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검증에 ‘멍드는’ 게임업계…집게손가락 하나로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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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검증에 ‘멍드는’ 게임업계…집게손가락 하나로 몸살
  • 편슬기 기자
  • 승인 2023.11.29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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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전반에 ‘집게손가락’ 수정 지시 내려져…“말도 안되는 요구”
개인의 사상 존중하지만 상식 벗어난 방법으로 표현해선 안 된단 의견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새롭게 개편을 맞은 직업 캐릭터 ‘엔젤릭버스터’의 손동작이 문제가 되고 있다. ⓒ 넥슨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새롭게 개편을 맞은 직업 캐릭터 ‘엔젤릭버스터’의 손동작이 문제가 되고 있다. ⓒ 넥슨

넥슨 메이플스토리 캐릭터의 집게손가락에서부터 시작된 ‘남혐 논란’이 연일 뜨거운 감자다. 이는 게임업계 전반은 물론 애니메이션업계까지 완전히 뒤집으면서 양쪽 업계 종사자들이 살얼음판을 걷는 모습이다.

넥슨은 지난 26일, 새롭게 개편을 맞은 메이플스토리의 직업 캐릭터 중 하나인 ‘엔젤릭버스터’의 홍보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그런데 캐릭터 동작 중 집게손가락을 펼친 모습이 캡쳐돼 ‘남혐 동작’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은 삽시간에 온라인상으로 퍼져 나갔고, 결국 넥슨의 공개 사과와 해당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외주 회사 직원의 해고로까지 이어졌다.

 

집게손가락=남혐?…마녀사냥에 등 터지는 관련업계


집게손가락 모양이 수차례 남성 혐오의 아이콘으로 떠오르자 넥슨은 내부적으로 칼을 빼들었다. 여태까지 선보인 콘텐츠 등에서 동일 내지는 유사성 여부를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수정 및 삭제에 들어간 것이다.

여성 및 노동자 관련 단체들은 넥슨의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달 28일 판교에 위치한 넥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

정화인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사무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악성 유저들의 어처구니없는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게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지켜줄 방법을 고민했어야 한다. 게임업계는 당장 반 페미니즘 행태를 멈추고 반성하라”고 일갈했다.

물건을 집거나 크기를 가늠하는 등의 목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집게손가락인 만큼 당황스럽다는 입장도 보인다. 페미니즘 사상을 드러내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애니메이션업계 종사자 A씨는 “이미 다수의 회사에서 여태 작업한 손 모양을 수정하라고 지시가 내려오는 상황이다. 업계 위치상 철저한 을이라 말도 안 되는 요구임을 알면서도, 사건과 엮이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눈치 보는 중이다”라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동종업계 종사자 B씨는 “사실상 개인의 사상을 검열하기보다 손 모양 자체를 검열당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가위바위보를 그릴 때 이제 가위를 그릴 수 없게 된 거나 다름없는 셈이다. 애니메이션은 영상 아트다. 프레임별로 한 장씩 뜯어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영상 작품으로 바라봐 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평소 게임을 즐기는 유저 C씨는 “넥슨 직원들만 불쌍하다. 집게손가락 모양이 남성 혐오인지에 대해 일반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쓸 거다. 만약 그런 의도로 집게손가락을 넣은 것이 확실하다면 넣은 사람이나 또 그걸 일일이 확인해 찾은 사람이나 할일이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을 표했다.

페미니즘 자체에 불편한 입장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게임업계 종사자인 D씨는 “개인의 사상은 존중한다. 하지만 그 부분이 상식을 벗어나는 방법을 통해 드러나거나, 나아가 소속된 그룹에 피해가 가는 그림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넥슨 직원은 “페미니스트 때문에 주말 20시간 대응했다. 화난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게시글에는 29일 기준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너 페미니스트냐?” 멈추지 않는 사상 검증


이번 집게손가락 논란과 같이 남혐과 관련된 유사한 사례는 넥슨의 클로저스와 프로젝트 문의 림버스컴퍼니 사건 등이 있다.

클로저스는 지난 2016년 새로운 캐릭터 '티나'의 업데이트를 앞두고 해당 캐릭터의 목소리 더빙을 맡았던 성우가 ‘Girls Do Not Need a Prince’란 문구가 적혀진 티셔츠를 입은 것이 문제가 됐다.

소녀는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구보다, 티셔츠 자체가 여성 인권 신장 사이트인 메갈리아 후원 모금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 돼버렸다. 이에 남성 유저들을 중심으로 이의 제기가 이어졌고 결국 넥슨 측에서 성우를 교체하며 사건이 마무리됐다.

프로젝트 문은 비교적 최근의 사건으로, 지난 7월 진행한 여름맞이 피서 이벤트가 발단이 됐다. 등장 캐릭터 중 여성 캐릭터 이스마엘에게는 전신 타이즈 형태의 해녀복을, 남성 캐릭터 싱클레어에게는 상반신 탈의에 청자켓을 입힌 이미지의 카드가 반발을 불러왔다. 

유저들은 왜 남성 캐릭터는 노출이 있는데 여성 캐릭터는 노출이 없느냐며 이의를 제기했고, 이는 곧 프로젝트 문 일러스트레이터 중 페미니스트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으로 번졌다.

결과적으로는 가챠(뽑기) 일러스트는 남성 작가가, 게임 스토리 진행에 삽입되는 일러스트는 여성 작가가 그린 것으로 판명났다. 그리고 해당 여성 작가는 개인 SNS에서 몰래카메라 촬영에 반대하는 등 관련 내용을 재게시하며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여성 작가가 페미니스트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며 프로젝트 문과 림버스컴퍼니 게임에 대한 남성 유저들의 불매가 시작됐다. 반면 여성 유저들은 프로젝트 문에 힘을 실어주려 응원에 나섰는데, 프로젝트 문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여성 작가를 해고하면서 역으로 여성 유저들에 의한 불매가 시작됐다.

림버스컴퍼니의 경우 지난 8월 기준 57%가 여성, 42%가 남성으로 여성 유저의 비중이 더 많았던 이유에서인지 해당 사건을 기점으로 매출이 급락했다.

게임업계 종사자 F씨는 “매번 비슷한 논지로 전개되는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상당한 피로감을 느낀다. 게임사 입장에서 이런 논란은 어떤 식의 대처를 하든 반드시 손해가 발생한다. 피하고 싶은 상황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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