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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결선투표제는 야당 방식… 4인 선거구제, 지방자치에 부적합”
<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22)>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2018년 04월 06일 15:54:14 한설희 기자 sisaon@sisaon.co.kr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한설희 기자)

서울과 평양에 봄이 찾아온 지난 3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도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사회를 맡은 서정도 교수는 “지금 정당은 공천 문제로 바쁜 시기다. 그중에서도 특히 바쁘신 분을 모셨다”며 한 사람을 소개했다. 이날 연단에 선 사람은 중앙당 최고위원과 서울시당 위원장을 동시에 역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었다.

   
▲ 3일 연단에 선 사람은 중앙당 최고위원과 서울시당 위원장을 동시에 역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었다. ⓒ시사오늘

“원효의 화쟁사상을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많든 적든 갈등 구조는 존재하고, 그 갈등구조를 풀어가는 것이 바로 우리 정치인 운명이 아니겠습니까.”

안 의원의 첫 마디는 점잖았다. 정치계에서도 문자(文字)깨나 쓴다는 호평이 자자한 ‘선비 정치인’다운 면모였다. 학식과 예절을 사랑하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는 사람인 선비(士)답게, 그는 강의 내내 인내와 의리를 강조했다.

“저는 88년 평화민주당 공채 1기 출신입니다. 제가 사실 좋은 집에서 고생 모르고 편히 컸어요. 그런데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일을 엄청 시키더라고요. 제가 글을 써갔는데 ‘이것도 글이냐’고 눈앞에서 휙 버리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아버지께 하소연했습니다. ‘아버지, 저 그만두면 안 됩니까.’ 그랬더니 3일, 딱 세 번만 참아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지금까지 왔습니다.

제가 민주당 원내수석을 했었는데, 원내수석은 협상을 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정치 속 협상이란 기브 앤 테이크, 일종의 비즈니스죠. 그런데 요샌 야당과 여당 사이에 협상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당시 매주 화요일 10시마다 새누리당 원내수석과 만났습니다. 그렇게 최초로 12월 2일에 예산도 통과시켰고요. 이런 것들은 DJ한테 배웠죠. ‘모든 현안은 현장이 아닌 사전 교감을 통해 이루는 것이다. 협상장 가선 사진만 찍으면 된다’는 것을요. 정치하는 사람들은 명심해야 합니다.”

6월 선거를 두 달 앞둔 상황이다. 민주당은 당내 경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파열음을 겪기도 했다. 때마침 강의 전날(2일), 서울시장 경선 내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었다. 안 의원은 이에 대해 “걱정이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6월 지방선거가 두 달 남았습니다. 제가 서울시 안에서 680명을 공천해야 됩니다. 정무(政務)적 판단과 인간관계의 과정도 거쳐야 해서 쉽지 않습니다. 원칙과 기준을 세워 놓고 유연성 있게 해야 합니다.

어제 저희 당이 결정한 결선투표제에 대해 저는 반대했습니다. 결선투표란 것은 야당일 때 쓰는 선거운동 방법이니까요. 여당은 안정적인 유지가 필요하죠. ‘붐업’을 시키고 상대를 엎어치기해서 국민적인 관심 끄는 방법이 결선투표 아닙니까. 그건 야당용이지 여당의 방법은 아닙니다. 돈도 많이 들어가요. 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너 잘되는 거 내가 못 보겠으니 같이 망하자’식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반대했었는데 어쨌든 그게 돼버렸네요.”

그의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한 청중이 손을 들고 질문을 던졌다.

“의원님 말씀을 듣고 놀랐습니다. 결선투표제가 야당의 방법이라니요? 결선투표제 반대, 최근의 4인선거구 쪼개기, 이런 게 양당제 회귀 정신이 아닙니까? 다당제를 원하지 않으시는 것 아니에요?”

이에 안 의원은 신중한 표정으로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정치 경력 30년의 중진 의원이 풀어놓는 ‘현실 정치’에 대한 고뇌가 담긴 답변이었다.

