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송영길 이어 이재명 피습…반복되는 정치테러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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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송영길 이어 이재명 피습…반복되는 정치테러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4.01.05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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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정국 송진우·여운형·김구 암살…YS 초산 테러·DJ 납치사건 
美 CNN “한국정치, 보수-진보 극심한 양극화로 혼란 겪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한 시민에게 피습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과거 정치인 테러 사건이 다시 이야기 되고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한 길에 지지자로 분한 한 시민에게 피습당했습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백주대낮에 제1야당 대표에게 테러가 벌어진 것입니다.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테러는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전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이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굳건하게 하기 위해서 빠른 회복을 기원하고 엄정한 사실 확인과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수준 높은 시민이 동료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폭력과 테러는 어떤 경우에도 정의구현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유사한 사건이 반복돼 대한민국 민주주의 뿌리가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 대책도 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불행히도 정치인 테러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대표가 피습당한 사례를 연상시킨다”며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죽고 죽이는 검투사 정치는 이제 그만 둬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요. 

홍 시장의 발언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4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신촌에서 유세하던 도중 커터칼로 피습당해 약 10cm 길이의 자상을 입은 사건을 말합니다. 이 사건이 가져다준 충격이 워낙 컸던 탓에 판세 분석 등 선거에 사건이 미치는 영향을 전달하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광역자치단체장 16석 중 12석을 얻으며 크게 승리했습니다. 당시 야당에 불리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에서까지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것에 대해 피습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우상호 대변인은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이 주요 패인인 것 같다. 이 사건 때문에 ‘인물론’ ‘힘있는 여당론’ ‘지방정권 심판론’ 등이 어느 것 하나 먹혀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누적된 민심 이반”도 패인의 하나로 꼽았다.

- 2006년 6월 1일 자 <한겨레> ‘열린우리당, 충격 속 침묵 30분’

2006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3일 CBS 라디오에서 당시 박근혜 대표의 ‘대전은요?’ 발언 비화를 밝혀 당사자들간 갑론을박이 다시 나오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당시 대표 측근이 윤 전 장관과 “마취에서 깨어난 뒤 첫마디를 뭐라고 하느냐” “대전 관련해서 하는 게 어떻겠냐” 등을 함께 논의 하다가 ‘대전은요?’라는 한 마디가 나왔고 윤 전 장관이 “그거 됐다. 그렇게 발표하라”고 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사자간 이견이 있어 사실 확인이 어렵지만, 정치인을 둘러싼 사건의 영향력을 방증하는 일화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로부터 17년 뒤인 2022년 3월 7일에도 폭력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0대 대선 이틀 전 서울 신촌에서 한 70대 남성 유튜버가 휘두른 망치에 머리를 맞는 테러를 당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봉합 수술을 받고 머리 붕대를 감은 채로 선거 유세에 나섰고,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했습니다.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이 벌어진 겁니다. 일각에선 극심한 좌우 대립으로 테러가 횡행했던 해방 정국이 떠오른다는 말도 나옵니다. 1945년 송진우, 1947년 여운형, 1949년 김구 암살 사건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1969년,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초산 테러를 당했습니다. 한 괴한이 YS가 탄 차량에 초산이 든 유리병을 던진 사건입니다. YS가 차 문을 잠그고 있어 인명피해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초산으로 인해 차체 철판이 녹고 콘크리트 바닥에 구멍이 패이기까지 했습니다.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DJ) 납치 사건은 중앙정보부의 지시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는 동해상에서 죽을 뻔한 위기에 처했다가 미국의 개입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로부터 약 반세기가 지나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2000년대에도 이런 폭력 사건이 발생해, 양극단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CNN은 ‘목에 칼 맞고 수술 후 회복 중인 한국의 야당 지도자’ 방송에서 “한국 정치는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됐다가 사면 및 석방된 이후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혼란을 겪어 왔다”고 보도했습니다. 

2021년 1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 2022년 7월 아베 전 일본 총리 암살 사건 등 선진국에서도 정치 테러가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이번 피습 사건을 두고 자작극, 특정인 배후설 등 음모론을 펴는 이들이 있어 갈등의 소지가 엿보입니다. 혐오와 증오의 악순환을 점검할 때입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75년간의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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