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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특별시민>, 특별한 시기의 평범한 진리를 위하여
<김기범의 시네 리플릿>너무나 뻔하고 식상해서 씁쓸한 우리의 자화상
2017년 04월 19일 (수) 김기범 영화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기범 영화기자)

   
▲ 영화 <특별시민> 포스터 ⓒ쇼박스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은 정치에 대해“사회적 제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 정의하였다. 

마치 정치학의 절대 진리처럼 숭상되어 최우선적으로 널리 설파되어지고 있는 이스턴의 이 이론은 희소한 사회 가치와 이를 추구하는 개인과 집단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경쟁을 조정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부여된 권력과 권위를 중시하는 체계로서 정치를 규정한다. 

물론 정치에 대한 이스턴의 이 함축적 인식론은 정치를 정의하는데 있어 궁극의 요체인양 표방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완벽한 개념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는 바라보는 이에 따라 적지 않은 허전함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인류는 많은 탐구와 질의를 통해 그 적확한 정답을 좇아 왔지만, 이는 솔직히 영화의 열린 결말처럼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는 여전히 서로 다른 답지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스턴의 정치 개념이 그러하듯, 영화 <특별시민> 의 열린 결말은 정치란 무엇인가와 함께 우리가 처한 현실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화두를 던진다. 

다만 <특별시민> 은 소위 선거판이라는 정치 피드백의 한 장을 통해 우리의 적나라한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 영화는 정치인이 국민과 소통하지 않으면 고통이 온다는 순수한 개인의 일성은 오히려 지극히 사전적인 유권자의 발상으로 묻히기 쉬운 현실 속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지가 우리 모두를 만족시키는 올바른 해답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특별시민> 은 일각이 여삼추와도 같은 선거기간 동안 벌어지는 한국 정치판의 씁쓸한 실상과 현주소를 가감 없이 무난하게 그려냈다. 

그 무난함이란 고도의 정치공학을 인간의 본능적인 양면성과 더불어 관객으로 하여금 피부 깊숙이 손쉽게 느껴지게 하는 힘을 뜻한다. 

그 힘의 중심에는 역시 주연을 맡은 최민식이 있다. 

권력의지를 넘는 끝없는 탐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주변인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 혹사시키는 노회한 마키아벨리스트로서 최민식의 떨리는 동공은 영화의 주제 의식을 선명하게 담아낸다. 

동물로서 타고날 수밖에 없는 그 욕구라는 본능의 괴물은 결국 한 아버지이자, 가장일 수 있는 인간의 심연에서도 또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한 때는 자신 스스로도 누군가의 푸근한 이웃이며, 힘없는 선배에 불과했던 사회적 약자였겠지만, 결국 그 누구에게나 부여되는 현실이라는 미명의 굴레는 진실과 정의를 도외시하고 세상의 온갖 악순환을 반복시키게 할지 모른다. 

세인은 그것을 추잡한 타락이라고 부르겠지만, 혹자는 현명한 타협이라고도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인 이상 우리 모두는 이중성을 내포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또는 이성과 합리 내지는 도덕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기에 우리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때로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인류 역사가 발전해 온 이유는 생존에 대한 욕구라는 본능 속에서도 때로는 부끄러움을 알고 후세를 위해 올바름을 향해 나아가려는 천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거와 타협을 통해 주변의 수많은 정적을 물리치고, 종국에는 자리를 지키며 수 겹의 두꺼운 고기쌈을 우걱우걱 씹어대는 최민식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애잔하면서도 남다르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더 이상 이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특별시민> 의 그 시의성 있는 개봉 시기는 우리를 놀라게 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요사이 한국 영화계의 사회 고발 장르는 그 어떤 콘텐츠가 언제 공개되더라도 늘 우리의 현실 모습 이하를 그려내기에 그리 경악할 수준은 못된다. 

그런 의미에서 끝내 대국민 선거 계몽 메시지로 수렴되듯, 마치 준비된 양 열린 결말을 향해 치닫는 130분의 러닝 타임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별시민> 에서 공식 선거 기간과 함께 전개되는 스토리들은 영화보다 더한 현실 속에서 그 체감이 너무나 익숙한 우리에게 단순한 식상함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늘 영화의 시나리오를 능가하는 한국정치의 불행한 현실 야사에 이제는 너무나 둔감해진 탓 외에, 영화를 이루는 시퀀스 하나하나를 잇는 이음새가 다소 헐거워져 보이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너무나 안정적인 서사 구조와 뻔히 보이는 결말이 관객과의 두뇌 싸움을 경주하는 긴박한 정치 스릴러나 반전을 기대하는 이들에겐 다소 실망감을 안겨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말의 그 뻔한 식상함이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에라도, 사상 초유의 시국과 맞물려 기막힐 정도로 시의 적절하게 나오는 <특별시민> 은 사회 고발 장르라는 현재 충무로의 추세에 이제 종지부를 찍기를 바라는 마음 금할 길 없다. 

라이언 고슬링과 조지 클루니가 주연했던 <킹 메이커> 와 좋은 비교 대상이 될 듯하다. 

4월 26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뱀의 발 : 정치의 절대적 고유성인양 정치학에서 보편적으로 규정되고 있는 데이비드 이스턴의 대명제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달가워하는 편이 아니다. 정치란 경세가들이 단순히 파이를 나누기 위한 체계적 개념도 아니거니와, 그‘사회적 제가치’안에는 권력 이전에 분명 인간사회에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도의와 상식이 포함되어 우선할 수 있음을 편협하게 간과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

 

   
 

·영화 저널리스트
·한양대학교 연구원 및 연구교수 역임
·한양대학교, 서원대학교 등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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