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와 이정현, 그리고 '영남 패권론'
스크롤 이동 상태바
지역주의와 이정현, 그리고 '영남 패권론'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3.28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김무성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김문수, 차기 대권주자는 영남사람…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의 '쓰레기' 발언 파문이 지속되고 있다. 이 발언은 지난 26일 새누리당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 필승결의대회 전 진행된 특강에서 나왔다.

"광주시민들이 이정현을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나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 탈탈 털어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시키고 홍보수석을 시켰습니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을 한번 보십시오. 문재인 대표,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모두 PK(경남부산)입니다. 호남 출신은 어딨습니까. 30년을 밀어줬는데 이 지역에서 대통령 후보감도 없습니다."

이 최고위원의 '쓰레기 발언'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다음이다. 새정치연합에서 거론되는 대권 주자는 모두 PK다. 일각에서는 이 최고위원의 발언이 지역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이 최고위원은 사실을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대권주자인 김무성, 김문수 등은 모두 영남권 출신이다. 왜 차기 대권주자는 모두 영남권 출신일까.

호남 지역 출신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대통령 직선제 이후 당선된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모두 경상도 출신이다.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1997년 대선에서는 영남후보가 없었다. 김대중 후보의 라이벌이었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나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지지기반이 충청지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엔 유권자의 48%가 거주한다.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서 거주한다. 하지만 수도권 출신 대권 주자는 한 명도 없다. 충청권과 강원도도 마찬가지다.

과거 권력 뿐아니라 미래 권력인 차기 대권주자들도 영남권이 휩쓸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영남패권론'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아이러니한 정치판이다. 영남권이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호남 지역이나 타 지역 출생인 사람은 정치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상도 출신 정치인들이 미래 권력으로 우뚝 솟으며 지역적으로 권력이 쏠렸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최고위원이 언급한대로 새정치연합은 호남을 안방으로 두고 있으면서, 왜 차기 대권주자는 모두 영남 사람일까. 급기야 새정치연합에서 호남 거물들은 오히려 '천대' 받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모임으로 입당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전라북도 순창)과 무소속으로 4·29 재보선 광주을 지역구로 출마한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전라남도 신안)은 거물급 인사다. 이들의 탈당을 두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거물들의 탈당이 이어지자 새정치연합에서 호남 인물이 대권 주자로 도약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이들에 대한 심한 견제가 있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호남을 안방으로 두고 있는 새정치연합에서 호남 출신이 한계를 갖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같은 현상이 왜 일어나는 것일까? 호남은 30년간 새정치연합에 몰표를 줬다. 영남은 反호남 정서를 통해 새누리당을 찍었다. 영호남 지역주의는 결국 '쪽수'에서 앞선 영남패권론을 만들었다. 이제 호남이 바뀌지 않는한 영남패권론은 계속될 수 있다는 경고를 이정현 최고위원이 한 것은 아닐까?

새정치연합의 한 고위관계자가 기자에게 들려준 얘기는 이정현 최고위원의 '쓰레기' 발언과 일맥상통한 것 같다는 느낌이다.

"새정치연합에서 호남 인재가 대권 주자로 떠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 호남 표만으로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한계가 있다. 호남과 영남의 표가 합쳐져야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새정치연합에서 영남 주자를 내세우는 게 전략적으로 좋다. 이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자전거를 타고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 뉴시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