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현 변호사의 법률살롱] 파산제도로 보는 ‘재기할 수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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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현 변호사의 법률살롱] 파산제도로 보는 ‘재기할 수 있는 사회’
  •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 승인 2020.07.03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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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프랜차이즈 업체 브리즈 커피가 지난 6월 5일 간이 파산 선고를 받았다. 지난 2014년 법인 등기된 브리즈 커피는 전국에 약 12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매출 감소 여파로 파산에 이른 것이다. 전국 법원에 접수된 2020년 1분기 법인파산 신청 건수가 최근 5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는 데, 코로나 여파로 회생과 파산을 고민하는 기업 또한 적지 않아 향후 법인 파산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법인 파산 제도는 기업이 자신의 재산으로 모든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경우, 법원의 파산 선고를 통해 법인 재산을 현금화하고 채권자들에게 권리의 우선순위와 채권액에 따라 분배하는 절차를 말한다. 법인 파산 제도의 주된 목적은 모든 채권자가 법인의 재산으로 평등하게 채권을 변제받도록 보장함과 동시에, 회생이 불가능한 법인을 정리함으로써 채권자들에 대한 추가 손실 방지 및 법인에 소속된 대표자 등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회생절차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한 채무자에 대해 채권자, 주주, 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다(회생법 제1조 전단). 파산선고가 사회·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유발할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인에게도 손해를 끼치는 경우 회생 절차를 통해 기업의 회생을 도모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다시 말해 회생은 법인의 구제에, 파산은 법인의 채권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파산제도가 자신의 채권을 해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법인 파산절차는 파산선고 당일 전문적인 파산관재인 선임을 시작으로 채권자 집회를 통해 자신의 채권을 신고하고 그에 따라 공평하게 배당받는 절차다. 오히려 파산절차를 받지 않고 회사가 부도 처리되는 경우에는 아무 쓸모 없는 채권을 들고 있는 셈이 돼 버린다. 아직 존재하는 회사의 재산으로 자신의 채권을 조금이나마 보전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므로 오히려 채권자에게 효과적인 것이다.

물론 개인 파산·회생, 법인의 파산·회생제도 등 모든 도산절차는 일정 부분 채권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제도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것을 ‘선량한 채권자’의 권리와 이익을 해하면서, 채무자의 빚을 면제해 주는 제도라고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자유시장경제 질서는 근본적으로 경쟁을 바탕으로 하고, 경쟁에서 밀려난 자는 필연적으로 경제적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도록 설계돼 있는 체제다. 때문에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이 과도한 채무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밖에 없도록 제도화돼 있다면 아무도 자기 사업을 하려 하거나 창업을 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악의적으로 남을 해하지 않았고 사업을 열심히 했지만 과도한 채무로 허덕이는 자라면, 이를 구제해 줄 장치는 마련돼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불어닥친 전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는 경기 회복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를 예측하기 어렵다. 충분한 경제력을 갖춘 대기업이라면 어떻게든 버틸 수야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극단에 내몰려 있는 기업들과 채무자들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변제능력이 없는 채무자로 하여금 죽을 때까지 빚에서 빠져나올 수 없도록 한다면, 결국 자유시장경제질서 자체를 붕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모두를 더 가난하게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합리적 도산제도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재기할 수 있는 기회는 사회가 함께 마련해 줘야 한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자의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조기현 변호사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

-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법률고문

- 제52회 사법시험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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