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통제 논란]역대 정권마다 반복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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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통제 논란]역대 정권마다 반복되는 이유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7.03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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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이정현·'마사지' 이동관·'물컵' 박지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 '세월호 보도개입'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취재진에 해명하고 있다. ⓒ 뉴시스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개입 논란과 관련, 비난 여론이 거세다. 특히, 당사자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홍보수석의 통상업무'라는 해명에 역대 정권에서 되풀이된 언론통제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전국언론노조연합 등 7개 언론 단체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녹취록은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 간 통화 내용이었다.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2014년 4월 21일과 30일 김 전 국장에 전화를 걸어 KBS <9시뉴스>의 해경 비판 보도를 문제 삼았다.

이 전 수석은 4월 21일 자 통화에서 "온 나라가 어려운데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지 그게 맞습니까" "이렇게 중요할 땐 극적으로 좀 도와주십시오" "일적으로 어려울 때 과장해서 그렇게 밟아놓고 말이야"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회유와 협박을 오가며 노골적으로 외압 행사에 나선 셈이다.  

또 30일 자 통화에서는 국방부의 보도자료 관련, "아예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주던지 아니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녹음 좀 한 번만 더 해주시오"라며 아이템 교체까지 요구했다.

이 전 수석은 보도 개입 논란에 대해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이유 여하 막론하고 물의를 일으킨 것은 정치인으로 죄송하다"면서도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국가가 위기 상황일 때 빨리 극복하고 언론에 협조를 구하는 게 홍보수석 역할"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도 힘을 실었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같은 날 국회 운영위에서 보도 개입 논란 관련 질의를 받고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한 통상적인 업무협조 요청"이라고 규정했다.

정치권의 이같은 언론통제 논란은 이른바 '땡전뉴스'로 악명 높았던 군부독재정권 시절을 지나 민주정부로 진입한 뒤에도 반복돼 왔다.

가장 가까운 유사 사례는 MB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과 언론특별보좌관 등 '대(對)언론 실세직'을 꿰찬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이 전 대변인은 지난 2008년 4월 <국민일보>가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보도하려 하자, 해당 신문사 편집국장 등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압박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당시 <국민일보> 노조는 "현지 취재를 통해 이 대변인이 거짓 기재한 위임장을 토대로 농지를 취득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이 전 대변인이 본보 간부 등에게 몇 차례나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보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해 지면에 실리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전 대변인은 "제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을 모시는 입장에서 유사한 일이 문제가 되는 게 송구스러워 부탁을 했던 것"이라며 "친구끼리 하는 말로 '좀 봐줘'라고 했던 것이지, 위협을 가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전 대변인은 이후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내용 관련 '오해 소지가 있어서 조금 마사지했다', '언론에서도 가능하면 '촛불집회'라는 표현은 안 써주면 좋겠다' 등의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 외압 논란은 진보진영에서도 일어났다.

<중앙일보>는 지난 1999년 10월 2일 지면을 통해 '국민의 정부 언론탄압 진상을 밝힌다'는 시리즈 기사를 냈다. 이후 '물컵 사건'으로 회자된 해당 기사의 주인공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박지원 당시 DJ정부 홍보수석은 1998년 3월 9일 해당 신문사 사장실을 찾아가 보도 태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박 전 수석이 이날 홍석현 당시 사장 등 간부진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이제 야당이 아닌 집권당인데 계속 이렇게 섭섭하게 할 수 있느냐'며 유리 물컵을 내동댕이 쳤다고 기사는 묘사했다.

보도 당시 박 전 수석은 "잘못 보도되면 전화를 하거나 방문해서 납득되도록 설명하는 게 공보담당자의 일"이라면서 "당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또 물컵은 넘어지면서 책상에 떨어져 유리가 깨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이후에도 시리즈 기사를 통해 DJ정부 인사가 해당 신문사의 만평과 칼럼,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홍석현 사장의 구속과 관련해서도 이같은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야권 일부에서는 세월호 보도 개입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이정현 의원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 의원은 당권 도전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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