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환의 법으로 세상읽기>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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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환의 법으로 세상읽기>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에 관한 단상
  • 김양환 변호사
  • 승인 2014.11.2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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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양환 변호사)

지난 10월 27일, 대법원에선 국가정보원에서 간첩사건 피의자에게 진술거부를 권유했다가 퇴실당한 모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과 직업수행의 자유, 신체의 자유 및 인격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4다44574 판결).

위 판결은 지난 2006년 11월경 위 변호사가 ‘일심회’ 간첩 사건의 피의자 변호를 맡아 국정원에서 이뤄진 피의자 신문에 입회한 상황에서, 위 변호사가 혐의 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이라고 여겨지는 신문에 임하여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조언하자, 국가정보원 수사관과 위 변호사 사이에 진술거부 권유에 대하여 ‘수사 방해에 해당한다.’, ‘적법한 변호 활동이다.’라는 식의 실랑이가 벌어진 뒤 위 변호사가 조사실에서 퇴실조치를 당한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①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

②진술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것 등을 알려주어야 한다.’

라고, 나아가 대한민국 헌법에서까지 ‘모든 국민은 ...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제12조 제2항) 보장을 하고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제1항에서는 ‘(피의자가) 신문을 받을 때에는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라고 , 같은 법 제243조의2 제1항에서는 수사기관은 ‘변호인을 ...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라고 각 규정하여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권을 인정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헌법재판소에서는 ‘불구속 피의자의 경우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우리 헌법에 ... 인정되는 당연한 내용이고, 헌법 제12조 제4항도 이를 전제로 ...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피의자·피고인의 구속 여부를 불문하고 조언과 상담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변호인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은 ...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고, 이는 ... (별도의 입법이 없더라도)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그 자체에서 막바로 도출되는 것이다.’라고 선언하여 피의자가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하여 구체화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4. 9. 23. 자 2000헌마138 결정).

사정이 위와 같다면 앞서 본 최근의 대법원 판결 결과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으로 보인다.

진술거부권은 자백을 받아 내기 위한 일체의 위법한 수사를 배제하는 중요한 수단이고, 진술거부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피의자는 수사의 일방적인 객체로 전락하여 수사기관의 부당한 공격에 대한 대항을 할 수 없게 되기에, 인권보장 및 공정한 재판의 보장 기능을 위해 진술거부권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역사를 통하여 검증된 바이므로, 그 점에 대하여 이론을 제기한다면 이는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몰이해의 소치일 뿐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변호사의 조언 제시가 헌법상 인정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 내용임은 앞서 확인한 바이고, 그 조언 내용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라.’는 것이라면 거기에 하등의 하자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원이 이를 수사방해로 간주하였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는 평가를 면할 수 없다.

조금 시선을 돌려 보면 지난 2012년경에 민청학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한 모 검사에 대하여 검찰 내부에서 정직 4개월의 징계를 했다가, 지난 2014년 2월 21일 서울행정법원에서 그 징계가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받은 일이 있었다. 위 사건은 법무부의 불복으로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국가 형벌권의 실현을 위하여 공소제기와 유지를 할 의무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하여야 할 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검사가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다23447 판결).

그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수사기관은 2006년이나 지금이나 ‘백 사람의 범죄자를 놓치는 것보다도,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둔갑시키는 것이 더 해롭다.’는 전통적 명제에 대한 고민의식이 불충분한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아 씁쓸하다.

김양환 변호사 프로필

경복고등학교 졸업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현)법무법인 마루 구성원 변호사(종로 분사무소 지배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장애인법률지원 변호사
(현)환경법률센터 운영위원
(현)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도시행정학과 도시환경행정학전공 4학기 중
(전)참여연대 공익제보자지원센터 실행위원
(전)대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 국선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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