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4대강 담합 건설사의 ‘통큰’ 약속
[김웅식의 正論직구] 4대강 담합 건설사의 ‘통큰’ 약속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8.09.05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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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드라마나 영화에서 건설사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그려지던 때가 있었다. 건설사 임원이 공사를 따내기 위해 거액을 들여 로비를 하는 부도덕한 인물로 나오기도 했다. 건설사들이 자초한 면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건설사들의 담합 사실을 잇달아 발표해 건설사들을 위기에 빠트리기도 했다. 잊힐 만하면 건설사들의 담합 사실이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자 국민들은 ‘건설사들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담합을 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기도 했다. 수년 전에 끝난 공사를 조사해 한참 후에 담합사실을 발표하니 그런 오해도 생길 법했다.

선장이 방향을 잘못 잡아 배가 산으로 가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 국가의 지도자도 정책 판단을 잘못 하면 많은 국민이 고통을 겪을 수 있다. 4대강 사업도 이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근래에 감사원의 감사 결과로 4대강 사업이 무리하게 졸속으로 추진된 사실이 드러났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벌어졌고, 그 후유증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한때 4대강 공사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이 담합했다는 이유로 행정제재를 받아 어려움에 처했다. 행정제재는 영업을 못하게 건설사의 목줄을 죄는 거나 진배없었다. 건설사들은 위기를 벗어나려면 정부의 특별사면을 받아야 했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건설사들은 국민여론을 우호적으로 형성하기 위해 거액의 사회공헌기금 조성이라는 ‘통큰’ 약속을 할 수밖에 없었다. 건설사들은 이후에 사회공헌재단에 일정액을 출연했지만 당초 약속했던 금액의 2.5%에 불과했다. 위기에서 벗어났던 건설사들이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치 않고 있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정부의 사면 조건으로 2019억 원을 출연해 사회공헌재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납부한 금액은 52억2000만 원에 그쳤다. 심지어 두산중공업, 코오롱글로벌 등 56개 기업은 약속한 사회공헌기금을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다고 한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급할 때는 뭐든 다 할 것처럼 말하지만 목적이 이루어지고 나면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모습이 국민을 짜증나게 한다.

일부에서는 건설사들이 4대강 공사와 관련해 나름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한다. 정부의 공사참여 독려, 예정공사금액 깎기와 최저가 낙찰, 1사1공구 시행으로 공사조건이 나은 편은 아니었다. 건설사들은 이문을 남기기 위해 발주 예정금액에 근접한 금액으로 공사를 수주하려고 애쓰게 마련이다. 경쟁이 붙으면 제 살 깎아먹는 출혈경쟁은 불가피한데, 이걸 피해보고자 편법을 쓴 게 결과적으론 담합 행위가 됐다는 것이다. 

담합 행위로 인해 건설사들이 받아야 했던 처벌은 무거웠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주요 20개 건설사에 부과된 담합 과징금은 총 1조2338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건설사는 그동안 2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납부해야 했는데, 이는 웬만한 건설사의 한해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다른 두 대형건설사도 1837억 원과 140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건설사들은 나름 억울해할 만하다.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은 감사원 감사와 공정위, 검찰, 국세청의 전방위 조사로 어려움을 겪었다. 국가 사업에 떼밀리듯 참여했다가 이익은커녕 적자를 보며 설상가상으로 임직원 구속과 처벌, 과징금 납부, 행정제재라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당해야 했다.

하지만 국민에게 한 약속은 이행해야 한다. 재벌기업 회장들이 위기 때 여론무마용으로 1조 원대 ‘통큰’ 기부 약속을 해놓고 ‘꼼수’를 부리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4대강 담합 건설사의 ‘통큰’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약속은 지킬 때 빛이 난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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