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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NGO 역할 커지면 정당 활동 줄어든다˝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08)> 김중위 前 환경부장관
"'정치발전 7개년 계획' 세웠었다˝
2017년 09월 25일 (월) 김병묵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김중위 전 환경부 장관은 정치의 프로로 불린다.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회 예결위원장, 정무위원장, 신한국당 정책위의장 등 중앙정치의 한 가운데서 정책전문가로 활동했다. 사상계 편집장 출신인 그는 촌철살인의 비유와 뼈 있는 유머로 유명한데, 지금도 칼럼을 기고하고, <월간 헌정>의 편집을 돕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2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서 그 특유의 유쾌한 정치 강연을 들려줬다.

김 전 장관은 “그간 정치를 직접 해보고, 또 10권이 넘는 책을 쓰면서 내 화두는 한 가지였다”라면서 “의회가 이런 식으로 앞으로 존재해 나갈 수 있을까,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라고 강연의 서두를 열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은 다음과 같이 의회에 대한 진단을 이어갔다.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바꾸는 것 말고는 국회에서 다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는 남자를 여자로 바꾸는 것은 고사하고, 남자 머리도 제대로 못 깎는 게 의회라고 봤다. 정당으로부터 의회가 지배를 받는 모양새가 되어 있는데다가, 행정부나 행정행위가 발달할수록 의회의 발전은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국회에 있는 내내 예결위원회에 있었고, 예결위원장까지 했지만, 국회에서 심의 하는 예산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그걸 가지고 여야가 밤새 다투는 거다. 게다가 파킨슨의 법칙이 적용된다. 예산 액수와 직무시간은 반비례한다. 예산액수가 많으면 얼렁뚱땅 넘어간다. 예를 들어 고리원전을 만드는데 3조다. 그걸 무슨수로 심의하느냐. 정부가 용역을 줘서 몇 년을 연구한 결과로 나온 금액이다. 국회의원이 이게 왜 이렇게 많냐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없다. 능력이 안 돼서다. 이것 저것 다 떼고 나면 얼마 없다. 이것이 우리 뿐 아니라, 각국 의회가 안고 있는 딜레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은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바로 NGO(비정부기구)”라면서 “NGO의 역할이 커지면 정치의 역할, 의회의 역할은 줄어든다. 나는 정치냐 반(反)정치냐를, 정당정치냐 아니면 NGO 정치냐로 구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포럼에서 지난 12일 강연하는 김중위 전 환경부장관. ⓒ시사오늘

또한 김 전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자신의 국회의원 시절 경험담을 들려줬다.

“잠깐 5공화국 때 얘길 하겠다. 정치발전 5개년 계획이 있는데, 정치발전 계획은 없느냐 생각했다. 그래서 정치발전 7개년 계획을 만들어서 당시 권익현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권 사무총장이 ‘누가 이런거 하라 그랬어?’라며 휙 집어던졌다. 아쉽다.”

김 전 장관은 그러면서 “절대적인 법칙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 나름 정치를 하면서 깨달은 것들로 ‘김중위의 법칙’이란 걸 만들었다”면서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우선 권한과 책임은 반비례한다. 내각책임제라는 말은 있는데, 대통령 책임제란 말은 안 쓴다. 대통령은 책임이 없다. 탄핵은 극히 예외적인 사항이다. 대통령은 그런 측면에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역사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대통령은 역사의 법정에 선 피고라고 볼 수 있겠다. 모든 정치인은 남녀를 불문하고 형무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들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어느 순간 형무소 쪽으로 떨어지는지, 그 바깥쪽으로 떨어지는지 모르는 게 정치라는 자조적인 농담이다. 이는 동시에 정치인이 가지고 있는 책임의 무게를 은유하고 있기도 한데, 권한이 무한대이기 때문에 책임도 무한대라곤 하지만 현실적으로 책임은 누가 지느냐. 예를 들어 4·19 혁명 때 보면 우선 책임을 총경이 지고 종로경찰서장이 지고 그런 것이다. 4·19로 쫓겨난건 대통령이지만 법적 책임은 밑에서 다 진 셈이다. 대통령 무한책임제제만, 그래서 책임을지지 않았다.”

“다음으로 원칙과 예외의 횟수는 반비례한다. 우리나라 예산이 제 때 통과된 경우는 거의 없다.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회의 현실이다. 국회의원들이 출석을 하는 게 당연한데, 거물들은 잘 안한다. 초·재선들은 열심히 나오고 삼·사선쯤 되면 잘 안 나온다. 당대표가 국회에 매일 나오는 거 봤나. 외려 초선 의원들이 거의 안 나왔어도 지도자들은 현장에 의석에 있는 게 정상인데 말이다.”

“또한 세율과 징수액은 반비례한다. 물론 이 것은 경제학적으로 계산하면, 시각에 따라 맞을 수 도 있고, 안 맞을 수 도 있다. 다만 시각에 따라서. 세율이 높을수록 세수입이 많은 게 정상인데, 실제론 세율이 높으면 세수입은 줄어든다. 세율이 높아서 한꺼번에 많이 걷으려고 그랬다간 경제도 안 될 뿐 아니고 세금을 낼 이들이 해외로 나가버린다. 그럼 세수는 떨어진다. 미 전 대통령인 레이건의 정책인데, 세율을 낮추니까 세금을 낼 수 있는 여력(餘力)이 되고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세수는 총체적으로 늘었었다”

“여야 대립시간과 법안의 심의시간은 반비례한다. 타협이 안 되니까 오래가야 정상인데,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 심하게 대립될 때는 제3지대에 맡겨버리니까 오히려 금방 끝나더라.”

“끝으로 앞서 잠깐 언급했는데, NGO와 정당의 활동은 반비례한다. 정치자금법을 봐도 NGO에겐 무한대로 돈 제공이 가능하지만, 정당엔 개인정치자금은 물론 단체도 정당에 대한 후원금이 제한돼 있다.”

김 전 장관은 국회의원의 유형을 나누고, 정책의 중요성을 당부하며 강연을 맺었다.

“국회의원들은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유효할 것 같다. 카메라만 들어오면 눈이 번쩍 뜨이고 아무렇게나 공격을 하는 돈키호테형, 가만히 들어보면 자신이 몸담았던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상배(政商輩)형이 있다. 보스를 모시고 흥분하면 꼭지가 도는 충성아부형과, 배짱이 좋고 얼굴이 지도자형도 있다. 지도자형은 가치지향적이라 그와 관계없는 웬만한 망신은 덮고 넘어간다. 무위자연형도 있는데, 4년 동안 단 한 번도 발언하지 않다가 ‘그만하고 밥먹으러 갑시다’라는 말을 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다. 나 같은 경우는, 정책지향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공부를 안 하고는 안 된다. 공부를 하는 정치인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다만 정치권에선 잘 알아주지 않아서 맥을 못 추린다. 항상 혼자 있어야 하고, 정치적으로 유명하지 않다. 현역에 있을 때 난 국회 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했고, 당에서 나오는 정책 문건은 모두 내손으로 만들어 내보냈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정기국회만 끝나면 병원에 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유형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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