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규제·알리 공습까지…‘삼중고’ 맞닥뜨린 대형마트
스크롤 이동 상태바
고물가·규제·알리 공습까지…‘삼중고’ 맞닥뜨린 대형마트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4.03.20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선식품 조직 재정비하고 가격 경쟁력 확보 사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대형마트 위기감이 또 한번 짙어지고 있다.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이커머스의 공습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저가 공세를 펼치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식품 영역까지 뛰어들면서 대형마트의 생존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6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소비심리 악화…‘허리띠 졸라매기’

물가 고공행진은 이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대형마트는 고물가로 인해 소비가 침체되면서 실적 고민이 커져 왔다.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냈다.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도 영향이 컸지만, 할인점(대형마트) 사업 부문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쪼그라들었다. 할인점 사업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2조871억 원으로 전년보다 2.6%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929억 원을 기록하면서 48% 가량 감소했다.

대형마트들은 결국 원가 절감과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하면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롯데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873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80.4%나 개선됐다. 이는 지난 2014년 이후 10년 만의 최대 규모 흑자다. 롯데마트는 앞서 롯데슈퍼와의 통합 소싱 작업에 속도를 냈고 이 같은 운영 효율화가 수익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도 유사한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 3사 기능을 통합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물류 효율화로 주요 상품들을 상시최저가(Every Day Low Price) 수준으로 운영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의무휴업 주말에서 평일로 바뀔까

규제도 대형마트를 옥죄고 있다. 의무휴업 제도가 대표적이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의무휴업 폐지 기대에 힘이 쏠리는 분위기지만, 실제 폐지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휴일 또는 새벽 시간대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은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 했다. 이에 따라 해당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사실상 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정부와 개별 지방자치단체는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등의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한 규제부터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난관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유통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마트노동자들의 휴식권과 건강권이 훼손당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마트산업노조 부산본부 조합원들은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변경되면 대형마트 직영 노동자, 협력·입점업체 노동자들 대부분이 일요일 휴식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의무적으로 영업을 쉬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은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이 의무휴업일로, 해당 일에는 온라인 영업도 할 수 없다. 현재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까지 막혀 있어 대형마트업계에선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역차별이 아니냐며 답답함을 호소한다.

가뜩이나 힘든데…알리까지 ‘첩첩산중’

최근 대형마트를 위협하는 요소는 단연 쿠팡을 필두로 한 이커머스 기업들이다. 최근 쿠팡에 매출 규모 등이 밀리며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무섭게 세력을 확장 중인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는 신선식품 사업까지 뛰어들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현재 가격 공세로 한국 소비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상품 판매관인 K-Venue(케이베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1000억 페스타’를 시작하고, 쇼핑 지원금 제공에 나섰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총 1000억 원 상당의 쇼핑 보조금을 100% 지원하고, 소비자 반응과 판매량이 좋은 인기 상품을 선별해 높은 할인율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세일 첫날 진행된 타임세일에서는 계란, 바나나, 망고, 딸기, 한우 등의 신선식품이 1000원에 판매돼 10초 만에 전 상품이 매진되기도 했다.

대형마트 입장에서 신선식품은 그야말로 마지막 보루다. 아직까지 신선식품은 대형마트가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업체들보단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 카테고리다. 앞서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들이 식품 취급을 늘리면서 이미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인데 자본을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까지 등장하면서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 1월 신선식품을 포함한 그로서리 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식품과 비식품을 총괄하던 상품본부를 식품 중심의 그로서리본부로 일원화하고 비식품은 몰사업본부로 통합했다. 이마트도 상품·가격경쟁력 확보를 주요 목표로, 산지에서 직접 농산물을 매입해 유통 단계를 최소화하면서 초저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대형마트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본업 경쟁력의 핵심이기도 하다”면서 “알리의 공세에 대형마트들이 신선식품 조직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편견없이 바라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