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도자의 ‘정치철학’과 ‘말버릇’의 차이 [박동규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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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도자의 ‘정치철학’과 ‘말버릇’의 차이 [박동규의 세상만사]
  • 박동규 정치평론가
  • 승인 2024.03.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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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민주당’이라도 김대중, 노무현의 깊이, 헤아림, 시대정신 담긴 정치철학 있어야
후세대에 회자되고 귀감 될 ‘명품 이재명 어록’ 남겨주길 기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동규 정치평론가]

정치권에서 나도는 우스갯소리 중에 지도자는 ‘지도’와 ‘자’가 있으면 된다는 냉소적인 말이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제 역할 못하고 막말과 헛발질을 할 때 나도 ‘지도’와 ‘자’ 정도는 있으니 지도자라고 비아냥하듯 내뱉곤 하는 말이기도 하다.

정치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든 그 조직과 단체를 이끌어 가는 사람을 ‘지도자’라 칭하는 이유는 그야말로 이끌어 나아가기 위해선 올바른 방향과 정확한 원칙, 기준, 규율 그리고 도덕성과 품성 등을 잘 준수하여 따르는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기에 지도자라 할 것이다.

흔히 정치는 ‘말의 예술’이라 할 만큼 말로 세상과 사람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곧 말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정치인의 말은 곧 천금과도 같은 무게와 신중함이 최우선이고 정치인의 말은 신뢰와 믿음으로 직결된다.

총선일이 다가오면서 정치인, 특히 각 당을 이끌어 가는 정치 지도자들의 언변이 거칠어지면서 언론의 비판과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말들이 이어지고 있다. 각 당이 말조심 경계령을 내렸지만 막말을 넘어 일국의 정치 지도자의 말인지 의아할 정도의 황당한 말들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위기로 치닫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말의 성찬’으로 논란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최근 회복된 여론으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조국 신당을 의식한 ‘선명 야당성’ 경쟁의 탓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이자 대선후보였던 정치 지도자가 쏟아내는 말 치곤 너무 도 넘는 말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대체로 이재명 대표 특유의 ‘말투’나 ‘말버릇’으로 이해하지만, 국민은 그렇게 썩 좋은 기억들이 나질 않는 게 사실일 것이다.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謝謝·고맙습니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대만 해협 위기 개입 비판 관련) ▸"광주에서 온 사람 잘 들어, M-16으로 총 쏘고 죽이는 거 봤지, 조심해, 농담이야(황상무 전청와대 수석 발언 비판 관련) ▸'경기 북도 주민들이 강원서도로 전락한다'(경기도 분도 반대 관련) ▸"2찍은 아니겠지“(국민의 힘 지지 관련) ▸더 나은 삶을 살자고 대통령을 뽑았는데, 지금 보니 차라리 없었으면 나았을 것 같다”(윤 대통령 비판 관련) ▸“(정부) 연간 예산에 비하면 푼돈에 가까운 13조 원으로 가구당 100만원 줘서 동네 장 보게 하면 돈이 돌고 경제가 활성화한다”며 “무식한 양반들아, 이렇게 하면 된다”(경제 실정 비판 관련)


정치 지도자의 몇 마디 말을 놓고 ‘말’로 ‘표현’만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복잡한 내용을 한마디로 대중에게 전달해야만 하는 야속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과 절실함도 이해된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의 말은 적어도 듣기 쉽기보단 말과 표현 속에 ‘깊이’와 ‘헤아림’과 ‘적절함’이 잘 조화를 이룬 언어가 필요하다. 정치 지도자의 말이 너무 쉬우면 ‘언어의 유희’, ‘말장난’처럼 여겨지는 이유이고 ‘금방 밑천이 드러나는 정치인’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로서 오랜 인고의 세월 속에서 쌓아온 풍부한 학습과 경륜, 자신의 진솔한 삶이 오롯이 담긴 정치철학으로 대통령이 된 김대중, 노무현의 ‘말’이 다시금 떠오르는 때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달변이자 대중연설의 교과서라 할 정도로 칭송을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언변술과 연설은 지금도 정치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은 그대로 받아 적으면 ‘글’이 되고 ‘책’이 된다고 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엔 길고 긴 고난의 삶 속에서 갈고닦은 정치철학과 많은 ‘배움의 저력’이 배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전 생애와 정치철학을 관통하는 상징적 어록이 있다. ‘행동하는 양심.’ 불의와 정의 앞에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생명력이 없다. 독재정권과의 싸움에서 ‘행동하는 양심’은 시대정신이었고 ‘민주시민의 역사적 행동강령’이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대 대통령에 비해 다소 거칠고 직설적 표현이었지만 대중들의 귀에 쏙쏙 들어오고 무엇보다 서민적 풍모로 친근감을 준 ‘서민적 정치 지도자’의 정감 넘치는 말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의 말은 그가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정치 지도자 노무현의 정치철학이 오롯이 담긴 ‘노무현의 말’이었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은 ‘깨어있는 시민’이 시대정신이고 ‘정치변혁의 행동강령’임을 제시한 명언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재명 사당화’ 논란에 항변하며 김대중, 노무현 시대의 통합과 포용 그리고 측근과 자기희생의 공천과는 거리가 먼 ‘이재명식 공천 혁명’(?)을 통해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었다. 그리곤 여전히 ‘김대중, 노무현의 정신과 철학’을 계승하는 정통 민주당이라 주장한다. 

민주당, 수치상 현재도 제1야당이고 또다시 제1야당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이재명의 민주당’이든 ‘민주당의 이재명’이든, 진짜 민주당을 자처하는 당의 대표라면 김대중, 노무현의 말과 행동처럼 좀 더 깊이 있고 학습된 정치철학과 헤아림이 녹아든, 후일 뒷사람들의 ‘귀감’이 될만한 ‘명품어록’들을 남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 본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박동규 정치평론가는…


청와대 행정관을 역임하고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국회 정책연구위원, 독립기념관 사무처장을 비롯해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이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대변인, 중국연변대·절강대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정치평론가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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