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1 목 20:36
> 뉴스 > 뉴스 > 산업 | 박근홍의 대변인
     
[박근홍의 대변인]'크레인 참사' 삼성중공업…'유감스럽지만'
"회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지원 다할 것"
2017년 05월 04일 (목)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람은 똥을 싼다.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먹고 마시면 변(便)을 본다. 아마 배변할 때만큼 인간에게 자신이 평등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 주는 시간은 없으리라.

그러나 손과 입으로 똥을 싸는 경우는 다르다. 그것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주변 사람들을 심히 불편하게 만들고, 시쳇말로 '빅똥(大便)'을 쌌을 때는 사회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래도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순간의 빅똥으로 평생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면 이 또한 옳지 않다는 옛 선인들의 지혜다.

<시사오늘>의 '박근홍의 대변인'은 우리 정재계에서 빅똥을 싼 인사들을 적극 '대변(代辯)'하는 코너다.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삼성중공업을 위한 최종변론

지난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불의의 인명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상심에 빠진 유가족과 부상을 입은 분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고 직후 삼성중공업은 사고대책 본부를 설치하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관계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만약 책임이 있다면 마땅히 책임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해명할 게 몇 가지 있기에 이렇게 변론대에 섰습니다.

   
▲ 지난 5월 1일 노동절 오후 3시, 경남 거제 장평동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7안벽에서 타워크레인이 무너지면서 크레인 아래 선박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크게 다쳤다. ⓒ 뉴시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번 참사는 일부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 갑작스런 사고로 보입니다. 골리앗크레인이 주행할 때는 타워크레인이 들고 있던 붐대를 내려야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크레인 기사와 신호수들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입니다.

골리앗 크레인은 움직일 때 경보음이 울립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이동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도 이런 말씀을 드리기 참으로 유감스럽지만 현장 작업자들의 부주의에 무게를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삼성중공업의 현장 안전규정과는 전혀 무관한 사고임을 부디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각에서는 크레인 기사와 신호수들이 휴대하고 있던 무전기에 결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추측일 뿐입니다. 갤럭시노트7 같은 복잡한 스마트폰이라면 모를까 무전기는 결코 쉽게 고장나지 않습니다. 이건 전문가들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사고 당일은 삼성중공업 소속 직원들이 쉬는 근로자의 날, 노동절이었습니다. 현장에는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만이 나와서 선박조립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본사의 직접적인 관리감독 하에 있었던 근무날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하청업체를 포함한 모든 작업자의 생명을 지켜야 함에도 이런 사고가 발생하게 돼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하청업체 소속 직원 간 소통이 잘못됐다는 것 외에는 삼성중공업의 안전규정 위반 여부는 확인된 게 없다는 것을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비록 삼성중공업이 2015년도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조사 결과에서 산업재해 예방활동 실적이 불량하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이번 사안과는 전혀 무관한 일입니다. 그날은 본사 직원들이 현장에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혹자들은 삼성중공업이 하청업체를 압박한 게 아니냐고 말합니다. 그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낭설입니다. 본청이 하청업체 소속 직원에게 출근하라, 말아라 지시하는 것은 부당한 경영개입임을 재판장님께서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우리 삼성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이 그걸 무시하고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출근하라고 지시했겠습니까. 안 그래도 요즘 정국이 어수선해서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 그런 실수 절대 안 합니다.

재차 송구스럽고 유감스럽지만 삼성중공업도 이번 사고로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방 노동청으로부터 전면 작업중지 명령서를 받아 거제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과 해양플랜트 공정에 차질이 우려됩니다. 조선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임을 부디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 삼성중공업 측은 "어려움에 처한 동료와 가족들을 위해 회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지원을 다하고, 앞으로 법적인 피해 보상과 함께 유가족의 입장에서 사고 수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삼성중공업 CI

존경하는 재판장님, 몇몇 언론들은 작업장에 휴식공간을 두지 못하게 돼 있는 규정을 삼성중공업이 위반했기 때문에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삼성중공업은 노동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자 화장실과 흡연공간 등을 현장에 뒀습니다. 직원들이 화장실 때문에, 담배 때문에 5~10층 높이를 이동하는 모습을 보기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게 마련한 공간이 조선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해 주신 소중한 역군들의 유명을 달리하게 만들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삼성중공업은 크레인이 이동할 때는 휴식공간 이용을 삼가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어기고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게 명백하게 드러난 대목이어서 송구스럽고 유감스럽지만, 일부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 갑작스런 사고로 보이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삼성중공업은 고인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조선소 전체에 걸쳐 잠재적인 불안 요인까지 발굴, 제거하는 등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외부 전문기관에 진단을 의뢰해 더 이상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겁니다.

또한 어려움에 처한 동료와 가족들을 위해 회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지원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법적인 피해 보상과 함께 유가족의 입장에서 사고 수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07년 태안 앞바다 허베이스트리트호 기름 유출 사건을 기억해 보십시오. 10년이 지난 지금도 피해 주민들에게 배상금이 돌아가지 않고 있는 실정이긴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주민들의 생활 터전 회복과 서해 연안 생태계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마지막으로 기름 유출 사건 당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님께서 국회 특위에 출석해 하신 말씀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업무상과실이지 환경범죄라고 할 수 없습니다. 범죄는 의도적으로 하는 것인데 과실을 범죄로 보는 것은 곤란합니다."

유감스럽지만 이번 근로자의 날 크레인 참사도 굳이 삼성중공업에 책임을 묻는다면 업무상과실 정도로 봐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후 관계당국 조사를 통해 삼성중공업이 실정법을 어겼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모를까, 하청업체 소속 직원 간 의사소통 문제 외에는 아직 확인된 게 없지 않습니까. 부디 이 같은 점을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준비한 최종변론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박근홍 기자 sisaon@sisaon.co.kr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IT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 삼성重, 1조5천억 규모 매드독Ⅱ 해양플랜트 수주· 조선 3사, 벼랑 끝 노사 생존싸움에 '찬바람'
· 삼성重, ‘현존 세계 최대 크기’ 2만150TEU급 컨선 건조· [슈퍼주총]‘분사’ 현대重-‘긴축경영’ 삼성重, 불황 극복 ‘한마음’
· 삼성重, 1Q 영업익 275억 원…전년比 350.8%↑· '크레인사고' 삼성重, 현장합동감식 '원인규명 총력'
ⓒ 시사ON(http://www.sisao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 | 회사위치 | 광고안내 | 제휴안내 | 기사제보 | 구독자불편신고 | (정기)구독신청 | 저작권문의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청소년보호정책
시사오늘 : 121-84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16길 14 (성산동 113-3, 명문빌딩 3층) : 전화 02)335-7114 : 팩스 02)335-7116
발행·편집인 정하균ㅣ정기간행물 서울다07947ㅣ등록일자 2008년 3월 17일
-------------------------------------------------------------------------------------------------
시사ON : 발행·편집인 정하균ㅣ정기간행물 서울아01018ㅣ등록일자 2009년 11월 6일ㅣ청소년보호책임자 정하균
Copyright 2005 펜과오늘.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sisa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