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 한 단계 남겨둔 셀트리온…‘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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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선’ 한 단계 남겨둔 셀트리온…‘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할까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4.01.22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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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흡수합병…올 7월 내 제약도 흡수
통합 셀트리온 출범 앞둬…마진 줄이고 글로벌경쟁력 도모
서정진 회장 “합병은 주주들이 원한 것…내년 초 나스닥 상장”
주주친화정책에 온 힘…지난해 자사주 소각 이어 올해도 소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시사오늘 권희정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구 파크원 타워에서 열린 셀트리온 그룹 합병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지배구조 개선·주주친화정책 등 광폭 행보에 대한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성공적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을 마친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과의 마지막 합병을 남겨두고 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을 마친 뒤 6개월 내 셀트리온제약과을 흡수합병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간 합병은 오는 7월까지 마무리될 전망이다.

통합 셀트리온을 출범시킨 뒤에는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를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의 지분 21.5%를,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의 지분 54.8%를 보유하게 됐다. 서 회장 본인 또한 셀트리온 지분 3.7%를 손에 쥐고 있다. 

 

셀트리온이 합병을 선택한 이유는?…글로벌 경쟁력 확보


앞서 서 회장은 지난해 8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 간 합병을 총 2단계로 나눠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초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 간 동시 합병할 계획이었으나 절차가 복잡해질 것을 우려해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각각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됐다.

궁극적으로 이번 합병 목적은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꾀하는 데 있다. 이원화된 지배구조를 일원화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합병은 그룹의 자원을 한 데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자체 신약 개발이나 M&A 등에 집중 투자가 가능해짐은 물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매출 극대화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그룹을 놓고 ‘실적 부풀리기’를 위한 지배구조를 지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셀트리온은 제조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판매와 유통을 담당하는 구조를 지녔다는 이유에서다.

셀트리온에서 생산된 제품에는 총 두 번의 마진이 붙는다. 셀트리온이 제품을 생산해 마진을 붙여 셀트리온헬스케어로 넘기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또 한 번 마진을 붙여 해외로 유통 및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제품 밸류에 따라 관세도 붙는다. 향후 시장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든 구조다.

그러나 최근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함에 따라 제품 생산과 판매를 모두 책임지게 되면서 이 같은 지적으로부터 벗어나게 됐다. 두 회사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 등 세금으로 인해 마진이 붙을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개선, 판매가를 낮춰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 것.

합병을 통해 강화된 시장경쟁력은 시장점유율 향상, 나아가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자연스레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주들이 원한 합병이라던 서 회장 말 맞았다


셀트리온 3사 합병과 관련해 승계를 위해 합병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서 회장은 적극 부인했다.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합병과 승계가 관련 있느냐는 물음에 서 회장은 “제 이해관계는 합병과 관련 없다. 많은 주주들이 원하셨고, 권유하셨기에 합병을 결정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주주들이 원했다는 서 회장의 발언은 얼추 들어맞는 모양새다. 주식매수청구권 한도인 1조 원을 넘어설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무색해질 만큼 대부분의 주주가 합병하는 쪽으로 표를 던졌다.

지난해 10월 23일 합병을 위한 첫 관문이나 다름없었던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합병 찬성률은 97%에 달했다. 이어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는 약 79억 원(반대 표시 주식 수 0.19%) 수준에 불과했다.

통합 셀트리온(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출범 후 주주들의 기대감은 주가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서 회장이 합병 계획을 발표한 지난해 8월 17일 기준 14만5700원이던 셀트리온의 주가는 같은 해 12월 28일(합병일) 20만1500원으로 약 38% 올랐다.

 

자본 유치 등에서 유리...나스닥 선택 이점 누릴까


애초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은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서 회장 본인이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서다. 이달 10일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는 본격적으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천명했다.

이어 지난 14일 강릉 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퓨처 리더스 캠프에서 나스닥 상장 추진 계획을 공개, 지주사이자 비상장사인 셀트리온홀딩스를 투자사로 전환해 전문가로서 적극 투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를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투자사로 만들 것이란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를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나스닥에 상장시킬 것을 관련부서에 주문했다”며 “나스닥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 중 5조 원을 시드머니로 활용해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에 출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100조 원 규모의 헬스케어 펀드 결성 계획도 공개했다.

서 회장 입장에선 셀트리온홀딩스를 코스피가 아닌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게 향후 자본 유치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셀트리온의 매출 70% 이상이 유럽과 북미에서 발생하는데, 서 회장은 나스닥 상장과 관련해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최근 합병으로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쟁취할 수 있게 된 상황과 더불어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한다는 데서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를 국내가 아닌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는 게 기업의 가치를 평가받기에 더욱 적합할 수 있다.

셀트리온의 주력 제품을 보면, 램시마(미국 제품명 인플렉트라)는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책임진다. 뒤이어 트룩시마와 허쥬마에서 약 25%의 매출이 발생한다. 램시마의 경우 지난 2021년 1분기만 하더라도 미국 시장 점유율은 13%에 불과했으나 2023년 2분기 기준 28%로 2배가 넘는 증가세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상장 후 시가총액이 최소 10조 원은 넘어야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대상에 포함되면서 기대했던 자본 유치라는 나스닥 상장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나스닥 시장 규모가 국내 코스피에 비해 큰 것은 사실이나 한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지주사가 나스닥에서 온전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와 실제 자금 조달과정에서 유리한 선상에 설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과제...결국은 주주환원정책 뒤따라야


ⓒ연합뉴스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민생토론회에서 한국 주식이 외국 주식에 비해 저평가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토론 테이블 위에 올랐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식 가격이 낮다. 이를 칭하는 용어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국내외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주주 보호 미흡을 지적하고 있다.

그들의 관리 하에 있는 돈(순이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상생을 도모해야 하는데,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 실제로 많은 국내 상장기업들은 순이익의 일부를 배당으로 지급하기보다 유보금으로 둔다. 이 문제는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나스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배당 지급·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들에게 유리한 주주환원정책을 펼치려는 노력이 선제돼야 한다. 이에 셀트리온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주주환원 등 주주친화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 회장은 3사 통합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약속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10월 23일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결정을 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7일 매입을 마쳤다.

또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11월 10일부터 12월 17일까지 132만 주 취득을 완료했으며, 셀트리온은 지난해 11월 10일부터 올해 2월 8일까지 131만4286주를 추가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추가 취득 규모는 3000억 원이다.

이어 지난해 12월 13일 보통주 1주당 500원(이달 19일 정정 후 배당금 총액 약 1036억 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에 따른 합병법인 발행주식 총 수에서 자기주식을 제외한 2억6151주를 대상으로 산정됐다.

셀트리온은 현재까지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적극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달 8일 셀트리온은 전체 발행 주식(2억2029만520주) 중 1.05%(230만9813주)의 자기주식 소각 신청 절차에 돌입했다. 소각이 마무리되면 셀트리온 전체 주식 수는 2억1798만707주가 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올해도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주주의 신뢰를 얻을 것"이라며 "나아가 회사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흔히들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주주환원이 미흡한 점을 비롯해 낮은 수익성과 취약한 지배구조가 대표적인데, 셀트리온이 이 모든 것을 개선하고 있다"며 "나스닥 상장을 위한 선제적인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증권·핀테크 담당)
좌우명 : 닫힌 생각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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