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당설…자민련 TK 모델, 맞을까 [김자영의 정치여행]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준석 신당설…자민련 TK 모델, 맞을까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11.17 2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석 “1996년 대구의 다른 선택” 언급
15대 총선서 자민련 대구 13석 중 8석 선전
“YS 역사바로세우기·전노구속, 지지층 저항”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9일 대구를 찾아 “1996년 대구는 이미 다른 선택을 했던 적이 있다”며 15대 총선 당시 김종필(JP)의 자유민주연합이 대구에서 13석 중 8석을 석권한 사례를 언급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구·경북(TK) 기반의 신당 창당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정치권에서 연일 화제가 됐다. 

지난 9일 대구를 방문한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는 가장 쉬운 도전일 수 있지만 새로 뭔가를 시도하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도전이 그 아성(대구·경북)을 깨는 일”이라며 “대구에 출마한다면 12개 지역구에 모두 신당으로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어려운 도전일 것이다. 출마한다면 가장 반개혁적 인물과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13일 KBS <최강시사>에서 “2016년 안철수 의원이 호남을 기반으로 선거에서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준석 전 대표가 경북이나 대구를 바탕으로 할 적에 성공가능성이 있지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 전 대표가 TK를 콕 집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율 명지대 교수는 1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신당 성공 여부를 떠나 TK에서 민주당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준석으로 인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 안 되고 민주당이 됐다’는 등 비난을 받을 일이 희박한 점,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정치를 시작한 점 등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당에 지지를 보내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에게 ‘유승민, 이준석, 김종인 등이 신당을 만들 경우 어느 당을 지지하겠냐’고 물은 결과 16%가 ‘이준석 신당’이라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15일 발표됐다. TK 지역에선 14.8%가 신당을 택했다. 

이 전 대표는 “1996년 대구는 이미 다른 선택을 했던 적이 있다”며 “다시 한번 변화를 만들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가 언급한 ‘대구의 다른 선택’은 15대 총선 당시 김종필(JP)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대구에서 13석 중 8석을 석권한 사례를 말한다.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은 13개 의석 중 2석 확보에 그쳤다. 

신 교수는 같은 날 “15대 총선서 JP의 자민련이 대구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 그때 대구 12개 지역구가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JP는 충청의 맹주, 보수의 상징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이준석 전 대표가 JP 정도의 상징성을 갖거나 지역의 맹주냐에 대해선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민련이 TK에서 선전할 당시와 현재 정치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을 폈다. 그는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5대 총선 당시 대구에 자민련 바람이 불었던 것은 YS 정권 출범 당시 대구에 설립 예정이던 삼성 상용차를 부산으로 가져간 데 대한 반감과 중심인물로 거물 박철언 장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준석은 대구와 전혀 연고가 없다. 대구에서 이준석·유승민 바람을 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15대 총선 전후 TK 내에 반YS 정서가 확산한 상황이었기에, TK 민심을 챙기기에 열심인 현 정부와 다르다. 1996년 TK 정서는 문민정부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 등 개혁 정책 일환과 관련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12월 12일 담화에서 “군사문화 잔재를 과감히 청산하고 쿠데타 망령을 영원히 추방함으로써 우리가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룩한 민주주의를 확고히 지켜나가야 한다”며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을 완수하겠단 의지를 확고히 했다. 문민정부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12·12 군사반란과 5·18에 관계된 허화평, 허삼수, 정호용, 이학봉, 박준병 등에 대한 수사 및 사법 처리를 단행했다. 

1996년 1월 1일 자 <경향신문> 기사는 “대구·경북 34개 선거구 중 90% 이상이 혼미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10여 년 동안 여권의 텃밭이었던 이곳에 불어닥친 반(反)YS 바람 때문이다. TK 정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속을 계기로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침 자민련에는 JP가 회고록에서 한 표현에 따르면 ‘민자당 내에서 김영삼 씨 민주계의 푸대접을 받거나 속앓이를 하던 사람’, ‘YS 정권의 역사란 이름으로 정치적 입지에 상처받은 사람’이 함께하고 있었다. TK 원로 박준규를 비롯해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박정희 정부 재무부 장관을 지낸 김용환도 자민련 후보로 15대 총선에 출마한다. 자민련은 대구에서 8석을 얻어 선전했다.

대구에선 자민련이 신한국당과의 보수논쟁을 유발, 이 지역 유권자들의 뿌리 깊은 반여권 정서를 결집함으로써 예상 외의 압승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자민련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대구에서 광역단체장 선거 22.1%, 기초단체장 선거 5.7%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이번엔 득표율이 35.8%로 급상승했다. 

- 1996년 4월 13일 자 <동아일보> ‘경기·인천 대구·경북 표 분석’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17일 통화에서 “15대 총선 당시 대구가 자민련에 지지를 보낸 것은 YS가 지지층의 저항을 뚫고 TK 출신 정치인을 구속했기 때문이다. TK 선택은 예정됐던 일이다. 게다가 자민련은 스스로 유신 본당을 자처하며 박정희를 내세우고 표심 결집을 유도했다”며 “YS가 개혁하다 대구 표심을 뺏긴 것을 놓고 이준석 신당 성공 가능성과 연결 짓는 것은 제대로된 분석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TK 기반 신당이 성공할 거라 보기 어렵다. 대표적 사례가 민주국민당(민국당)이다. 경북 지역에서만 국회의원을 4번 지낸 정치거물 허주(虛舟) 김윤환도 16대 총선 당시 경북 구미 지역구에서 2위로 낙선했다. 당시 김윤환을 비롯 이기택, 이수성 등이 참여한 민국당은 2000년 2석 확보에 그치며 4년 만에 해산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75년간의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됩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