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박찬종 내세워 ‘혁신’한 신한국당…원희룡 ·한동훈, 눈길 [김자영의 정치여행]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회창·박찬종 내세워 ‘혁신’한 신한국당…원희룡 ·한동훈, 눈길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12.22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한국당, 15대 총선서 대선주자급 이회창·박찬종 과감히 영입
레임덕 위기 불구, 인물 혁신·미래 권력 내세워 원내 1당 사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일각에서 한동훈·원희룡 역할론이 나오고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2024년도 가장 중요한 정치적 행사는 당연히 22대 국회의원 선거입니다. 선거에서 어떤 인물을 간판으로 내세우느냐가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여권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사람은 단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입니다. 

한 전 장관은 김기현 지도부 사퇴 이후 국민의힘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낙점되며, 이미 여당의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습니다. 그는 정치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지도자로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다음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원 장관은 국회의원 3선, 제주도지사를 두 번 지낸 풍부한 정치 경험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선 국토부 장관을 맡고,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에 맞서 험지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워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권 일각에선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권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선거인 만큼 대선주자급 인사들을 대거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15대 총선 당시 여당이 대권 주자였던 이회창과 박찬종을 당의 간판으로 내세운 것과 겹치는 면이 있어 보입니다. 여당과 달리 당시 새정치국민회의는 대선에 재차 도전한 김대중을 리더로 내세웠습니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12월 19일 YTN <뉴스라운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1996년 김영삼 정부 때 거의 선거 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당시 신한국당에서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영입하고 박찬종 전 의원을 영입했는데 당대표를 맡긴 게 아니었다. 당대표는 돌아가신 허주 김윤환 의원이 맡고 있었고, 이회창 전 총리는 전국선대위 회장, 박찬종 전 의원은 수도권 선대위원장을 맡아서 앞에 간판으로 내세워서 실질적으로 국민들 앞에 얼굴이 돼서 선거를 이끌어갔다. 당 대표인 허주는 기억도 없다. 두 사람이 앞장서서 선거를 이끌어서 절대 열세였던, 불리했던 선거판을 이기는 선거로 뒤집어놨다.”

15대 총선은 문민정부 말기인 4년 차에 치러진 데다, 1995년 1회 지방선거에서 민주자유당(신한국당 이전 당명)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이후였기에 위기감이 계속해서 감돌던 상황이었습니다. 3당 합당으로 민자당 창당에 함께했던 김종필(JP)도 탈당해 자민련을 만들고 충청권 표심을 공략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신한국당은 139석(46.48%)으로 원내 1당을 차지했습니다. 새정치국민회의는 79석(26.42%), 자유민주연합은 50석(16.72%)으로 원내 2·3당 의석수를 합쳐도 신한국당에 못 미쳤습니다. 특히 여당은 서울·경기·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큰 승리를 거뒀습니다. 

여권은 ‘개혁성’과 ‘참신성’을 중요 기준으로 삼고 민중당 출신 이재오·김문수 등 진보 성향 인물까지 대거 기용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정부 출범 초기 자신과 갈등을 빚어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이회창과 14대 대선에서 YS와 경쟁했던 박찬종에게까지 손을 내밀었습니다. 다수 언론에서도 이회창·박찬종 영입을 선거 승리 요인의 하나로 꼽았습니다. 

1996년 4월 12일 자 <매일경제> ‘선거 결과 진단 4·11 총선 신한국 인물 우위 작전 주효’ 기사를 보면 신한국당 승리에 대해 “이회창 전 총리나 박찬종 전 의원 등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를 갖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도 과감한 영입 작전을 구사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총선 직전까지 ‘전국구를 포함 140석을 확보하면 기적’이라고 가슴 졸였던 신한국당이 이번 총선에서 기적을 달성한 이유는 우선 ‘인물 경쟁력 우위’에서 찾아질 수 있다.”

- 1996년 4월 12일 자 <매일경제> ‘선거결과 진단 4·11 총선 신한국 인물 우위 작전 주효’

“당 이미지가 승부에 큰 영향을 주는 수도권에서 이회창 박찬종 이홍구 씨 등 영입인사 ‘빅3’로 기선을 제압하고 이들과 이한동 국회부의장 등이 각기 다른 색깔로 다양한 유권자층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 1996년 4월 12일 자 <한겨레> ‘안정론·세대교체론 양날 주효’

“새로운 정치에 대한 유권자 갈망을 더욱 강화시킨 것은 장학노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부정축재비리와 국민회의 및 자민련의 공천헌금 의혹이었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신한국당은 이회창 중앙선대위의장, 박찬종 수도권 선대위의장 등 입당파의 내부 비판과 자성 촉구로 여권의 변화에 대한 유권자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 반면 야권은 정치 공세적 태도로 일관, 유권자 호응을 얻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 1996년 4월 13일 자 <동아일보> ‘47곳 중 21곳이 5000표 이내 접전’

김영삼과 여당은 한때 갈등을 빚었던 인물에게 손 내밀고, 진보성향 인사를 끌어들이고, 집권에 도움을 받았던 노태우와 민정계의 민주자유당을 내쳐 신한국당으로 당 간판을 바꿔가며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렇게 임기 4년 차에 치러져 모두가 비관적으로 전망하던 때 총선 승리를 견인했습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75년간의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