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노동자는 왜 ´고함´을 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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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노동자는 왜 ´고함´을 질렀나?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4.12.05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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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SK브로드밴드(이하 SKB)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4일 SK텔레콤 사옥을 둘러싸고 고함을 지르는 특이한 집회를 벌였다.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전면 총파업 투쟁의 일환이다.

5일 SKB 비정규직 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SKB에서 교육을 받고 업무지시를 받고 있지만 관련 서류를 확인해 보면 하청업체 소속으로 돼있다. 그렇다보니 주당 60~70시간이 넘는 장시간 근로에도 낮은 임금을 받아야 했고, 자재비나 업무비 등은 받을 수 없었다.

심지어 일부는 4대보험료와 퇴직금, 고객 응대 패널티 등을 이유로 급여를 차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서비스업종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명시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사측은 이를 알면서도 개선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달 20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시사오늘

15년 째 인터넷 설치와 A/S 일을 하고 있는 서지환(가명)씨는 매주 수요일 비정규직 노조 문화제에 참석해 현실적인 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그럴수 없다면 휴일이라도 제대로 제공하라고 주장한다.

서 씨의 한 달 평균 급여는 240여만 원. 그러나 대다수 비정규직이 그렇듯 그의 진짜 급여는 100만 원을 조금 넘는 금액이다. 나머지 140만 원은 수당으로 그의 한 달 생활과정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서 씨와 같은 설치 기사들은 설치 작업 건당 최저 2000원에서 많게는 1만 원까지 받는다. 이를 평균 6000원으로 계산했을 때 식사시간도 없이 하루 8건(시간당 1건)을 유치했을 경우 그날 수당은 4만8000원이 된다.

이런식으로 주 6일 근무를 하고, 3주에 한 번씩 수당 6만 원짜리 일요일 근무를 한다. 급여보다 많은 수당은 제대로 된 휴일도 없이 일한 댓가다. 그나마 일요일 근무 수당도 지난 5월에서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 보다 더 처절하다.

우선 그가 일을 하기 위해 타고 다니는 차량은 회사가 아닌 본인 차량이다. 기름값도 당연히 본인 부담이 된다. 차량 소유에 따른 각종 세금은 덤으로 따라온다.

또 서 씨가 사용하는 랜선 역시 직접 구입한 자재다. 대량구매라 좀 저렴하지만 1m당 300원 꼴이다. 한 집당 평균 5m내외로 사용한다. 간혹 랜선을 길게 만들어 달라며 고객이 20m 가량을 요구한다면 그 집 수당은 포기해야 한다.

고객과 약속을 잡거나 일거리를 받을 때 사용하는 단말기와 통화료도 자기가 부담해야 한다. 고액 요금제는 필수다. 그나마 최근 무제한통화 요금제가 출시돼서 사정은 나아졌다.

제일 골치 아픈건 고객 불만이다. 블랙컨슈머라도 만나면 하루 일당을 날려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주로 이사하는 날 잃어버린 인터넷 모뎀 때문에 생긴다. 모뎀 반납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거나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결국 불만으로 이어지고 수당이 차감된다.

한 달에 여러 명목으로 비용이 지출된 뒤 손에 떨어지는 금액은 180만 원 남짓.

사측은 이 마저도 제대로 지급하기 싫어 하청과 2차 하청으로 나눠 지급한다.

서 씨는 1차 하청업체에서 기본급을 받고 2차 하청업체에서는 수당을 받는 식이다. 원청업체인 SKB에서 인건비 등에 대한 실사를 나오더라도 1차 하청에 대해서만 조사하기 때문에 언제나 '문제없음'으로 나타난다. 또 고소득자가 없기 때문에 세금 탈루도 쉬워진다.

▲ SK브로드밴드 노조는 최소한 노동법만이라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사오늘

상황이 이런데도 그가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는 것은 그나마 있는 직장마저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서비스 기사들은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업체 사장이 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다. 이런 사정을 이용해 일부 하청업체들은 급여를 10~20% 낮춘 계약서를 제시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 10개월마다 고의로 회사 문을 닫는 업체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설립 10개월에 파산 신청을 해 11개월 째 업체 문을 닫고 12개월 째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사장이 업체를 새로 설립하고 직원들에 대해 고용승계 할 때면 앞서 말한 다운계약서가 다시 제시된다.

그렇다고 불만을 표현하면 일감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드러낼 수도 없다. 기사들은 각자 사번을 가지고 있는데 이 번호를 서버에서 차단하면 해당 기사는 더 이상 일감을 받을 수 없다. 당연히 수당은 나오지 않는다.

SKB비정규직 노조는 사측이 이러한 상황과 만행을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보다 더 나쁜 조건을 단체협상에서 언급할 수 있냐는 설명이다.

사측이 제시한 단협안은 ‘앞으로 있을 인사이동 등에 대해 전혀 관여할 수 없다'는 항목과 '휴무일이나 연차는 회사의 허락 없이 쓸 수 없다'는 등의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업계와 노동권에서는 실질적인 사용자가 SKB라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는만큼 본사 차원의 해결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SKB는 협력업체 노사간의 갈등일 뿐 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SKB 관계자는 "국회 등에서 수차례 문제 제기가 됐지만 사측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관련 문제들은 하청업체들과 노조측이 합의할 일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조의 주장은 익히 알고 있지만 SKB가 개입할 경우 직접 고용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개입 자체를 꺼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하청업체에서 나타나는 문제 역시 본사에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해당 업체측이 하는 일까지 SKB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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