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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경제민주화 실패하면 정치·사회 민주화도 물거품˝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96)>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근혜 정권, 재계에 농락당한 것…경제민주화 이뤄야
정권교체 이미 끝났다…이번 대선은 정당아닌 사람선택
2017년 03월 30일 (목)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탄핵정국이 끝나고 대선정국이 열렸다. 정치권 곳곳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가운데, 3월 둘째 주 야권 최대의 이슈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탈당이었다. 경제민주화라는 염원을 이루기 위해 의원직도 내려놓은 김 전 대표의 행보는 대선판에 변수로 등장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초청된 14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포럼은 그 관심을 반영하듯, 학생들과 취재진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김 전 대표는 이날 포럼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이라는 주제로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과 향후 방향에 대해 강연했다.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오늘 권희정

김 전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서두를 열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현재 한국의 상황을 진단했다.

“우리는 정치적으로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 1987년 정치민주화를 이룩했고, 경제적으로는 전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압축성장을 이뤘다. 그런데 이렇게 경제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사회경제적 불균형을 형성했고, 새로운 엄청난 세력인 경제세력이 등장했다. 경제성장으로 삶의 질은 조금 증가했으나, 경제세력을 중심으로 불균형은 점점 늘어나 오늘날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1988년부터 약 30년을 정치민주화라는 이름 아래서 살아왔는데 실질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이다. 형식적 민주주의 절차가 정착되며 우리의 손으로 정권을 이루고 국회를 구성했지만 압축성장 당시 생겨난 경제사회의 모순은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했다. 경제문제를 대통령 혹은 국회의원이 해결해야 그 정당이 지속적으로 집권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기대가 있었을 뿐이다”

김 전 대표는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했다.

“대통령 탄핵은 냉정하게 평가하면 대통령이 경제세력, 즉 재계에 농락당해서 벌어진 일이다. 정치민주화가 되니 새로운 세력이 정치민주화에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이다. 지난 권위주의 정권에서 편향된 경제정책이 재벌을 만들었고, 경제세력이 정치를 압도한 것이 이번 결과다. 이번 사건도 무한한 탐욕을 위해 집권자를 비선조직을 통해 조종한 일이다. 사실 지난 2012년 새누리당을 지원한 경험이 있다. 당시엔 보수집단이 변해서 새로운 보수정권이 나라를 변화시켜야 평온이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당시 내가 박근혜 후보에게 ‘국민의 의식에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의 약속을 하지 않으면 집권이 불가능하다’라면서 경제민주화를 제시했다. 이를 성의 있게 실천할 수 있는 공약을 만들었고, 국민들이 갈망하는 복지제도를 확산시켜달라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공약을 하지 않겠다고 박근혜 후보가 발표했다. 그래서 내가 ‘이런 걸 해달라고 당신을 돕는데, 이걸 안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고 항의해서 결별 수순까지 갔는데 선거일자가 얼마 남지 않아서 그냥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당선 후엔 약속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싹 사라졌다. 최근에 와서 확인을 해 보니 재계에서 이런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소위 가장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측근이란 사람을 비선조직으로 내세운 거다. 오늘과 같은 사태는 이렇게 해서 났다고 본다.”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오늘 권희정

그러면서 김 전 대표는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경제민주화가 지금 시점에서 왜 필요한지를 말하기 위해서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로 고령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생산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그러니 줄어드는 생산인력 대체를 위해 여성인력 수요가 늘어나는데, 이를 뒷받침할 보육시설 등이 확대되지 않고서는 여성인력 활용이 불가능하다. 일본이란 나라가 1993년 침체기에 빠져 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린 20년이란 소릴 한다. 21세기엔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던 일본이 왜 이렇게 됐는가. 낡은 사고로 진단을 잘못해서 일본은 10년간 매년 천억불이라는 경기부양자금을 방출했지만 효과가 나지 않았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경제개발계획을 일본에서 벤치마킹해왔다. 성과는 좋았는데, 지금 보면 일본의 경제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근본적인 운영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일본같은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경제의 민주화라는 것을 통해서 우리 경제의 운영 틀을 바꾸자는 것이 내가 강조한 바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을 탈피하면 된다. 시장의 여건을 조정해 주면 된다. 우리가 과거 경제성장을 빨리 이룩하기 위해, 자원이 부족하다는 핑계와 함께 일부 대기업에 자원을 편중 배분했다. 이젠 그 사람들, 대기업 재벌들은 나름 터전을 닦은 사람들이고 국제 시장에서도 충분히 독자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으니, 이젠 정부로부터 그간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했던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이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경제운영체제로 가자는 게 경제민주화다. 하나의 경제 세력이 사회의 모든 부분을 지배하면, 다시말해  정치?경제?사회?문화?언론?법률?여론 모두에 영향이 미치면 결국 정치민주화도 사회민주화도 이뤄질 수 없다. 경제민주화는 다른 뜻이 아니다. 기업을 억제하고 잘못되게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룰을 정해서 사회가 공평하고 평등할 수밖에 없지 않게 가려는 방안이다”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오늘 권희정

김 전 대표는 오는 대통령 선거에서의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의를 마쳤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편안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렵지만 참고 새로운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다. 대기업 위주로 안이하게 성장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내가 경제민주화에 대해 건의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가버렸다’는 거다. 내가 할 일이 없었다.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이 권력이 시장에 넘어갔으면 다시 찾아오려는 노력을 해야 할 거 아닌가. 결국 실패한 정권이 됐다. 정권교체는 대통령이 3월 10일 탄핵되면서 사실상 이뤄졌다. 이번 대선은 정당이 아닌 사람을 선택하는 선거다. 이제는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한국에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이 집단이 못했으니 다른 집단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내가 보수에도 진보에도 몸담아 봤는데, 내부적으론 큰 차이가 없었다. 당면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하느냐가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 게다가 최근 유행하는 4차 산업혁명이 온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사고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서 정치와 경제에 대 혁신을 이루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지도자를 어떻게 잘 선택하느냐는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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