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투자자 보호 행보에도 ‘곱지 않은 시선’↑…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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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투자자 보호 행보에도 ‘곱지 않은 시선’↑…왜?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12.08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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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정책에도 분쟁·민원은 줄지 않아…“실효성 없다”는 평가 
금융당국의 느슨한 ‘가이드’도 원인…‘장기 교육·프로그램’ 필요
투자자 “취지는 이해하나 공감 안돼…금감원? 어쩔 수 없는 대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금융정의연대와 사모펀드 피해자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6월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등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배상) 결정 촉구 금감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금융정의연대와 사모펀드 피해자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6월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등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배상) 결정 촉구 금감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최근 증권사들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여러 개선안을 도입하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년 성과없이 반복되는 '겉치레'라는 평가와 함께 현재 업계가 당면해 있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부터 해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금융당국의 느슨한 가이드 라인도 지적받고 있는 실정이다. 

잇따른 정책에도 분쟁·민원 줄지 않아…"실효성 없다"는 평가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NH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놨다. 투자자 자문기구를 설치하거나 TF(태스크포스)를 발족시키는 등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은 곳이 있는가 하면, 시스템을 재구축하거나 상시적인 금융교육을 약속한 증권사도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조직을 완전히 바꾸고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도, 투자자와 증권사 간의 크고 작은 분쟁과 민원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황과 함께 다양한 투자자들이 모여들고 있지만, 정작 증권사들은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8일)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증권사(국내·해외 포함)들의 민원 건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증권사들은 평균 15.3건의 민원을 받았다. 2분기(17.2건)보다 줄어들었지만, '사모펀드 사태'와 맞물려 증권사 간 편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상반기(누적기준)만 살펴봤을 때는 평균 16.1건의 민원이 제기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3건에 2배를 넘어선 기록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초부터 10조 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증권사들에게 CCO(독립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 독립 선임을 유도했고, 대상이 되지 않는 증권사들도 여러 활동을 펼쳤지만, 눈에 띄는 효과 없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민원만 늘어난 셈이다.

이같은 결과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자료에서도 드러났다. 금감원이 최근 발표한 민원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의 민원 건수는 총 23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59건보다 82.9% 늘어났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HTS·MTS 등 전산오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지난해 하반기와 맞물려 올해는 라임·옵티머스와 같은 사모펀드와 관련된 민원이 많았다는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1Q19~3Q20 증권사 민원 건수 평균(단위 : 건) ©자료=금융투자협회 / 그래프=정우교 기자
1Q19~3Q20 증권사 민원 건수 평균(단위 : 건) ©자료=금융투자협회 / 그래프=정우교 기자

금융당국의 느슨한 '가이드'도 원인…장기 교육·프로그램 필요

이같은 현상에는 금융당국의 느슨한 '가이드'도 한몫했다는게 업계 안팎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지난 몇년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정책을 전개하고 있으나, 강제적인 성격을 띠지 못한 권고 수준일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감독기능을 갖고 있는 금감원에 대해서는 사모펀드에 투자를 했다가 피해를 당한 일부 투자자들조차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의 행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에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언제든 또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통화에서 금감원이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미스터리쇼핑'을 예로 들었다. 그는 통화에서 "금감원은 매년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미스터리쇼핑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장에서 봤을 때 미스터리 쇼핑 이후 절차는 일시적인 성격일뿐, 지속적인 교육이나 개선 프로그램은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사태에 비춰봤을 때 불완전판매에 대한 처벌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은 증권사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체계와 가이드라인"이라며 "감독 기관의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증권사들도 체질 개선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짚었다. 미스터리쇼핑은 금융당국 직원이나 위임을 받은 업체 직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금융들이 금융상품을 제대로 판매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제도다. 지난 8월부터 돌입한다고 알려졌지만,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자 "취지 이해하나, 공감 안돼…금감원? 어쩔 수 없는 대안"

금감원과 증권사의 '땜질식' 정책에, 정작 보호받아야 할 투자자들은 지쳤다는 반응이다. 한 사모펀드 사태 피해 투자자는 이날(8일) 통화에서 "최근 증권사들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물론 취지는 이해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혀 와닿지 않는다"고 운을 띄웠다.  

해당 투자자는 구체적으로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해 거론했다. 그는 "현재 라임·옵티머스에 대한 문제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이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등에서 집회를 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의 이야기' 하는 식의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투자자들의)이야기를 듣다보니, 최근 증권사들의 투자자 보호 정책과 이를 인용하는 언론들의 보도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라며 "미래의 어떤 이슈를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안(사모펀드 사태)부터 챙기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금감원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는) 사모펀드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돌고 있다"면서 "(특히) 감독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냐는 문제 제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하지만) 한편으로는, 금감원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이라도 지금까지 문제들을 꾸준히 해결해오고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면서 "사모펀드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도, 이번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데만 초점이 맞춰 있기에, 이번 사태를 겪고 있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금감원은 어쩔 수 없는 대안이 되버렸다"고 토로했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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