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고막 여친’ 코린 메이 (Corrinne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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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고막 여친’ 코린 메이 (Corrinne May)
  •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17.08.2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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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의 지구촌 음악산책(18)> 싱가포르 출신 디바, 코린 메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2017년 4월 무렵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른바 ‘고막 여친, 고막 남친’을 8명 쯤 발표한 적이 있었다. 순위를 보면 2위 아이유, 3위 박정현, 4위 태연, 5위 볼 빨간 사춘기, 6위 크러쉬, 7위 장범준, 8위 소유였고 대망의 1위는 성시경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고막 여친, 고막 남친’이 무엇일까? 이는 연인같이 달콤한 목소리로 귀에다 대고 솜사탕같이 부드러운 노래를 불러주는 세칭 ‘꿀 성대’를 가진 가수를 일컫는 신조어이다. 그리고 성시경이 1위가 된 이유에 대해서 ‘혁명적인 부드러움’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부드러운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혁명적이라는 것은 또 무엇일까. 아무튼 재미있는 신조어이며 또한 재미있는 표현들이다.

▲ 싱가포르 여가수 코린메이ⓒ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그런데 이 ‘고막 여친’이라는 말을 듣기에 차고 넘치는 가수는 손으로 꼽을 수도 없을 만큼 왕년에는 엄청나게 많았다. 게다가 국제적으로 따지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여기서는 누가 들어도 “아 ! 그 가수는 정말 고막 여친이야” 하기에 충분한 십 여 년 전의 싱가포르 여가수 코린 메이(Corrinne May)를 소개해볼까 한다.

코린 메이가 몇 년 전에 발매한 음반 가운데 제목이 ‘삐뚤어진 선(Crooked Lines)'이라는 것이 있다. 이 제목이 붙여진 이유는 그녀의 딸과 나눈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어느 날 그녀의 딸 클레어(Clair)가 크레용으로 삐뚤삐뚤한 선을 그리고 있어서 코린 메이가 물었다.

“클레어 ! 너는 지금 뭘 그리고 있는 거니?”

그러자 그녀의 딸은 대답했다.

“지금 나비를 그리고 있는 거에요”

그때 비로소 코린 메이는 네 살 된 아이의 대답을 듣고 인생의 조그만 해답 같은 것을 얻었다고 한다. 즉 모든 사람들이 직선과 같이 달려가는 삶을 살고 있지만 실제로는 험한 파도와 비바람을 피해서 돌고 돌아서 목적지에 이르는 항해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내가 눈을 감을 때 (When I close my eye)'와 같은 노래의 제목은 그녀의 딸이 읽는 어린이 동화책 제목과도 같다. 이렇게 아이와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서 음악을 작곡하고 노래를 부르는 때문인지는 몰라도 코린 메이의 노래는 대체로 서정적이며 온화하고 솜사탕처럼 부드럽다. 말 그대로 ‘고막 여친’으로서는 꽤나 그레이드가 높아서 어지간한 ‘고막 여친’은 왔다가 울고 갈 정도이다. 하지만 실제로 딸과의 스토리 부분은 후에 추가된 듯한 것 같다. 그 이유는 코린 메이가 딸을 낳기도 전에 내놓은 음반들이 훨씬 더 서정적이고 온도감이 있고, 또 ‘Crooked Lines’은 그가 한참 유명해진 뒤 한 5년 쯤 지난 2012년에 나온 음반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여가수 코린메이 음반, ‘Crooked Lines’ ⓒ김선호 음악칼럼니스트

그녀의 노래에는 세션이 그다지 많지 않고 피아노나 기타 그리고 한두 가지 악기가 더 있는 정도이다. 때문에 목소리가 악기 소리에 묻히지 않고 그대로 살아나는 특징이 있어서 따뜻한 어쿠스틱 감성과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메이는 본래 중국계 싱가포르인으로서 본명은 Corrinne Foo May Ying (중문 : 符美芸)으로 1973년생이다. 芸의 본래 발음은 Yún이나 광동 사투리이기 때문에 Ying으로 쓴 듯하다. 그녀는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 언론학과 영문학을 복수 전공했고, 이후 음악에 대한 애정 때문에 음악에 관한한 명문 중의 명문인 버클리 음대에서 작곡과 영화음악을 공부했다. 작곡과 가수의 길을 선택한 뒤 캐롤 킹(Carole King)과 캐롤 베이어(Carole Bayer Sager)와 함께 작업한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면...(If you didn't love me...)'이라는 자작곡으로 Tonos.com에서 주최하는 작곡 경연대회에서 우승하게 되면서 일약 이름을 알리게 된다.

코린 메이가 활동한 시기는 공식적으로 2001년부터이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나 최고의 전성기는 2007년이 아닌가 싶다. 물론 2001년부터 <Fly Away>, 2005년 <Safe in a Crazy World>, 2006년 <The Gift>, 2007년 <Beautiful Seed>, 2012년 <Crooked Lines>등의 음반을 냈고 2001년과 2003년에는 연도별로 각각 수상 경력도 있지만 실제로 2007년 <Beautiful Seed>로 휩쓴 상이 훨씬 많기 때문이며 세계적으로도 이 무렵 가장 많이 알려졌다.

싱가포르 여가수 코린메이 음반

특히 그녀의 노래 가운데 음반명과 동일한 ‘Beautiful Seed’는 우리나라 LG 그룹의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캠페인 광고 ‘Dear Hero'에도 사용되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의 곡 중에 가장 뛰어난 곡은 누가 뭐라고 해도 ‘Love Song for #1’이다. 이 곡은 정말 명곡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여타 다른 곡들도 그럭저럭 좋기는 하지만 임팩트가 없어서 그 노래가 그 노래 같은 느낌도 있어서 차별성이 별로 없는 듯 느껴질 때도 있다. 아무튼 ‘Love Song for #1’이라는 최고의 명곡이 들어 있는 2007년도 음반 에는 다음과 같은 그녀의 코멘트가 있다.

“My goal in writing a lot of these songs was to make an album full of hope, full of optimistic joy. There is hope in every heartbeat. Tiny as it seems. You’re a beautiful seed.”

대충 번역을 해보면, “이 곡들을 쓰면서 희망과 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앨범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우리는 가끔 아주 작고 의미 없는 것들이 숨기고 있는 아름다운 가능성에 대해 잊고 지내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은 하나의 아름다운 씨앗입니다.”라고 해석이 된다.

아무튼 이 곡은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조용히 귀에 대고 연인이 꿈같은 사랑을 속삭여주는 듯하다. 마치 내면의 여리고 아름다운 감성과 선율을 속삭임으로 애잔하게 전해주는 듯이 말이다. 이제 코린 메이의 ‘Love Song for #1’로써 가수 ‘고막 여친’은 노래로서 충분한 듯 하고, 우리는 쳐다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진짜 ‘고막 여친’이나 ‘고막 남친’을 찾아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선호 / 現 시사오늘 음악 저널리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학사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 월드뮤직 에세이<지구촌 음악과 놀다> 2015
- 2번째 시집 <여행가방> 2016
- 시인으로 활동하며, 음악과 오디오관련 월간지에서 10여 년 간 칼럼을 써왔고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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