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가 대한민국… ‘그들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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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가 대한민국… ‘그들이 사는 세상’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08.26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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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 기대심리 최고, 5%대 물가예상도
7월 물가상승 4.7% = 15대기업 임금인상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 2011년 고추가격이 전년대비 2배 이상 오르면서 ‘고추대란’이 일어났다. ⓒ 뉴시스

“신애야, 고춧가루가 한 근(600g)에 17000원이래. 세상에, 어쩜 이렇게 비싸. 작년엔 7000원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오르니. 너네 언니도 주고 하려면 한 15근은 사야 되는데... 가만, 얼마야. 25만원이 넘어? 이거 어떻게 사. 그냥 물고추 사서 말릴까? 물고추도 비쌀 텐데 어떡해 이걸.”

얼마 전 어머니가 전라북도 부안에 사는 이모의 전화를 받은 뒤 기자에게 한 얘기다. 요즘 고추 값이 2배 이상 오르면서 ‘고추대란’이 주부들 사이에서 이슈다. 이미 주부만의 문제를 넘어 정부의 물가정책에 빨간 신호를 비추며 사회문제가 됐다. 

고추가격의 폭등이 올 여름 오랜 비와 태풍 등으로 인한 공급량 감소 때문이라지만, 이유야 어쨌건 생활물가의 상승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전세대란 기름대란 배추대란 삼겹살대란 등 각종 ‘대란’의 굵직굵직한 사건들만 해도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그대로 말해준다.

물가상승 예상 29개월만에 최고, 생활형편 부정적

해마다 반복되고 올해만도 물가 상승률이 7개월째 4%대를 이어가는 등 이쯤 되면 물가 불안은 동네 어린이도 알만하다. 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굳이 수치로 표현하자면 8월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2%로 2년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지수’를 보면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4.2%로 지난달보다 0.2%p 상승하며 2009년 3월(4.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수입에 대한 전망은 올 1월보다 8p낮아져 95를 기록했고, 더불어 생활형편전망도 1월 대비 7p낮아졌다.

특히 물가가 4%이상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소비자 비율이 64.4%로, 올 초보다 34.9%p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이 5%대의 물가상승률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러한 물가에 대한 우려는 고질적이어서 번번이 보도되는 ‘얼마 만에 최고’라는 물가 관련 수치도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누구나 아는 물가문제를 다시 한 번 짚어보면, 올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7% 높아졌다. 지난해 100만원으로 할 수 있던 것을 올 7월에는 105만 원 가까이 들여야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상의 수치는 불필요한 요소들로 심각성을 완화시키는 기능이 있으니, 지난해 1만원에 사먹던 삼겹살을 1만2000원에 먹어야 하는 등 실제 체감지수는 이보다 높다고 봐야겠다.

▲ 월평균 임금 및 상승추이(자료제공=고용노동부)/(단위: 천 원, %)

서민임금 안올라도 삼성 직원은 22% 인상

물가가 오르면 이와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 근로자의 임금이다. 지난 24일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올 평균 임금인상률이 5.2%라고 한다.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상당한 인상폭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같은 기간 임금인상률(4.6%)보다 0.6p 오른 수치”라며 “임금인상률이 올라간 것은 상반기의 높은 물가 상승치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임금교섭타결현황조사는 상시근로자가 100인 이상인 사업장(8458곳)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그중에서도 7월 말까지 임금협상을 끝낸 사업체 3636곳(43%)의 협약임금(정액급여+고정상여금) 인상률을 평균한 것이다. 이는 대다수 서민들의 형편을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통계청의 2007년 사업체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99% 이상이 100인 미만의 사업장이다.

지난6월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의 1인당 월평균임금은 260만 원으로 전년동월(약 253만 원)대비 2.6% 상승에 불과했다. 더욱이 5월에는 1.3% 인상에 머물기도 했다. 또 6월 명목임금에 물가상승률(4.4%, 전년동월대비)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는 생활 유지도 어려운 것이다. 오히려 이 나라의 물가 속에 살아갈 수 있는 특정 집단은 따로 있다.

▲ 삼성전자 최근 3년 평균급여(자료제공=페이오픈)/(기준년도: 2008년~2010년)/(단위: 백만 원)

연봉정보사이트 페이오픈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경우 직원 1인당 평균임금이 전년대비 22% 증가했다. 2010년 삼성전자의 1인 평균연봉은 8640만 원이고 2009년 평균임금상승률도 11%에 달했다.  

2010년 1인당 평균연봉이 8200만 원이었던 기아자동차 또한 임금인상률 16%의 높은 수치를 보였고 SK네트웍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각각 9%, 6% 임금을 인상했다. 삼성전자와 기아자동차 등을 포함, 지난해 매출액 상위 15개 기업의 급여 증감을 평균하면 4.7% 상승으로 이는 올 7월 물가상승률과 같은 수치다. 해당 15대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가 약 36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은 전 국민의 8%가 안 되는, 이들이 사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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