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현 변호사의 법률살롱] 소년원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고찰
스크롤 이동 상태바
[조기현 변호사의 법률살롱] 소년원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고찰
  •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 승인 2020.11.17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청소년의 비행은 대개 가정환경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 내 폭력, 방임을 겪는 아이들은 밖으로 떠돌게 되고, 같은 처지의 또래들과 모여 집단을 형성한다. 이같은 '가출팸' 안에서는 추행, 성폭행을 비롯해 강력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 결국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은 소년재판을 통해 보호관찰, 소년원 혹은 소년교도소 수감 등의 처벌을 받는다.

물론 사회적 인식과 달리 소년원은 처벌시설이 아닌 교정시설에 해당한다. 청소년은 아직 성숙한 사고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을 뉘우치고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소년재판을 받은, 소년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시선은 냉담하다. 예비범죄자로 낙인 찍을 뿐,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한 아동 청소년의 삶이 얼마나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지에는 관심이 없다.

소년범들은 가해와 피해가 이리저리 섞인 청소년기를 보낸다.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범죄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주체 또는 객체가 되는 아동, 청소년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지만 이슈가 잘 되지 않는 편에 속한다. 아이들은 유권자가 아니라서, 목소리가 작아서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힘들고 아동, 청소년 관련 이슈는 여러 이익집단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우선순위에 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동 청소년을 위한 법안이 통과될 확률은 다른 것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예산 역시 고려 대상에서 뒤로 밀려나게 된다.

분명한 점은 아동, 청소년에 대한 예산과 그에 따른 복지는 그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년원이 제공하는 다양한 교정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과, 제빵을 배운 청소년들의 재범률이 현저히 낮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빵이나 과자 등의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성취감을 느끼기 수월하며, 직접 만든 음식을 친구와 가족들에게 전하면서 그들에게 인정받고, 환영받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가정에서 외면당한 아이들은 이런 경험들을 하기가 쉽지 않다. 소년원에서 사회화를 경험하면서 비로소 삶의 근본을 찾아가게 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기에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올바른 교정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온다면 재범 확률은 더 커진다. 제 2의, 제 3의 누구라는 타이틀을 붙인 또 다른 범죄자를 양산할 수 있다. 따라서 인권차원에서도 아동, 청소년을 위한 교정시설과 교육프로그램은 필요하다.

약자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은 배움과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관련 교육과 체험학습을 통해 다양한 삶의 형태를 바라보고 타인의 삶을 그 사람의 시점으로 접해보면서 나와 다른 인생을 존중하는 마음을 길러야한다. 이런 교육을 통해 본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정보와 사고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약자에 대한 혐오도 막을 수 있다.

삶이 퍽퍽해질수록,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약자에 대한 혐오는 거세지기 마련이다. 약자에 대한 공감이나 차별에 대한 경각심보다는 나부터 잘되고 보자는 조급함이 앞서게 된다. 1인 방송의 발전도 여기에 힘을 보탠다. 누구보다 자극적이어야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왔는데 누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겠는가.

청소년기에 범죄를 접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오기까지, 어른들의 역할은 무엇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강자라는 입장에서는 그 무엇도 올바른 방향으로 바꿀 수 없다. 내가 약자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허황됐다는 걸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자의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조기현 변호사

-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

-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법률고문

- 제52회 사법시험합격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