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현 “아프니까 청춘? 청년, 덜 아프고 큰 꿈 꾸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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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현 “아프니까 청춘? 청년, 덜 아프고 큰 꿈 꾸길” [인터뷰]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4.02.10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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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약적 경제성장 이루고도 저출산·지역소멸 위기
…주거·일자리 등 현재·미래의 불안이 만든 결과물”
“기성세대가 현 구조 만들어…과거와 관점 달리해야” 
“2030 중 우울증·다중채무자 비중 높아…책임 가져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객원교수가 지난 5일 여의도 공삼스튜디오에서 가진 <시사오늘>과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객원교수는 자칭 타칭 ‘여성·청년 정책 전문가’다. 그는 ‘청년의 문제는 곧 나의 문제와 직결됐다’고 생각했다. 주거·일자리 등 문제로 고통받는 청년들을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단 생각에 ‘청년과함께’ 포럼을 만들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시사오늘>은 지난 5일 여의도 공삼스튜디오에서 전예현 교수를 만나 청년 문제와 직결된 저출생·지역소멸 위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난 전 교수는 대학 입학과 함께 서울에 올라와 처음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는 스스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기자로는 15년여 <내일신문>에 몸담았다. 그가 대학시절 품었던 고민은 청년의 고민은 기자 시절 반값 등록금 취재로 이어졌다. 머리 아닌 몸을 움직이는 현장 중심주의자다. 한국여성수련원장, 강원도청 서울본부장을 맡아 여성과 지역 소멸 문제에 관심을 뒀고, 현재는 방송에서 정치·시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청년 문제는 곧 모든 세대의 문제”
“저출산·지역소멸 다룰 전문부처 必’
“양당 청년 정치, 표심 의식한 이벤트성↑”


전 교수가 지난 5일 시사오늘과 인터뷰에서 “청년문제는 세대를 넘어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전 교수가 지난 5일 <시사오늘>과 인터뷰에서 “청년문제는 세대를 넘어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청년과함께 포럼은 어떤 모임인가요?

“청년 문제는 세대를 넘어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청년 문제는 당사자의 문제인 동시에 부모 세대, 앞으로 청년이 될 미래 세대의 문제입니다. 결국 청년뿐 아니라 함께 잘 살기 위해 ‘같이’ 해결해야 하는 거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을 제안하는 등 플랫폼 성격을 띠고 있어요.”

- 왜 하필 ‘청년’인가요.

“청년들이 겪는 고통이 지금 대한민국이 겪는 본질적 문제점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처럼 경제 성장을 크게 이루고도 저출산과 지역 소멸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나라가 흔하지 않습니다.

저출생 문제는 우리나라 인구 소멸과 연관됐고, 지역 소멸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지방에서 유출되는 인구의 75~80%가 청년입니다. 고령화 시대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핵심 주체도 청년이죠.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어요.”

전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청년들이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에 와서도 너무 아프고 고단한 시절을 보내지 않냐. 덜 아프고 큰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청년은 미래에 대한 큰 불안감이 큽니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결과물이 저출생이고 지역 소멸인 거죠. 일자리, 주거, 복지, 교육 문제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습니다. 한 개인의 노력으로 풀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구조적 문제입니다.

경제 대국이라는 데, 실제 삶은 고단한 게 여러 통계에서 드러나요.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이들 중 102030세대 비중이 높아요. 다중 채무자도 20·30대 비율이 높고요. 이거 잘못된 거 아닌가요?”

-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은 무엇을 바라던가요. 

“청년들은 ‘어른들의 눈으로 문제에 접근하지 않길’ 바라요.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취업 걱정이 이렇게 심하진 않았거든요. 월급 열심히 저축하면 집 살 수 있다는 희망은 있었고.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세나 전세살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절망감을 주는 구조인 거예요. 젊은이들이 게을러서라는 것 맞지 않죠. 최소한 이런 책임 의식은 갖고 바꾸자는 겁니다.”

그는 구체적 예를 들었다. “일자리 문제를 예로 들어볼 때 과거 산업 환경이랑 현재는 다르잖아요. 과거엔 제조업이 막 성장하고 선호도도 높았지만, 지금 20대 여성 대학 졸업자에게 외진 지역에 위치한 공장에서 일하면서 거기서 뿌리 내리게 할 수 있을까요. 치안 문제도 있고, 문화 서비스도 부족하고 커뮤니티도 이루기 어렵잖아요. 사회적으로 고립될 것 같은 불안이 있는 거예요. 청년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대안을 깊이 깊게 고민해서 마련해야겠죠.

