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임기는 2021년 2월까지다. 제20대 대통령선거는 2022년 3월로 예정돼 있다. 황 대표가 자신의 최종 목표인 대권에 도달하려면, 한국당 당대표로서 소기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
한국당 당대표에게 기대하는 성과란 무엇일까. 대선 2년 전, 황 대표 임기 내에 치러지는 2020년 총선 승리다. 그리고 2020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마의 30%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려야만 한다.
지지율 30% 넘지 못하는 한국당…‘중도확장’만이 살 길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수행해 3월 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2.0%포인트 상승한 28.8%를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 자릿수 지지율까지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 중반과 후반을 오가는 한국당 지지율의 등락(騰落)은 큰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제19대 대선에서도 홍준표 후보가 24.0%를 득표했고, ‘5·18 망언’ 직후인 2월 11일부터 13일까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해 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한국당 지지율이 25.7%로 나왔던 것을 고려할 때 25%±α는 한국당의 ‘고정 지지층’으로 봐야한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최소 30%’를 유의미한 기준선으로 본다. 지지율 30%는 돌파해야 한국당이 중도보수층에게도 어필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도 6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황교안 체제가 안정되려면 당 지지율이 30%선을 넘어야 한다”며 “황 대표 숙제는 어떻게 중도보수까지 끌어안아 미끄러진 지지율을 회복하느냐”라고 지적했다.
김진태·김순례 징계…중도확장 가늠자 될 듯
‘5·18 망언’으로 징계 대상자에 오른 김진태·김순례 의원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5·18 망언’ 직후 <리얼미터>가 <TBS> 의뢰를 받아 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수행하고 14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주에 28.9%를 기록했던 한국당 지지율은 문제 발언 이후 25.7%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5% 전후의 고정 지지층을 제외하면, 보수 성향 유권자들마저도 5·18 폄훼 발언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보면, 5·18 폄훼 발언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 수위는 ‘황교안호’의 외연 확장 가능성을 가늠할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5·18에 대해 일반 국민 여론과 유리(遊離)된 인식을 보여준 김진태·김순례 의원을 징계할 경우 한국당이 극우와 결별하고 중도보수로 이동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반면, 그 반대의 경우 한국당이 극우에 포획돼 있다는 이미지가 강화될 수 있는 까닭이다.
정치컨설팅 민 박성민 대표는 지난 4일 MBC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진태·김순례 의원 징계) 과정에서 황 대표가 어느 방향으로 키를 잡을지를 보고 향후 한국당의 방향을 읽을 수 있으니까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 역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있는 의원들을 징계하면) 황 대표가 용(龍)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목소리 큰 ‘태극기부대’…선 긋기 가능할까
문제는 전당대회에서 증명된 ‘태극기부대’의 힘이다. 전대 기간 내내 ‘선명성’을 강조했던 김진태 의원은 가는 곳마다 지지자들을 몰고 다니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당원을 대상으로 한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그는 2만955표를 획득, 2만1963표를 얻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불과 441표 부족한 3위에 올랐다.
“5·18 유공자는 괴물 집단”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전대 과정에서도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외치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김순례 의원은 후보 8명 가운데 3위에 오르며 최고위원으로 입성하기도 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이냐”고 막말을 쏟아냈던 김준교 후보 역시 청년최고위원 후보 가운데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다 보니 황 대표가 김진태·김순례 의원에게 강도 높은 징계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황 대표는 지난 4일 <KBS 뉴스>에 출연해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를 폄훼한 김순례 의원의 당 차원 징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리위원회가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김진태·김순례 의원 징계를) 유야무야하지 않겠다”고 단언한 것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6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이제 막 당권을 잡은 황 대표가 당내에서 적잖은 지분을 갖고 있는 태극기부대와 맞서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황 대표가 잘못하면 한국당이 분당까지 갈 수도 있다고 했던데, 분당은 아니라도 또 갈등이 생길 소지가 있다. 웬만하면 적당한 선에서 매조지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