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물질 나온 화장품社에 준 희한한 '제품안전관리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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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물질 나온 화장품社에 준 희한한 '제품안전관리賞'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5.11.13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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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혹시 ‘상 매매’?…‘의혹’ 모락모락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어처구니없는 賞이 주어져 어안이 벙벙하다.

제품에서 독성물질이 나온 회사에 ‘제품안전관리賞’이 주어진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같은 황당한 일은 지난 12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사단법인 한국독성학회·한국환경성돌연변이·발암원학회 2015년 제31차 정기학술대회’ 행사장에서 진행된 시상식장에서 나왔다.

이들 단체는 ‘2015 올해의 제품안전관리 우수기업상’ 수상기업으로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을 선정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런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9월에 자사 ‘헤라’의 ‘리치 아이즈 롱래쉬 워터푸르프 마스카라(래쉬블랙)’ 제품에서 생식 기형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인 ‘프탈레이트’가 기준치보다 3배 이상 함유된 것으로 드러나 전격 회수 명령을 받았다.

해당 제품은 기준치인 g당 100μg(100만분의 1) 이하를 3배 이상 초과한 g당 327μg이 배합된 것으로 확인됐다.

프탈레이트류는 주로 플라스틱에 유연성을 주기 위해 가소제로 널리 사용되며, DEHP, DEP, DBP, BBP 등이 있다.

이 중 DEHP는 동물실험에서 수컷 랫드의 정소 위축, 정자수 감소 유발 등 생식독성과 간독성으로 인한 발암성 등이 보고된 바 있다.

이런 업체에 ‘국민 안전과 건강 증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이유로 제품안전관리 우수기업상이 주어진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이들 단체는 상을 주면서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화장품 원료 및 제품의 안전성 기준을 엄격하게 준수함으로써 고객에게 안전한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며 선정이유를 밝혔다.

또 ‘제품에 활용하는 원료에 대해서는 다양한 안전성 시험을 통해 엄격한 내부 기준 검증을 거친 원료만을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엄격한 검증을 거친 제품에서 독성물질이 나온다는 게 이상하다.

이 상을 받은 아모레퍼시픽 측의 수상소감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고객분들이 안심하고 사용하실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이어오고 있는 최선의 노력이 이번 수상을 통해 인정받아 기쁘다”고 밝혔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무엇인가 냄새가 난다. 혹시 ‘상 매매’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지난 2008년 한국일보와 한국전문기자클럽이 시상한 ‘존경받는 대한민국 CEO 대상’과 오버랩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상의 안내문건에 따르면 선정된 자치단체와 기업은 ‘홍보비’ 명목으로 각각 1500만 원과 2000만 원(부가세 별도)을 입금하도록 돼 있었다.

실제로 상을 받은 각 자치단체 등은 부가세와 함께 1650만 원을 입금한 사실이 밝혀졌었다. 당시 어청수 경찰청장도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특히 신문사에서는 광고수익을 얻기 위한 각종 시상 이벤트는 연말연시에 줄을 잇는다.

언론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동종업계 침묵의 카르텔’이라고 불러왔다.

이번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안전관리 우수기업상이 돈을 주고 받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제품에서 독성물질이 나온 기업체에 제품안전관리 우수상이라니.

언론에서는 이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앞다퉈 받아쓰고 있다. 언론도 검증 없이 무작정 받아쓰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윤리 불감증에 걸린듯하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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