상대로 상해·폭행, 유기·학대, 체포·감금, 약취·유인·인신매매 등의 중범죄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등 가정구성원을 상대로 상해·폭행, 유기·학대, 체포·감금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심신장애를 이유로 한 형의 감경을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는 특례를 두어, 음주 등을 매개로 한 범죄라 하더라도 관대하게 처벌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된 아동학대범죄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가정폭력범죄에는 형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 제11조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제10조 제1항과 제2항은 심신장애로 사물 변별 능력·의사 결정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자의 행위에 대해, 제11조는 농아자의 행위에 대해 형을 감경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환영일색이었다. 21일 시청역에서 만난 30대 회사원은 “술 마셨다고 형량을 깎아주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형량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늘려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 형법 제10조 제2항에 대해서는 “음주가 무슨 심신미약이냐”며 “국회의원들이 이번에는 좋은 일 하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같은 곳에서 만난 20대 취업준비생은 “얼마 전에 뉴스 보니까 지나가던 사람 때려서 죽게 만든 사람도 음주 상태라 형량을 감경했다고 하던데 무슨 이런 법이 있는지 모르겠더라”며 “법이 잘못돼 있으면 고쳐야지. 국회의원들이 그 일 하라고 있는 사람들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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