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국회의장]적극적 정치 행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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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국회의장]적극적 정치 행보, 왜?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9.03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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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정세균 강한 존재감…국회의장직 사적 이용한다는 비판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제20대 국회 개회사에서 우병우 민정수석·고위공직자수사처 신설·사드 반대 등을 거론해 논란을 일으킨 정세균 국회의장 ⓒ 뉴시스

국회의장이 달라졌다. 대통령에 이은 의전서열 2위의 ‘만인지상 일인지하(萬人之上 一人之下)’ 자리임에도, 지금까지 국회의장은 실질적 권한이 없는 ‘명예직’으로 여겨졌다. 원내 제1당의 최다선급 의원들이 맡아왔던 관례상, 정치 생활의 마무리 단계로 간주되기도 했다.

실제로 제16대 이만섭·박관용, 제17대 김원기·임채정, 제18대 김형오·박희태, 제19대 강창희 정의화 국회의장은 모두 이후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 배출된 12명 국회의장이 평균 67.3세의 6.2선 의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회의장은 사실상 정치 인생을 명예롭게 마무리하는 종착역 역할을 해왔던 셈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시작은 제19대 국회의 하반기 국회의장이었던 정의화 전 의장이었다. 2014년 6월 국회의장으로 취임한 그는 곧바로 광주를 찾아 “국회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결의했다”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 때는 “직권상정은 내 사전에 없다”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란 때는 청와대와 새누리당과 각을 세워가면서까지 직권상정을 거부, ‘국회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전 의장을 대권 잠룡 중 하나로 꼽는 사람도 적지 않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과 함께 ‘제3지대론’의 구심점 중 하나로 꾸준히 지목된다. 정 전 의장 본인도 ‘새한국의 비전’이라는 싱크탱크를 창립, 차분히 다음 행보를 고민하는 모양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접근방식도 비슷하다. 정 의장은 제20대 국회 개회사를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이 그 직을 유지한 채 검찰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며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를 압박했고, “최근 우리 사회 권력자들의 특권, 공직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부정과 부패를 보면서 이제 더 이상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신설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야당과 입장을 같이 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도 “최근 사드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사드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서 우리 내부에서의 소통이 전혀 없었고, 그로 인한 주변국과의 관계변화 또한 깊이 고려한 것 같지 않다”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냈다. 과거 의장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정치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최다선 의원에게 국회의장을 맡기는 관례는 사욕 없이 국회를 중립적으로 잘 관리하라는 뜻에서 형성된 것인데, 언젠가부터 국회의장 자리를 이용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면서 몸값을 올리려는 케이스가 많아진 것 같다”며 “이정현 대표 말대로, 이런 게 자꾸 용인되면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이면 국회의장 한 사람은 대선에 출마 못하게 하는 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라고 성토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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