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은 뭐하고, 회장님만 슈퍼카 테스트를?…국민은 바보가 아닙니다 [까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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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은 뭐하고, 회장님만 슈퍼카 테스트를?…국민은 바보가 아닙니다 [까칠뉴스]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3.10.20 16: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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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회장, 회사 슈퍼카 사적 유용 혐의에 “사업 위한 테스트” 항변
대규모 연구개발 조직 갖춰봤자?…오너만 가능한 슈퍼카 테스트 눈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한국테크노돔 전경.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연구개발 산실로 불리는 한국테크노돔 전경. 본문과 무관.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 법인 명의의 슈퍼카와 스포츠카를 개인 차량처럼 쓴 것으로 알려져 눈총을 사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번 편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회장의 이야기입니다.

타이어 회사 오너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다양한 고급 차량들을 타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겠습니다. 조현범 회장과 변호인 측이 배임 및 횡령 등에 관한 공판에서 내세운 주장도 이와 궤를 같이 합니다.

이달 11일과 18일 진행된 공판에서 조현범 회장 측은 법인 명의 고급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과 관련해 한결같이 테스트를 해보기 위함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테스트 성격이었던 만큼 모두 배임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네요.

조 회장이 탔다는 차들의 면면만 살펴봐도 화려합니다. 페라리 488부터 포르쉐 타이칸, 포르쉐 911 타르가, 레인지로버 등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말 그대로 드림카 라인업입니다. 1대당 가격도 최소 1억5000만 원이 넘습니다. 그가 탔다는 부가티 시론의 경우엔 30억 원이 넘는다 하네요.

이 차들을 개인적으로 타고 다닌 이유가 프리미엄 타이어 제품 개발을 위한 테스트였다고 합니다. 한국타이어의 수익성을 강화해 줄 고인치 및 고사양 모델 개발에 조 회장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앞장선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검찰 측에선 조 회장이 다양한 슈퍼카들을 타고 다니면서 그 어떤 테스트 결과도 남기지 않은 점은 수상히 봅니다. 또한 타이어 개발 연구 성과로도 직접 연결된 사례가 없음을 지적하며, 테스트 용도였다는 조 회장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어느 쪽 주장이 더 합당해 보이나요. 

한국타이어 연구개발 담당조직도.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갈무리

한국타이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타이어 부문 연구개발활동을 위한 인건비로만 한해 800억 원 가량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수 백명의 인원들이 더 좋은 타이어를 개발하고자 매달리고 있는 셈인데요. 출중한 연구원들을 냅두고, 왜 조현범 회장은 직접 솔선수범해 슈퍼카를 타고 다녀야 했을까요.

오히려 연구개발 실무자들인 구본희 연구개발혁신총괄 부사장, 홍문화 연구개발혁신총괄 OE개발담당 전무, 임재헌 연구개발혁신총괄 성능평가담당 상무 등이 슈퍼카를 같이 탔다고 한다면, 조 회장의 테스트였다는 주장에 수긍이 갈텐데 말이죠. 

조 회장 말대로라면, 그는 연구원들보다도 더 대단한 능력자인 셈입니다. 고속 주행이 가능한 서킷을 넘어 일반 공도에서조차 뛰어난 슈퍼카 성능에 가려진 타이어 성능을 느끼고 비교해 낼 수 있다는 말이니까요. 조 회장의 출중한 능력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회사 내 다른 임원들은 슈퍼카를 테스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회삿돈으로 빌리거나 구입한 슈퍼카을 오너가 맘대로 타고 다닌 게 업무(테스트)의 연장선이라 주장하는 게 국민들의 눈높이에도 합당해 보일까요. 원하는 자동차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재력을 갖췄음에도 회사에 피해만 끼치는 조 회장의 항변은 이젠 변명으로만 들리네요.

설령 슈퍼카에 관심이 많고 사업 및 제품군 확장을 위한 단계였을지라도, 회사 법무팀 해석을 미리 받아보고 사용했어야 맞지 않을까요. 그런 내부 시스템 및 조언없이 조 회장이 맘대로 좌지우지하는 기업 문화가 뿌리내려져 있다면, 이 역시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구치소에 들어간 지 6개월 지났지만, 앞으로 그만큼을 더 머물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은 데 이어, 추가 혐의점들로 인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기한이 6개월 연장됐기 때문입니다. 보석 신청 결과가 변수기는 하지만, 조 회장 개인적으로 두 번째 구속 수감인 만큼 쉽지 않아보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재벌 특혜니, 봐주기 식이라니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기에, 더욱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에 귀추가 쏠립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진 대기업 총수 첫 구속 사례가 흐지부지되지 않고,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판결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우리 모두가 주시해야 될 때입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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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2023-10-21 20:03:06
정확한 분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