“어느 것이 옳다, 아니다 명백히 밝히는 정치 이론은 없습니다만, 최소한 제 정치 경험 상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나 지방자치의 근간(根幹)은 1인 1선거구입니다. 참여정부 당시 인기가 떨어지니까 편법으로 1인 2선거구를 만들던 것이 이렇게 (4인까지)올라온 것이죠. 생각해보세요. 지방자치라는 것은 그 동네 사람이 골목 정치를 해서 민원을 챙기는 일입니다. 그런데 1인 4선거구로 가면 (후보) 누가 누군지 어떻게 압니까? 당장 시의원도 잘 모르는 게 현실입니다. 요즘같이 복잡한 세상에 다당제, 필요하죠.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소수정당을 포용하는 시스템이 더 적합하다는 얘깁니다.”

   
▲ 안 의원은 이날 강의에서 민주당 내 결선투표제와 1인4선거구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시사오늘

이어 안 의원은 “정치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당부할 것이 있다”며 정직과 단계별 성장 정신을 설명했다.

“링컨 대통령이 ‘몇몇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영원히 속일 순 없다’고 말한 적 있습니다. 특히 우리 정치인들은 더 그렇습니다. 제가 입당을 거부했던 그 분, 정모 씨 사건을 봐도 금방 드러나거든요. 순간의 모면을 위해 거짓된 말을 해선 안 됩니다.

그리고 정치는 밑바닥부터 배워야 큰 정치인으로 대성(大成)할 수 있습니다. 정동영 의원이 정치권에 데뷔한 후 일약 스타덤에 올라 대권 후보까지 꿰찼습니다만 지금은 활약이 미비하죠. 만약 이분이 저처럼 대변인, 본부장,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등 당내 주요 절차들을 거쳤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집니다. 기초의원, 광역의원, 구청장, 국회의원으로 기초 내공을 튼튼히 해야 합니다.”

안 의원은 자신의 정당 정치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날 “평민당 공채로 입당해 단 한 번도 당적을 옮긴 적이 없다”는 자신의 발자취를 자랑하며, 정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당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크게 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선거에 의해 만들어진 정당은 선거 이후 사라집니다. 국민의당을 보십시오. 태풍이 몰아칠 것처럼 보였지만 선거가 끝나니 사라졌습니다. 지지율 6%이하는 사실상 정당 지지가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러분이 다음에 정당을 선택할 기회가 있으면 썩어 문드러질 정당이라도 계속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민주당이어도 한국당이어도 좋으니 꼭 한길로 가십시오. 절대 정당을 바꾸지 말아야 합니다. 정당을 자주 바꾸는 사람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사람이 없습니다. 정당이 비판받더라도 한번 선택하면 계속 가세요.”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한 청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자신을 민주당 당원이라고 소개한 그는 “정당이 자신의 정치 신념과 맞지 않는다면 어떡하느냐”며 “민주당은 친문과 비문으로 갈렸고, 젊은 당원의 경우 좌파 성향이 강하다”고 불만 섞인 궁금증을 쏟아냈다.

이에 안 의원은 “정당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필요하다”며 포용성과 일관성 있는 자세를 요구하기도 했다.

“밥도 편식보다는 오곡이 비빔밥이 영양가 있듯, 그 정당 소속집단이 A부터 Z까지 다 뭉쳐있어야 좋은 것이죠. 친문과 비문은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정당 정체성과 역사성을 보고 가야지, 어떤 사람을 보고 따라가면 안 됩니다.

또 공천 심사를 하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봅니다. 정당을 자주 바꾼 사람에겐 ‘페널티’가 있어요. 힘들어도 한 길로 간다면 보다 빨리 꽃을 피울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겪어보니 그렇더군요.”

'핑퐁게임'같은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고 강의를 마칠 시간이 다가왔다. 그는 신진 정치인들의 도전을 다독이고자 격려의 인사를 건넸다. DJ계 정치인 다운 따뜻한 마무리였다.

“곡선 속에 직선이 숨어있죠. 개미는 먹이를 찾기 위해 지그재그로 움직이다가, 찾으면 그 즉시 직선 형태로 개미굴에 돌아갑니다. 정치의 길도 시작은 힘들지만 일단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면 그 이후엔 바로 직선으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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