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vs 재건축”…특별법 제정 앞두고 고민에 빠진 ‘평촌·산본’ [신도시를 가다②]
스크롤 이동 상태바
“리모델링 vs 재건축”…특별법 제정 앞두고 고민에 빠진 ‘평촌·산본’ [신도시를 가다②]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3.12.07 11:1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본, 재건축 입장 제각각…'노후' 개선위해 리모델링 강행
리모델링 추진하던 평촌 일부단지 분담금 이유 재건축 선회 주장도
용적률 올라가면 재건축 분담금↓…선회시 정비 불투명 우려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1기 신도시를 겨냥한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특별법)’ 연내 처리를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가운데 지지부진하던 재건축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동안 주민들은 주택 노후화에 따른 불편함을 제기하며 재건축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특별법이 제정된다해도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이에 <시사오늘>은 평촌과 산본 등 1기 신도시 주요 지역을 찾아 현장 목소리를 듣고 문제점을 살펴봤다.                       - 편집자 주 -

산본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시사오늘 정승현
산본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시사오늘 정승현

“사업성 여부를 떠나 환경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특별법 때문에 지금까지 추진해온 리모델링을 멈추고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면 준비기간이 길어져 희망고문은 더 심해질 것이다.”
“내가 사는 단지만 리모델링하고 다른 단지들은 재건축할 경우 새로 지은 아파트로 (수요자가) 쏠리고 가격도 더 올라 상대적으로 손해보는 것 아닌가 걱정되는게 사실이다.”

리모델링 추진 분위기가 활발했던 1기 신도시 경기도 평촌과 산본에서 최근 재건축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이하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용적률이 상향되면 사업성이 확보되고 분담금 증가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평촌과 산본은 재건축 추진이 확실시되는 일산이나 분당과 비교할 때 용적률이 200%를 넘으면서 리모델링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이지만 이같은 이유로 주민들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본 재건축 기대 분분…노후정비 시급해 리모델링 고수도


7일 현재 평촌과 산본 신도시의 아파트단지별 정비 추진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이 때문에 특별법 통과가 모든 주민에게 수혜를 안기지는 못할 전망이다.  

산본은 이런 차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다른 1기 신도시처럼 노후로 인한 정비가 필요하지만 재건축을 추진하기에는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산본은 리모델링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시공사 선정까지 끝내는 등 사업 진척도가 높다. 산본에서 리모델링 추진을 위해 정비조합을 설립한 곳은 △3단지 율곡마을주공아파트 △7단지 우륵주공아파트 △13단지 개나리주공아파트 등 3곳이다. 3단지는 시공사 선정단계까지 왔고 7단지는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13단지는 건축심의를 준비중이다.

3단지 인근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율곡마을주공아파트가 안전진단을 통과한 이유는 세대당 주차대수가 1대도 안돼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동선을 확보하지 못하는 점이 꼽혔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위험을 주민들이 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정비사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반면 재건축을 밀고 있는 단지들은 입주민들의 생활편의와 안전을 위해 아파트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11단지 장미삼성아파트 인근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거실과 부엌이 분리돼 있지 않아 요즘(최신 아파트)와 달리 불편함이 있고 마을주민들이 보안을 이유로 지하주차장에서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접근하는 구조를 원한다”며 “리모델링 정비방식으로는 새로운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예 정비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단지도 있다. 12단지 우방목련아파트는 지난 8월부터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를 진행중이다. 당분간 정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단지 인근의 공인중개사 C씨는 “이 단지는 요즘 트렌드인 3베이 구조로 지어졌고 다른 단지와 달리 누수같은 큰 문제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당분간 재건축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평촌 리모델링 단지서 재건축 주장…‘주민의견 따랐다’ 반론도


평촌은 일부 단지에서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는 등 산본보다 상황이 복잡하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평촌은 당초 리모델링을 통한 정비사업 추진이 대세였지만 재건축 추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최근 들어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지역에서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D씨는 “특별법 논의 이후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정비 방향을 틀 것이란 기대감이 주민들 사이에 높다”며 "리모델링은 차선이란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평촌신도시 단지중 리모델링사업 추진이 가장 앞선 곳은 목련2단지다. 이곳은 시공사 선정과 인허가까지 마친 상태로 예정대로라면 내년 3월경 사업이 시작된다. 조합 결성은 15년 전인 2008년 이뤄졌다.

