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와 물귀신…'참을 수 없는 비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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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와 물귀신…'참을 수 없는 비겁함'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4.15 0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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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성완종 도와달라고 요청한 여야 의원들 이름 밝힐 수 있다"…물귀신 작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이완구 총리 ⓒ 뉴시스

이완구 총리는 후보자 인준 시절,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냈다. 기자에게 협박성 발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정치인에겐 치명적인 '도덕성 논란'을 자아낸 바 있다. 가까스로 총리 후보자 꼬리표를 뗀 지 두달만에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총리는 정치권을 강타한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갔다. 이번 사건으로 '정치 생명이 끝났다'는 말도 나온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2013년 재보선 당시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 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돈을 받았다면 총리직도 사퇴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더 나아가 목숨까지 걸겠다고 했다.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과정에서 이 총리의 자세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총리는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다른 의원들로부터)성 전 회장을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여야 의원들 전화로도 그렇고, 구두로도 그렇고, 충청권 의원들 몇 분 전화받은 적도 있고 만난 적도 있다"면서 "구두로 (요청)하신 분 중에는 야당 의원도 있다"고 답했다.

또 이 총리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성완종 전 회장에게) 다른 의원들은 후원금을 받았다. 나는 받지 않았다"라며 "내가 (이름을) 공개할 수도 있다. 이 중에는 야당 의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물귀신 작전'이다. 성 전 회장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의원이나, 성 전 회장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의 이름을 공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후보시절 기자들에게 했던 '협박성 발언'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이 총리는 폭탄을 들고 궁지에 몰려있는 듯 하다. 더욱 궁지로 몰면 성 전 회장을 도와달라고 언급한 의원들의 이름을 밝힐 수 있다고 '협박'하는 듯 보인다.

또 자신이 아닌 다른 의원들의 이름이 논란이 되길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의원이 후원금을 받았다는 논란이 일면 자신을 향한 논란에서 비켜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료를 인질로 삼는 이 총리…정치인 모습 아니다"

이 총리는 지난 2013년 4월 충남 부여·청양 재보선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복귀 전 암투병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시 정치권으로 왔을 땐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완치가 됐다고 하지만 국회의원직을 수행하기엔 무리라는 의견이 있었다. 당내부 일각에선 이 총리가  당내 견제로 힘든 의정생활을 보낼 것이란 예측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예상은 우려였다. 당지도부와 동료들은 이 총리를 믿었다. 동료들의 의리는 건강상에 대한 우려나, 거물급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시기와 질투 등을 이길 수 있었다. 그렇게 정치 동료들의 도움으로 이 총리는 거물 인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현재 이 총리는 자신의 동료를 인질로 잡아 뒀다. '의리'가 가장 중요한 정치판에서 이 총리는 신뢰를 잃은 셈이다. '물귀신 작전'에 이 총리가 3000만 원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관계 없이 정치 활동을 이어가기 힘들게 됐다.

여당에서는 이미 이 총리에게 등을 돌렸다. 이 총리의 거취와 관련해서 직무정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긴급 최고위원회의 이후 "검찰은 빨리 국무총리부터 수사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세종시민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남 개헌추진 국민연대 출범식’에 참석,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품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은)당장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며 "총리가 각 부처 장관에게 어떤 일을 지시하면 장관들이 '너나 잘해라'라고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금품을 받은 의원들을 공개하겠다고 협박아닌 협박을 한 이완구 총리. '정치인 이완구'에게는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보다 더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다. 동료 의원들을 끌어들이며 물타기 했다는 것이다.

이제 기자 생각엔 이완구 총리가 정치생명을 연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물론 이는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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