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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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4.20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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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2012년 총선·대선 승리 이끈 소장파 3인, 동반사퇴 '타이밍'
'성완종 파문', '타이밍' 놓치면 4·29 재보선, 차기 총선·대권 다 놓친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언제 어떤 발언, 무슨 행보를 보이는지에 따라 정치인 한사람의 운명이, 그리고 정당의 명운이 갈린다. 그런데 요즈음 새누리당은 이 간단한 정치권의 진리를 망각하고 있는 눈치다.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성완종 파문'을 둘러싼 여야의 두뇌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새누리당이 당최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를 향한 여권의 자진사퇴 압박에 갈팡질팡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당명까지 바꿔가며 쇄신 행보를 보였던 2011~2012년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선관위 디도스 해킹 사건', '박희태 돈 봉투 파문' 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선관위 디도스 해킹 사건'이란 지난 2011년 말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비서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해킹해 '투표소 찾기' 서비스의 이용을 불가능하게 만든 사건이다. 이어 '박희태 돈 봉투 파문'이 터졌다.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은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당대표 후보로 나서 동료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제19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발생한 연이은 악재에 "한나라당은 수명을 다한 것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분당 후 재창당'을 검토할 정도로 나락으로 떨어졌던 한나라당은 당내 소장파 원희룡·남경필·유승민 당시 최고위원이 지도부에서 동반사퇴하면서 국면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들은 "지도부로서 존망의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언급했다. 세 최고위원이 물러나자, 당대표 자리에 연연하던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도 '평당원으로 돌아가겠노라'고 사퇴의사를 밝힐 수밖에 없었다. 이어 박희태 국회의장도 '내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전격 사퇴했다.

이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하에서 당명까지 교체하는 등 뼈를 깎는 쇄신 행보를 보인 끝에 새누리당(전 한나라당)은 지난 2012년 4월 제19대 총선과 12월 제17대 대선에서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당내 소장파 원희룡·남경필·유승민의 기가 막힌 '타이밍'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현재 김무성 대표 체제의 새누리당은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는 격언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이완구 국무총리는 물론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8명의 '식구'들을 과감히 내쳐야 할 '타이밍'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 날짜를 기다릴 문제가 아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재보선과 총선은 물론, 차기 대권도 놓친다.

즉각 이 총리에게 자진사퇴 요구해야 한다. 김기춘, 이병기, 홍문종 등 친박계 인사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당사자에 대한 철저한 검찰 수사 요청은 당연하고, 사실 여부를 불문하고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당의 쇄신을 위해 예술적인 '타이밍'에서 사퇴의사를 밝혔던 원희룡 당시 최고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당사자들의 처절한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건강하고 개혁적인 보수 정당을 만들기 위해 한나라당은 철저하게 해체해야 합니다. 국민 삶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치는 생명을 다한 것입니다."

현 새누리당 지도부에 이와 같은 올곧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장파가 한사람도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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