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못추는 패밀리레스토랑, 잇단 철수...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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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못추는 패밀리레스토랑, 잇단 철수...이유는?
  • 김하은 기자
  • 승인 2014.12.29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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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뷔페·디저트카페에 밀려 토니로마스·마르쉐 사업 철수…아웃백 34개 점포 축소
외식시장 장악했던 패밀리레스토랑…실적악화 및 동반위 제재에 구조조정 움직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십수년 간 외식업계 강자로 꼽혀왔던 패밀리레스토랑이 최근 들어 여간 맥을 못 추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의 선도자 역할을 해온 미국계 외식업체 토니로마스가 국내 전 점포를 철수한데 이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도 내년에만 수도권을 포함, 총 34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정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내에서는 패밀리레스토랑의 입지가 막바지에 치닫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다.

외식업계의 트렌드를 몰고 온 패밀리레스토랑의 근황은 그야말로 초라하다. 90년대 초 국내 외식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한 패밀리레스토랑 업체들은 최근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순차적으로 점포를 폐점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규제로 외형 성장이 묶인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장기불황에 내수침체까지 겹치면서 실적 악화가 시장 축소의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게 사실이다.

90년대 외식시장 격변 몰고 온 패밀리레스토랑…현재 초라한 성적표

지난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외 자본 외식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를 강행하고 있다. 씨즐러과 마르쉐, 토니로마스가 순차적으로 전 점포를 철수했다. 이중 썬앳푸드의 토니로마스는 한국 진출 19년 만에 서울 광화문점 폐점을 끝으로 국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현재 109개 점포를 운영하는 미국계 외식업체 아웃백도 내년부터 34개점을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체 매장의 31.2%에 달하는 수준으로, 실적 악화가 주 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사업 계획 발표 후 질적 성장을 위해 기존 매장 중 매출 부진, 인테리어 노후,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는 34개 매장을 철수 결정을 내렸다는 게 아웃백 측 입장이다.

패밀리레스토랑 중 가장 적은 점포 수인 바른손의 베니건스도 올해만 매장을 8개나 폐점하면서 현재 12개 매장에 그치고 있다.

(주)롯데리아사업부인 TGIF는 전성기 때 56개에 이르는 점포를 운영했으나 현재 운영 중인 점포는 44개에 불과하다. 12곳을 정리한 것이다. 현재 9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CJ푸드빌의 빕스(VIPS)도 올 한 해 동안 단 한 개의 점포도 늘리지 못하며 매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처럼 패밀리레스토랑들이 부진하는 이유는 장기불황과 함께 내수침체에 따른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4인 가족 기준으로 비용을 산출하면 10만 원이 훌쩍 넘는 패밀리레스토랑이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이 더욱 팽배해졌기 때문. 부담스러운 가격은 주 타깃층이었던 가족 단위 손님들을 크게 줄게 만든 원인이었다.

▲ 십수년 간 외식업계 강자로 꼽혀왔던 패밀리레스토랑이 최근 들어 순차적으로 폐점하거나 점포 축소에 나서면서 여간 맥을 못 추고 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이에 대한 방안으로 패밀리레스토랑들은 정기적인 메뉴 리뉴얼과 이동통신사와의 제휴를 통해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매출 성장세로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애슐리가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애슐리는 평일 점심의 경우 샐러드바 가격이 단 9900원으로, 1만 원에 못 미치는 저렴한 가격 마케팅을 펼쳤다.

이처럼 애슐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워 2000년대 중반 이후 쇠락기를 맞은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에서 전년 대비 20개 증가한 145개 점포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패밀리레스토랑이 뒷방 신세로 전락한 것은 비단 경기 침체 뿐만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따라 외식시장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패밀리레스토랑의 입지에 점점 위기가 찾아왔다. 실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한식뷔폐와 나폴리 음식, 터키음식 등 세분화 된 레스토랑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며 빙수·와플 등 디저트카페도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패밀리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각 외식업체들은 입지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업계 내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TGIF 운영업체인 (주)롯데리아TGIF 사업부 관계자는 “점포 수가 전성기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점포당 매출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최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고객들이 몰리면서 매출 현황은 예년과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도권을 기반으로 점차 점포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며 “한 달 전에 오픈한 수원점은 128%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레스토랑 인기와 동반위 제재·장기침체 등이 실적악화 주 원인

빕스를 운영하는 CJ푸드빌 역시 패밀리레스토랑의 주춤한 성장세 의혹과 관련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명목상 상권 입점 제재 때문에 확장에 무리가 있을 뿐 매출 성장세와는 아무런 관계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동반위의 출점제한 권고가 패밀리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업체들의 야심찬 점포 확장에 제동을 건 주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반위는 지난해 수도권 및 광역시의 경우에는 지하철 등 역세권 100m 이내나 2만㎡ 이상의 규모를 갖추고 신도시 상권 입점만 할 수 있도록 한정 점포 확장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그러나 패밀리레스토랑의 전성기를 되돌려보면 동반위 제재가 레스토랑의 폐점에 큰 영향을 쳤을 지는 미지수다.

업계 측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가 패밀리레스토랑의 부진한 성적표를 대변해주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 마케팅으로 승부한 애슐리만 살아남았다”며 “패밀리레스토랑들이 기존 획일적인 메뉴를 탈피하고 보다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입맛에 따라 대대적인 메뉴 리뉴얼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담당업무 : 식음료 및 유통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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