노동시간 문제도 그래요. 기성세대가 ‘우리는 일주일 내내 일하면서 밤새는 건 일도 아니었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답이 안 나오겠죠. 현재 청년들 눈높이에 맞게, 그들이 원하는 삶의 방향에 맞게 정책을 논의해달라는 겁니다.”

전 교수가 지난 5일 시사오늘과 인터뷰에서 “”고 말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전 교수가 지난 5일 <시사오늘>과 인터뷰에서 “저출산, 지역소멸 위기 해결을 위해 위원회 아닌 부처 수준의 전문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최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비슷한 시기에 저출생 대책을 내놨습니다. 

“정책 경쟁을 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이런 경쟁이 더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런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선거 앞두고 갑자기, 깜짝 이벤트성으로 만들어내려고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금방 만들 수 있는 정책이 아닌데, 4년 동안 논의 안 하다가 갑자기 들이대니까 청년 입장에선 생소하고 와닿지 않는 거죠.”

그에 따르면 정부가 2006년부터 2022년까지 저출산 정책에 투입한 예산만 332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에서 보듯 효과를 내지 못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2022년 정부 저출산 예산 51조7000억 원 중 46.1%에 달하는 23조4000억 원이 주거 지원 명목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예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신혼부부 주택자금 대출이라고 한다. “빌렸다가 다시 갚아야 하는 돈이지 직접적인 저출산 지원 예산은 아닌 셈”이다. 

또 일자리·자산형성, 국방부 군무원·군인 인건비, 첨단무기 도입비 등도 저출산 예산으로 잡히는 실정이다.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게 청년들의 비판이다. 

전 교수는 “이런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였음에도 우리나라 청년들은 아직도 주거, 직업 문제로 고통받느냐. 너무 화가 나서 답답한 마음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이야기하 다보니 대안을 말하게 됐고, 포럼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 저출산, 지역소멸 문제의 구체적 해결방법은 뭘까요. 

“전문 부처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위원회 수준이 아니라 아예 ‘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 그 이유는요. 

“예산 책정, 인력 운영, 행정 연속성 등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거든요. 정부 부처 차원 컨트럴 타워를 통해 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치, 중장년층 중심…당사자 목소리 필요”
“이준석식 공약, 부실함 많아…위헌 요소도”
“어려서 고생, 날개 꺾일수도…날 힘 만들어야”


“”
전 교수가 지난 5일 <시사오늘>과 인터뷰에서 “청년이 날개펴고 날아갈 힘 만들어 주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말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현재 청년 정치를 평가해 본다면요.  

기자는 질문과 함께 ’청년 정치인’으로 꼽히는 몇 사람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들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정치권에 중장년층이 많다 보니, 청년 당사자들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당사자가 나오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죠. 다만 이들이 청년들의 고통을 잘 대변하고, 풀어줬느냐에 대해선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일부는 권력자 편에 섰다고 해야 할까. 그런 모습을 보여준 면도 있고요.”

- 현재 정치권이 청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다고 보는지요. 

“청년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정책을 만드는 게 중심이 아니라, 선거 앞두고 청년 몇 명 데려와서 ‘표 끌어오라’는 식으로 활용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이 무슨 재주로 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고 신뢰를 얻을 수 있겠어요. 청년 당사자를 발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당이 이들의 고통을 해결해 줄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겠죠.”

-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노인 무임승차 폐지나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화 등 내용이 포함된 국방정책을 내는 등 연일 논쟁적 이슈를 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봤나요. 

“우선 정책적으로 부실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교통공사 적자 구조 원인을 노인 무임승차만으로 볼 순 없죠. 그런데 이 문제를 들고나와서 세대 간 문제로 만든 거잖아요. 갈등은 촉발됐는 데 근본적 해결은 되지 않죠. 군대 문제의 경우도 과거 위헌 결정이 이미 난 사안인데, 그걸 들고 와요. 신뢰도를 낮추는 거죠. 여러 청년이 국민의 기대를 받고 출발했지만 실제로 고통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결과는 썩 좋지 않았던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전 교수는 “청년 문제는 모든 세대가 함께 풀어야 하는 문제다”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그들이 지금 겪는 고통이 그들이 만들어낸 문제가 아니잖아요. 기성세대가 만든 구조의 결과물인 겁니다. 거기에 책임을 갖고 정책, 시스템을 뒷받침해야 하는 거고 청년은 청년대로 목소리 낼 수 있게 해야 하고.

젊어서 고생은 나중에 사서도 한다고 하지만 너무 어려서부터 고생하면 날개를 펴기도 전에 꺾입니다. 최소한 날개 펴고 날아갈 힘을 만들어주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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