반대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건 2019년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의 재건축대책위원회(대책위)가 결성되면서부터다.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에 대한 선호도가 좀 더 높은 현실이 반영된 셈이다.

이들이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분담금 증가 때문이다. 수평증축으로 진행되는 리모델링은 고작해야 29세대가 늘어난다. 정비를 진행하면 각 세대별로 분담금을 내야 하는데 새로 들어오는 세대가 적으면 그만큼 분담금은 늘고 억대의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세대가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이 아파트는 994세대로 구성돼 있다.

특별법으로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나타나는 주변 아파트들과 비교될 것이라는 우려도 반대 여론을 키운다. 인근의 공인중개사 E씨는 “안양시 곳곳에서 재건축을 포함해 신규 주택이 들어서면서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 가자는 인식이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박승규 재건축대책위원장은 “리모델링 준비가 진척되긴 했지만 재건축 사업성이 높아졌는데도 리모델링을 고수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사업방식을 바꾸려면 조합원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얻어 조합을 새로 구성해야 하는데 쉽지 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리모델링을 주장하는 측은 사업 경과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리모델링조합 관계자는 “입주민 이주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사업을 되돌리는 건 말이 안된다”며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에도 못 들어가는 상황이라 주민들이 생활 편의를 위해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목련2단지는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재건축 기준에 미흡하다. 

또한 늘어나는 세대수가 적어 분담금이 늘어나는 점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더 넓은 집을 원했기 때문"이라며 “평수를 줄이고 일반분양을 늘리면 분담금이 줄었을 것이다. 평수를 늘리자는 의견이 많아 일반분양분이 적어 분담금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용적률 상향으로 재건축 사업성↑…사업 선회하면 정비 원점


정비사업에서 그동안 리모델링 방식은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용적률을 높이기 어려운 한계와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할 정도로 낡지 않은 현실에서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꼽혔다. 수직증축을 하면 세대수를 최대 15%가량 늘릴 수 있다. 재건축과 달리 연한이 15년을 경과하면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평촌과 산본의 용적률은 각각 204%, 205%로 일산(169%)이나 분당(184%)과 비교해 비교적 높다. 대신 3종 주거지역의 용적률 상한이 300%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건축으로 확보할 수 있는 추가 세대 면적이 작아 조합 세대별 분담금이 커지는데 특별법이 통과되면 용적률이 400%까지 높아져 분담금을 낮출 수 있다.

재건축 시행의 전제 조건은 사실상 용적률 상향이다. 지자체의 정비수립 계획과 건축 허가가 떨어지면 용적률과 상관없이 재건축을 시행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억대 규모의 재건축 비용을 기존 입주민이 분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으로 늘어난 세대수로는 재건축 사업비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 용적률 상향이 어려우면 분담금이 커진다. 늘어난 분담금을 모든 조합원이 감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분담금을 최소화하거나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재건축 추진에서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최근 3년간 건설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보이는 점도 재건축 분담금을 키운 요인이다. 

재건축을 촉진하는 법안이 마련되더라도 사업이 지지부진할 가능성 때문에 재건축 선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건축을 진행하려면 아파트 안전진단 결과 최소 D등급을 받아야 하고, 이후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후 시행사와 시공사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재건축 계획, 단지 배치 등 설계, 시공계획 등도 결정한 뒤 건축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 심의를 받는다.

반면 리모델링은 안전진단 등급기준이 B~C단계고 초과이익 환수를 적용받지 않는 등 비교적 덜 까다롭다. 또 몇년에 걸쳐 이미 시공사 선정 단계까지 이르렀는데 이를 뒤집으면 조합설립과 안전진단, 정비구역 지정, 인허가 등의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아직은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정답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작부영 2023-12-23 16:26:28
애초에 리모델링 목적이 기간단축인데 목련이 15년걸린채 삽도 못떴으면 말다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