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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홍의 대변인]'밥솥 갑질' 쿠첸, '법을 잘 만들었어야지'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문제야'
2017년 08월 04일 (금)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람은 똥을 싼다.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먹고 마시면 변(便)을 본다. 아마 배변할 때만큼 인간에게 자신이 평등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는 시간은 없으리라.

그러나 손과 입으로 똥을 싸는 경우는 다르다. 그것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주변 사람들을 심히 불편하게 만들고, 시쳇말로 '빅똥(大便)'을 쌌을 때는 사회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래도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순간의 빅똥으로 평생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면 이 또한 옳지 않다는 옛 선인들의 지혜다.

<시사오늘>의 '박근홍의 대변인'은 우리 정재계에서 빅똥을 싼 인사들을 적극 '대변(代辯)'하는 코너다.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쿠첸을 위한 최종변론

   
▲ 쿠첸과 쿠첸 AS센터 점주들의 '대리점 지위'를 둘러싼 분쟁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쿠첸 CI

밥솥 명가 쿠첸과 AS센터(애프터서비스센터) 간 분쟁을 두고 참으로 말들이 많습니다. AS센터가 쿠첸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쿠첸 측이 AS센터의 대리점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조사에 착수했는데요. 속을 들여다보면 절대 쿠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쿠첸 AS센터들의 주장은 명백하게 현행법을 저촉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리점법(대리점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에서는 '공급업자로부터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 받아 불특정다수의 소매업자 또는 소비자에게 재판매 또는 위탁판매하는 사업자'를 대리점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쿠첸 측에서 AS센터에 밥솥 등 제품을 공급해 이를 진열토록 하고, 판매까지 시킨 건 맞습니다. 솔직히 쿠첸은 자사 제품만 판매하는 대리점이 전국에 하나도 없습니다. AS센터를 사실상 대리점 형식으로 운영한 부분은 인정합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당연히 쿠첸 AS센터는 대리점 지위를 인정받아야겠지요.

하지만 이건 2016년까지의 일입니다. 쿠첸은 현행 대리점법이 시행된 올해부터 대리점 계약 체결을 요구하는 AS센터에 제품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물품 공급 관계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쿠첸 입장에서는 당연히 AS센터의 대리점 지위를 인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법대로 한 것뿐입니다.

대리점 계약을 맺자고 하니까 물품 공급을 끊은 게 더럽고 치사하다고요? 아니, 이런 회사가 어디 쿠첸뿐입니까. 원래 우리 사회가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다들 세상 물정이 어떤지 아시잖아요. 막말로 기업이 어디 땅 파서 장사합니까. 싫으면 본인들이 다른 일을 찾으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게 이치잖아요.

더욱이 쿠첸은 나중에 다시 AS센터 점주들한테 제품을 공급해 주겠다고 분명히 고지를 했어요. 이제부터는 협력업체를 통해서 우회적으로 제품 발주를 넣어달라고 말이지요. 뭐, 대리점 지위를 인정해 주지 않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 정도는 감내하겠습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법의 구멍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이윤 창출이 기업의 존재 이유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애초에 법을 똑바로 만들었어야지요. 국회의원들이 일을 제대로 안 해서 벌어진 사태가 아니겠습니까? 이걸 가지고 쿠첸이 갑질을 했네, 어쩌네…. 참 말도 안 되는 처사입니다. 여의도 가서 따지라고 하십시오.

존경하는 재판장님, 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솔직히 쿠첸은 AS센터 점주들을 위해서 그동안 호의를 베푼 겁니다. 요즘 자영업자들 얼마나 어렵습니까. 제품 수리만으로는 수입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수리도 하고, 물건도 가져다가 판매하라고 쿠첸이 도와준 거 아니겠어요? 게다가 쿠첸은 각 AS센터에 100만 원짜리 간판도 지원해 줬습니다. 이런 것들을 잘 헤아려주셔야 합니다.

쿠첸이 AS센터들에게 매장을 옮기라고 강권했다고요? 인테리어를 바꾸라고 갑질을 부렸다고요? 그건 갑질이 아니라, 모두 소비자들을 위한 조치였습니다. 교통이 편리하고, 매장도 깔끔해야 손님들이 기분 좋게 쇼핑을 하시지요. 장사도 더 잘 되고. 솔직히 말해서 그런 건 점주들이 미리 알아서 신경을 썼어야 되는 부분 아닙니까. 갑질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건 '모두를 위한 갑질'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 '오너 2세 경영' 이대희 쿠첸 대표이사 사장. 이번 사태를 놓고 그에 대한 책임론도 일각에서 불거지고 있다 ⓒ 뉴시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일각에서는 이 같은 논란이 벌어진 책임을 쿠첸 창업주 이동건 회장님의 장남 이대희 사장님께 돌리려는 불손한 움직임도 보입니다. 기가 막히는 노릇입니다.

물론, 이 사장님께서 2014년 쿠첸 대표이사직을 맡은 이후 쿠첸에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악재가 터진 건 사실입니다. 전기밥솥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소비자 신뢰에 타격을 입었고, 업계 1위 대유위니아와의 법정공방에서도 참패했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지요.

하지만 이게 과연 이 사장님의 책임일까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게 박근혜 전 대통령 책임입니까? 이번에 최악의 물난리가 발생한 게 문재인 대통령 책임인가요? 갤럭시노트7이 폭발한 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탓입니까? 아니지요. 그저 '우주의 기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입니다.

AS센터 사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장님께서 AS센터에 대리점 지위를 주면 안 된다고 직접 지시한 게 분명 아닐 겁니다. 그런 자질구레한 일들은 법무팀 등 실무진들이 알아서 하는 겁니다. 왜 이 사장님의 책임이라고 몰아붙이는지 모를 일입니다. 정말 밥솥 뚜껑 열리네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권은 적폐 청산을 내세우고 있고, 공정위에는 '재벌 저격수'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겁니다.

쿠첸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서 인테리어, 이사 등 각종 비용을 AS센터 점주들에게 전가한 건 분명 적폐입니다. 인정합니다. 대리점 계약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밥솥을 빼버린 것도 적폐입니다.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AS센터의 대리점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부분은 현행법을 준수한 것뿐입니다.

이 과정에서 쿠첸이 법망을 고의적으로 피한 부분 역시 사실입니다만, 어떻게 보면 이 사장님께서 경영의 묘를 발휘한 게 아니겠습니까? 돈 좀 더 벌려고 머리 좀 굴린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애초부터 국회에서 법을 제대로 만들었다면 이런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쿠첸은 당연히 법을 지켰을 테니까요.

AS센터가 비록 상품을 판매하고는 있지만, AS센터일 뿐이지 대리점이 아닙니다. 뭐,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처럼 들리긴 합니다만 그게 법입니다. 법을 준수한 걸 갖고 갑질이라고, 적폐라고 매도하는 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됩니다.

부디 이 같은 점들을 헤아려주셔서 쿠첸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과 언급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그리고 이대희 사장님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책임론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부탁드립니다.

제가 준비한 최종변론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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