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분당 고질병, ‘또’ 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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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분당 고질병, ‘또’ 도지나
  • 정인균 기자
  • 승인 2023.08.20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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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1년전 '분당' 고질병, 세 차례나 반복
친명 vs 비명 '대의원제' 두고 충돌, 폭풍전야
분당 주동하면 배신자? 그들의 좋지 못한 말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인균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고질병 중 하나인 분당이 다시금 재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고질병 중 하나인 분당이 다시금 재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시사오늘(그래픽=정세연 기자)

장마철만 되면 관절염을 앓는 노인처럼, 민주당엔 선거철만 되면 '분당'이란 고질병이 도진다.

1995년 민주당이 둘로 쪼개져 새정치국민회의가 만들어졌고, 2003년 있었던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사태가 그랬으며, 2015년에 있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열도 그랬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2023년에도 민주당의 고질병이 도질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발점은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의 '유쾌한 결별' 발언이었다. 지난달 3일 이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도저히 뜻이 안맞고 방향을 같이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되지 않겠냐"라며 사실상 민주당의 분당을 시사했다.

 

이상민, 분당 시사?


해당 발언은 당내에 일파만파로 퍼지며 비명계에는 단합을, 친명계에는 긴장을 이끌어내고 있는 모양새다.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들은 “썩 바라는 방향은 아니지만, 피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시사오늘>과 만난 한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체포 특권 문제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던 분위기에서 '분당론'이 희미하게 생겨났다. 그것이 이 의원의 발언으로 더 선명해진 것 뿐”이라며 “이번 '대의원제 폐지'로 민주당 의원들 간의 의견이 대부분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가 말하는 대의원제 폐지는 최근 민주당 계파 싸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최대 쟁점이다. 대의원제는 한마디로 민주당 당 내 선거에서 대의원들에게 막강한 힘을 몰아주는 제도다. 현행 민주당 당헌 하에서는 당 대표나 대통령 후보가 대의원의 표심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있었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역시 그랬다. 당시 민주당은 전당대회에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의 표를 반영했다. 겉으로는 대의원과 권리 당원 표심의 반영 비율이 비등 했지만,이들의 숫자는 크게 차이났다. 당시 민주당 전국 대의원은 약 1만6000명이었던 반면, 권리 당원은 무려 118만명가량 됐다. 대의원 1명의 표가 권리 당원 50~60명의 표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친명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표의 등가성’을 이유로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한다. 그러나 비명계 측은 이를 폐지하면 자신들을 향한 공천 학살이 일어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대거 유입된 권리 당원과 일반 당원들 대부분 친명계라는 계산 하에서다. 

 

대의원제 폐지, 비명계 불안감↑


이런 비명계의 '불안감'은 민주당 분당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 분당'은 대부분 비주류 세력의 공천권이 흔들렸을 때 일어났다. 

가까운 사례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사태다.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당대회를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당대표로 선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 대표에 취임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2016년에 있을 총선에서 공천 개혁을 단행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문 전 대통령이 새로운 인물을 수혈해 당의 혁신을 이루어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곧 당시 친노계라고 평가받던 최재성 전 의원을 당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이에 비노계가 크게 반발했다.

김한길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등으로 대변되던 이들은 이것이 '친노 중심의 새판 짜기'라고 지적하며 큰 불만을 나타냈다. 이들은 다음 총선에서 친노계가 비노계를 모두 내치고 패권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같은 해 12월, 결국 안철수-김한길 라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 새로운 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기에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 등이 합세하며 분당 수순을 밟았다.

2003년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사례도 비슷하다. 2004년 총선을 걱정하던 호남의 신주류 세력은 2003년부터 민주당의 쇄신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새천년민주당이 호남색이 강하고 너무 구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전국정당화가 목표였다. 하지만 동교동계는 당의 주류 세력이어서 공천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민주당 쇄신파는 동교동계 주류 세력과 입씨름을 벌이다가 결국 헤어질 결심을 했고, 2003년 9월 정대철 전 대표를 포함한 37명의 의원이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하며 분열의 초석을 다졌다. 결국 당을 나온 약 40명의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전신인 '국민참여 통합신당(가칭)'을 구성하며 분당을 완성시켰다.

 

역대 민주당 분당 데자뷔?


올해 민주당의 상황은 역대 '민주당 분당' 상황과 매우 닮아있다. 구세력과 신세력이 당내에서 계파를 나눠 극심하게 다투고 있고,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의도 정치를 오래 지켜본 관계자들은 분당이 쉽사리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본다. 당을 깨고 창당한 이들의 말로가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5년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가 만든 국민의당은 호남 등에서 돌풍을 일으켜 제20대 국회의 신흥 세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대선패배 후 바른정당과의 합당 등을 통해 도약을 꿈꿨지만,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 채 호남 유권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제21대 국회에서는 호남 지역구를 더불어민주당에 빼앗기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열린우리당 또한 탄핵의 역풍에 제17대 총선서 대승을 거뒀지만, 이들 역시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며 민주당 지지자들의 원성을 샀다. 초선 의원만 108명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사안마다 삐걱대는 모습을 보여주며 정치권 조롱의 대상이 됐다.

실망스러운 모습을 이어가던 이들은 총선 승리 후 약 2개월 만에 치러진 2004년 6월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하는 등 '거대 여당'의 면모를 서서히 잃어갔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열린우리당이나 국민의당 모두 직후 선거에서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를 주도했던 이들의 말로는 좋지 못했다”며 "민주당 지지자들은 분당을 주도한 이들을 좋지 않게 기억한다. 안철수 의원이나 정동영 전 의원이 대권으로 가지못한 가장 큰 이유가 '분열' 이미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격언을 되새겨야 할 때다. (분당을 주도하는 정치인은) 당장은 모르겠지만, 그만한 리스크를 감당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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