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의 총선진단>친박 세력의 전투력과 권력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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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총선진단>친박 세력의 전투력과 권력누수
  •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 승인 2016.03.26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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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세력의 비박 배제,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 누수 가속화할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20대 총선을 전후해 현 정권의 권력 누수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최근의 새누리당 공천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총선 이후 새누리당의 당대표 선출을 둘러싼 계파 간 대립과 차기 대선주자들의 활동이 활발해질 때 더 가속화될 것이다. 일련의 정치적인 흐름뿐만 아니라, 친박 세력의 ‘김무성 몰아내기’와 비박세력의 공격이 권력누수를 부추기는 하나의 요인이 될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물론 비박 세력들이 정치적인 활로 모색을 위해 친박 세력과 대립할 것이며, 그것은 결국 현 정부의 권력누수로 이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친박 세력의 절제되지 않은 언어가 대통령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번 새누리당 공천갈등에서 드러난 것처럼, 친박 세력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전투력(?)은 결국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권력누수)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총선을 위해 큰 목표 아래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것은 순리다. 내부세력, 즉 비박 세력을 적으로 간주하는 한 친박 세력의 미래는 없다. 권력은 유한(有限)하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한시적인 권력이다.

12·12사태의 주역이자 동지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정권 교체 이후 철전지 원수가 됐다. 민자당 합당의 동지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 또한 노태우 전임 대통령을 5·18 특별법을 통해 구속시켰다. 영원한 적일 것 같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DJP연합’을 구성해 공동정부를 수립했다. 이렇듯 정치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

총선 이후 친박 세력이 원하는 세상이 반드시 온다는 보장이 없다. 퇴로는 열어 둬야 한다. 전쟁 중에도 협상을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면, 남북 대치상태 보다도 더 큰 극렬함을 느낀다.

당내에서 친박과 비박이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원활한 국정 운영을 해나갈 수 없다. 친박이 비박을 배척한다면 비박은 우군이 될 수 없다. 설령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는 물론 친박계가 일제히 김무성을 공격한다. 선거 이후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한 청와대 참모는 “김 대표가 과연 여당 대표가 맞느냐”며 “이재만 후보 등 세 지역의 후보의 출마를 원천 봉쇄한 것은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사태가 김 대표의 정치 진로에 악재가 될 것“이라며 ”세 명의 참정권을 박탈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우리가 바라는 민주정당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는 청와대 참모가 할 말은 아니다. 청와대 참모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여당 대표를 향해 책임 운운하는 것은 이번 공천과정에 청와대가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당내 친박세력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김무성을 성토하기에 바쁘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분에 대해 선거가 끝나자마자 책임을 묻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다시 당내에서 이런 파열음이 나오는 걸 막으려면 문제를 키운 인물과 세력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민형사상 모든 법적인 책임은 김무성 대표가 져야한다” 등의 발언을 비롯해 ‘블랙리스트’까지 언급했다는 보도는 섬뜩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공천 과정이 설령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새누리당 당원들이 민주적 과정을 통해 전당대회에서 선출한 당대표인 김무성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은 막말파문으로 윤상현 의원의 “죽여버려”라는 발언과 무엇이 다른가. 이렇게 감정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은 결국 친박과 김무성, 친박과 비박의 대결을 유발하고 궁극적으로 권력 누수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친박 세력의 김무성 공격은 적반하장이다. 문제는 옥새파동이 아니다. 공천 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한다. 진짜 문제는 지역구 여론조사에서 비교 우위에 있었던 후보자, 경쟁력 있는 후보자를 배제한 공천에 있다. 그래서 국민과 신문·방송 등 언론이 비판하고 질타한 것이 아닌가. 본질을 왜곡한 친박 세력의 전투력은 국정의 부담이 될 뿐이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김무성 대표는 26일 부산 북·강서갑 박민식 의원의 개소식에 참석해 “싸워서 이기는 것은 군인정신이고 정치는 지면서도 이기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싸워서 쟁취하려고 하는 친박 세력을 ‘군인정신’에 비유하고, 지면서 이기는 것은 정치라 하여 자신을 스스로 ‘문민정부’의 후계자임을 부각한 것이다. 우리는 이를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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